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치킨집" 언제적 얘기…편의점에 돈 몰린다

김은령 기자, 정인지 기자 2022. 12. 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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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편의점의 재발견①

[편집자주] 편의점 5만개 시대다. 편의점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으며 불황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먹거리에서 생활용품까지 아우르며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유통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성장스토리를 쓰고 있는 편의점 산업을 조망해 본다.


고금리·고환율로 소비와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은 호황을 맞으며 10%대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예비 자영업자들이 편의점을 선호하고 MZ(밀레니얼·Z)세대는 편의점 제품에 열광한다. 극단적인 '소비양극화' 속에 편의점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대형마트 넘어선 편의점

11일 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미니스톱 포함),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 점포 수는 5만개를 진작에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5만700여개다. 올해에도 각 업체별로 400~800여 점포가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주요 편의점 3사 매출이 대형마트 3사 매출을 앞질렀다.편의점이 유통업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부각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매출은 전체 유통업체 매출 가운데 15.9%를 차지하며 대형마트 (15.7%)를 넘어섰다. 2010년대 초반 편의점 점포가 2만개를 넘어서며 시장 포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위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유통 전문가들은 1인가구 증가 등 인구, 가구 특성의 변화로 소비행태가 바뀌면서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은 편의점 업태가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통업태 가운데 가장 많은 점포 수를 강점으로 무인 매장, O4O(온라인-오프라인 결합) 등 먼저 리테일테크를 도입하고 금융, 택배, 의약품 판매까지 생활 플랫폼으로 역할을 해 나가며 일상의 유통채널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편의점 할래요" 자영업자 몰린다
이런 영향으로 편의점 가맹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대형 편의점 4사의 점포 순증 수는 3000여개에 육박한다. 편의점 산업이 성장하면서 타업종 대비 가맹 수요가 늘고 슈퍼마켓이나 전문 소매점에서 편의점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시장에서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편의점 점포가 2500~3000여개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불황에 더욱 집중 가파르게 오르는 외식 물가에 대응하는 수요를 편의점이 흡수할 것이란 예상이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방문객수가 급격히 회복된 기반 위에 외식 가격 인상을 대체하려는 간편식, 즉석식 판매가 늘고 있어서다. 일례로 CU의 경우 3분기 즉석식품, HMR(가정간편식) 매출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19%, 18% 성장했다.

김명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더딘 경기회복에 자영업자들의 편의점 전환이나 개점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객수 증가와 외식물가 상승 영향으로 편의점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MZ(밀레니얼 Z)세대들의 소비트렌드에 가장 빠르게 발을 맞춰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편의점 인기 요인이다. PB(자체브랜드) 상품 등 차별화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집객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외식대신 도시락"... 소비 양극화의 단면
편의점 호황은 극단적인 소비 양극화 현상의 반영이기도 하다. 명품 등 고가 소비와 가성비의 필수소비재 수요만 유지되는 가운데 편의점이 가성비 끝판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편의점은 주요 소비층인 젊은 층의 단기적이고 비계획적인 소비 활동 패턴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품질이나 본질적인 기능보다 이색적인 경험이나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 성향,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보여주기식 소비 경향에 맞춰가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을 중심으로 콜라보레이션 제품 등 PB상품이 늘어나고 이색 마케팅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소비행태에 대해 이승훈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소득 양극화가 소비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저가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저가 상품은 일자리가 불안하거나 소득이 줄기 때문에 선택하는 물품이지 소비 기호도라고 보긴 어려워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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