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원소주'로 MZ 유혹…불황도 뚫는 편의점 저력

임찬영 기자 2022. 12. 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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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편의점의 재발견②

[편집자주] 편의점 5만개 시대다. 편의점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으며 불황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먹거리에서 생활용품까지 아우르며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유통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성장스토리를 쓰고 있는 편의점 산업을 조망해 본다.

경기 불황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편의점은 예외다. 편의점은 혼밥·혼술 등이 사회적 트렌드가 되면서 소용량 제품 위주인 상품 구성과 접근성, 편의성을 앞세워 영역을 넓혀 왔다. 최근에는 1+1·간편식 등 가성비 먹거리를 출시하며 고물가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끌어 당기고 있다. 또 MZ(밀레니얼·Z)세대가 열광하는 제품 기획력으로 젊은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가깝고 간편하니 편의점 간다
지난해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716만5788가구로 전체 가구의 33.4%다. 1인 가구 등 소가족이 늘고 혼자서 밥을 먹는 문화가 퍼지면서 편의점에 대한 인식은 바뀌어 왔다. 편의점은 동네 할인점이나 대형마트, 온라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지만 갑자기 필요한 상품이나 소용량 제품을 간단히 구매하는 채널이었다. 그렇지만 간단한 먹거리부터 식자재, 생활필수품에 이르기까지 편의점을 메인 구매처로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미지가 달라졌다.

이는 편의점 신화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일본 편의점의 상황과 유사하다. 일본의 편의점도 일명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불황에도 성장세를 유지했는데, 1인 가구의 증가가 편의점 매출에 기여했다. 일본의 1인 가구 비중은 2010년 31.2%였다. 당시 일본 편의점은 1인 가구 증가, 초고령화 등에 맞춘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한국과 일본 편의점은 모두 '접근성'이 높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국 편의점은 전국에 5만여개에 달하는 점포가 골목 곳곳에 배치돼 있고 언제든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경쟁 업태보다 접근성이 뛰어나다. 각종 규제에 영업시간이 제한된 경쟁 업태와 달리 편의점은 24시간 동안 운영이 가능하다.

◇'포켓몬 빵, 원소주 품절대란' 편의점만 있는 이유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트렌드에 적절하게 대응한 것도 주효했다. 경쟁 업태인 백화점, 대형마트, SSM보다 점포별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점포별 세분된 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게 편의점의 특징이다. 주요 타깃 층인 MZ세대를 겨냥해 시대적 흐름에 맞는 협업 상품과 콘텐츠를 잇달아 내놓는다. 예컨대 올해 초 '띠부씰' 인기를 재현한 '포켓몬빵'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유사한 정서를 이끌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빵', '디지몬빵', '원피스빵' 등 협업 상품을 연이어 출시한 것이다.

최근에는 멀티플 점포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본 편의점이 △편의점+카페 △편의점+약국 △편의점+노래방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춘 복합 형태의 점포를 운영하는 것처럼 국내 편의점들도 △편의점+세탁소 △편의점+은행 등 복합 점포를 운영 중이다. 역시 다양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주 구매층이 젊은 층이라 속도나 트렌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업태"라며 "오프라인 침체기라 불리던 코로나19 시기에도 오프라인에만 머물지 않고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한 것 역시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런치플레이션' 공략...얇은 지갑 끼니 해결사
고물가 상황에 가성비가 좋은 PB(자체브랜드) 상품 등을 통해 시장을 파고 들고 있는 것도 편의점의 고성장 요인이다. CU가 지난 2월 출시 후 무려 2000만개가량이 판매된 '연세우유 생크림빵'이 대표적이다. 전체 중량의 80%를 생크림으로 채웠음에도 가격은 2700원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됐던 2015~2017년의 편의점 도시락 열풍이 최근 인플레이션 상황에 재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시락, 삼각김밥 뿐 아니라 한끼 식사 대체가 되는 HMR(가정간편식), RMR(레스토랑간편식) 판매도 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 채널의 HMR 성장률은 전년대비 10.5%에 달한다.

편의점의 구매 1인당 구매단가는 경쟁 채널 중 가장 낮다. 지난 10월 기준 백화점이 13만1908원이었고, 대형마트 5만5141원, SSM 1만7126원 등에 이어 6790원을 기록했다. 이는 저가나 소용량 상품을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특성에 따른 것지만 그만큼 소비여력이 줄어든 소비자들을 끌어당긴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 업계는 고객 분석, 상권 분석 등을 토대로 맞춤형 기획상품을 합리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1인 가구나 MZ세대에게 필수적인 소비 채널로 성장했다"며 "장보기 등 기존에 판매하지 않았던 분야로까지 영역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어 모든 실생활을 편의점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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