[월드컵] 모로코, 사상 최초 '제3대륙 결승행' 도전 "우리는 록키다"

이상철 기자 2022. 12. 1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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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꺾고 아프리카 최초 4강 진출
과거 식민 지배한 프랑스와 4강전서 격돌
아프리카 대륙 및 아랍권 국가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오른 모로코 축구대표팀.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우리는 이번 월드컵의 록키 발보아다."

아프리카 대륙 및 아랍권 국가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오른 모로코 축구대표팀의 왈리드 레그라기 감독은 감격스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레그라기 감독의 표현대로 모로코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할리우드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 연기한 복서 록키 발보아처럼 강호를 연파하며 4강까지 올랐다.

모로코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모로코 축구 역사는 물론 아프리카 대륙, 아랍권 국가의 역사를 새로 쓴 순간이었다. 이전까지 아프리카 대륙 최고 성적은 1990년 이탈리아 대회의 카메룬, 2002년 한일 대회의 세네갈, 2010년 남아공 대회의 가나가 세운 8강이었는데 이번에 모로코가 그 장벽을 허물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모로코의 선전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모로코는 대회 개막을 불과 3개월 남기고 선수단, 축구협회와 불화가 거듭된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감독을 경질하고 레그라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다수 축구전문가는 모로코가 조별리그 통과조차 벅찰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대회에서 각각 2위와 3위에 오른 벨기에, 크로아티아 등과 한 조에 묶인 데다 또 다른 상대인 캐나다는 북중미지역 최종 예선을 1위로 통과, 다크호스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무명의 복서 록키처럼 크게 주목받지 못한 모로코는 숨겨온 힘을 발휘, 강팀을 연파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크로아티아와 0-0으로 비기며 첫 걸음을 뗀 모로코는 벨기에(2-0 승), 캐나다(2-1 승)를 꺾고 F조 1위에 올라 16강에 진출했다.

토너먼트에선 모로코는 골키퍼 야신 부누의 신들린 선방과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철벽의 팀이 됐다. 16강에서 스페인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PK0으로 승리하더니 8강에선 우승 후보 포르투갈을 1-0으로 제압했다. 480분 동안 실점은 단 1골만 기록했으며 이마저도 나예르프 아게르드의 자책골이었다.

모로코 축구대표팀의 왈리드 레그라기 감독(오른쪽). ⓒ AFP=뉴스1

레그라기 감독은 모로코를 기적의 팀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유럽의 많은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하겠지만 우리가 이룬 것은 기적이 아니다. 우리는 타협하지 않고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을 격파하면서 모로코와 아프리카 국민들, 그리고 주변 수많은 사람들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록키를 볼 때 (어려운 여건에서 해내는) 록키를 응원하지 않는가. 우리는 재능과 돈이 많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고 이제 월드컵에서 모두가 사랑하는 팀이 됐다"고 기뻐했다.

유럽과 남미를 제외한 제3대륙(아시아·아프리카·북중미·오세아니아)이 월드컵 4강에 오른 것은 1930년 창설된 월드컵 역사상 단 3차례에 불과하다. 1930년 우루과이 대회에서 미국(3위), 2002년 한일 대회에서 한국(4위)이 4강에 오른 적이 있다.

제3대륙 팀이 결승전까지 오른 사례는 없는데 모로코가 오는 15일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마저 꺾는다면 전무후무한 대업을 달성하게 된다.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모로코는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각오다. 부누 골키퍼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나를 꼬집어 달라"면서 "모로코는 어떤 팀과도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특히 4강 상대 프랑스는 모로코와 역사적으로 얽혀있는 나라다. 모로코는 1956년 독립하기 전까지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아픈 역사가 있다. 또 모로코인은 1, 2차 세계대전 뒤 프랑스로 건너갔는데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민자의 약 20%를 차지한다. 프랑스 코르베예손에서 태어난 레그라기 감독도 이민 가정 출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4강 프랑스전을 임하는 모로코 선수단의 각오가 남다르다.

레그라기 감독은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아프리카 팀이 월드컵 4강에 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제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하는 것도 안 될 게 없다"며 "우리도 우승을 꿈꿀 수 있다. 꿈을 꾸지 않으면 아무 데도 갈 수가 없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모로코는 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상대한 적이 없지만, 가장 최근 맞붙은 2007년 A매치에서 2-2로 비긴 바 있다.

한편 대회 2연패를 노리는 프랑스는 모로코에 대한 경계심을 보였다. 디디에 데샹 감독은 "모로코를 4강에서 만나는 것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준결승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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