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벗으면 폐점시간 오후 4시로?…은행들 ‘머뭇’

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창구에서 금융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정부가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검토하면서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단축 근무를 시작했던 은행의 영업시간도 정상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현재 영업시간 복원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오전 9시 반 개점·오후 3시 반 폐점’이 장기화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존 금융노사 합의에 의거해 내년 초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져도 은행 영업시간이 원래대로 늘어나지 않는다. 영업시간을 변경하려면 다시 노사 간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노조의 업무강도 저감과 4.5일제 요구 등과 맞물려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영업시간은 당초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였다. 영업시간이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3시30분까지로 줄어든 것은 지난해 7월 12일부터다.

정부가 이 시기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강화하면서, 금융노사는 일단 약 한 달 간 서울·경기·인천지점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하기로 한시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은행은 단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단축 영업이 전국지점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당시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조건은 ‘실내 마스크 전면 해제’였다. 중앙노사위원회의 회의록 기재사항에는 ‘노사는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 상 사적모임 및 다중 이용시설 제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후 영업시간 단축 여부에 대해서는 2022년 단체교섭에서 논의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매경DB]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10월 5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도 TF는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새로운 금융노조 위원장 후보가 주 4.5일제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고, 노조도 점심시간에 교대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한 번에 식사를 하러가는 점심시간 셧다운을 희망했던 분위기상 은행원들이 영업시간 정상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금융노조는 단축 영업이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은행 애플리케이션 고도화 및 보편화로 창구 이용객이 크게 줄어들어 대기 시간도 오래 발생하지 않고, 영업시간 단축과 관련한 민원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후 4시까지 은행에 가서 업무를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더 줄이면 이용을 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연봉 1억원 받고 근무는 짧게 하는 꿀직업”, “고령층은 온라인이 아니라 유선 전화로 민원을 넣는데 이걸 모르는 거 같음”, “은행 문 닫은 뒤에 하는 일이 많은 건 알지만 고객도 배려해 달라” 등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금융노조가 코로나19 사태로 가계·기업 대출이 늘어난 이익은 누리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은 외면한 채 직원 복지를 명목으로 내세워 지나치게 근로시간 단축에 집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국가 방역에 협조하느라 기꺼이 불편을 감수했던 것”이라며 “디지털 소외계층은 여전히 소수 인력이 응대하는 창구를 찾아 긴 시간 대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영업시간 정상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