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집앞 GTX 시위 금지"…사법부, 은마 민폐 시위에 제동

신건웅 기자 2022. 12. 1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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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재건축 추진위 한남동 인근 집회 사실상 금지…"명예훼손도 안 돼"
무분별한 시위에 경종…"집시법 개정도 속도낼 듯"
은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나온 입주민들이 한국교통연구원이 있는 세종국책연구단지 앞에서 GTX-C 노선의 단지 관통을 반대한다며 시위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희준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집 앞에서 2주 넘게 열리던 은마아파트 주민 시위에 제동이 걸렸다.

사법부가 자신의 일방적 주장 관철을 위해 주거지역에서 시민들의 불편을 볼모로 진행되는 막무가내 시위를 금지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는 지난 9일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제기한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등 일부 주민들의 한남동 주택가 시위에 대해 사생활의 보호와 평온을 저해하는 행위 대부분을 금지했다.

정의선 회장 집 주변에선 지난달 12일부터 대형버스를 동원한 수백 명의 사람이 은마아파트 지하 일부 구간을 지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 아파트를 우회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여왔다. 발주처나 시공사도 아니지만 일부 은마 주민들은 막무가내로 정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정부와 전문가들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시위를 이어가면서 소음이나 교통체증과 같은 피해는 고스란히 인근 주민들의 몫이 됐다. 민폐 시위를 두고 은마아파트 내부 주민들 사이에서 조차 비판이 나올 정도다.

만약 시위로 GTX-C 노선의 착공이 미뤄지거나 사업이 수정될 경우 추가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개통 시점도 미뤄질 상황이었다. 피해와 비용은 상당 부분 이용자들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측은 정의선 회장 집 반경 100m 이내에서 마이크와 확성기 등 음향증폭장치를 사용해 연설·구호 제창·음원 재생 등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모욕적 발언이나 노동가요를 재생하는 등 소음을 발생해서는 안 된다.

또 정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GTX 우회 관련 주장 및 이와 유사한 취지의 현수막, 유인물 등도 부착 또는 게시해서는 안 된다. 같은 내용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행위, 동일한 내용의 현수막 등이 부착된 자동차를 주·정차하거나 운행하는 행위 등도 금지된다.

주택가 인근 일반 시민들의 평온한 사생활이 자극적 표현과 무분별한 소음으로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GTX-C 노선 변경의 협의 주체가 아닌 기업인 개인을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행위라는 신청인 측 입장을 사법부가 받아들였다.

아울러 은마 재건축 추진위 측은 정의선 회장 자택 인근 및 은마아파트에 설치한 명예훼손성 표현 및 이와 유사한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피켓, 입간판 등도 철거해야 한다. 유사한 표현이 부착된 채 주·정차된 자동차 역시 수거해야 한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 및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이는 절대적 자유가 아니고, 다른 사람의 명예와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없는 자체적 한계가 있다"며 "개인 또는 단체가 하고자 하는 표현행위가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또는 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는 개인의 주거지 부근에서 집회 또는 시위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라며 "정의선 회장의 인격권 등을 침해하고, 인근 일반 시민들의 사생활의 자유 또는 평온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은마아파트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법원 결정은 소수의 주장 관철을 위해 이해당사자가 아닌 다수 시민들의 불편과 고통을 볼모로 주거지에서 진행되는 무분별한 시위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개인의 행복추구권 및 사생활의 평온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법원 결정을 계기로 차제에 현행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집시법 개정안은 21건으로 그중 절반은 소음, 모욕, 표현방식 등이 도를 넘는 집회 및 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의견을 담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제안 설명과 전문위원 검토 및 보고까지 마친 개정안도 17건에 이르지만, 여야가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며 장기간 표류하는 상황이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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