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미래 디지털화폐 발행 대비해 규제 정비해야”

미국과 일본 등이 화폐의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은행의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통화에 가치가 연동되는 코인) 발행 등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체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일 ‘디지털화폐와 은행의 역할’ 보고서를 통해 “미래 디지털화폐는 법정화폐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이 발행하는 준(準)화폐인 법정화폐담보형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재편, 발전될 것”이라며 이같이 제언했다.

한국은행 전경. 가운데 길을 두고 오른쪽에 가장 높이 우뚝 솟은 건물이 한은 신관이다. 그 앞에 초록색 지붕 건물이 1912년 완공된 한은 본관. 왼쪽 두개 건물 중 직사각형 건물이 제1별관이고 아래 낮은 초록색 지붕 건물이 제2별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화폐인 CBDC는 중앙은행과 민간은행의 2단계 체제를 통해 발행·유통되는 구조를 갖고, 이 체제에서 은행은 고객과의 접점 역할을 하며 CBDC 배포와 환수를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발행 화폐로 기능할 준(準)화폐적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주로 은행을 통해 발행이 허용되도록 최근 글로벌 규제 추세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실물화폐인 현금 발행 메커니즘과 유사하게 중앙은행이 CBDC를 제조·발행하고 은행이 이를 고객에게 유통하는 2단계 구조를 취할 경우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이 크게 약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CBDC 보유 한도 설정, 예금보호한도 상향 조정 등 디지털화폐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여타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가능해, 당초 우려와는 달리 은행의 기능이 크게 위축될 정도로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은행도 CBDC 도입과 여타 민간 발행 스테이블 코인 등장으로 은행 예금이 일부 대체될 가능성에 대비해 준 화폐적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검토할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CBDC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 이를 근간으로 다양한 민간 디지털화폐, 지급결제수단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이중 통화시스템이 형성될 것”이라면서 “은행이 CBDC를 기반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면 디지털 지급 결제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국에서 민간은행 중심으로 스테이블 코인 발행 실험이 진행 중인 만큼, 우리나라도 향후 디지털화폐 도입에 대비해 민간 은행의 역할 정립과 디지털화폐 발행 방안 등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들도 새로 형성될 디지털 지급 결제 생태계 하에서 경쟁력,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은행예금의 디지털화를 포함한 신사업모델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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