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지갑에 한 장은 갖고 있다”…美서 가장 쉽게 돈 버는 기업 [강인선의 자본추]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2. 12. 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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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섹터별 대장주 탐구② - 금융 대장주 ‘비자’
카드결제 ‘통행세’ 수수료 따박따박
여행수요 증가·달러 하락 수혜 기대
핀테크 자체 결제시스템 구축 우려도

◆ 강인선의 자본추 ◆

이번주 <강인선의 자본추> 코너에서 살펴볼 미국 증시 섹터는 시가총액 2위 ‘금융섹터’입니다. 각 섹터별 특징과, 시가총액 최상위주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살펴보면 증시를 보는 시야가 한층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 섹터는 글로벌 지수산출기관인 MSCI와 S&P가 개발한 글로벌 산업분류기준 방식에 따라 11개로 구분합니다. 에너지, 소재, 산업재, 임의소비재,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금융, 정보기술(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유틸리티, 리츠 등이 11개 섹터입니다.

실적 자체가 미국 경기 보여줘... 높은 배당 자랑

금융섹터의 시가총액은 지난 2일 기준 7조9200억달러입니다. 올해 들어 이 섹터의 시가총액은 10% 하락했습니다. 올들어 11개 섹터 중 10개의 섹터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는데, 금융섹터는 하락폭이 6번째로 작았습니다. ‘중간 정도’의 성적을 거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금융주에는 비자·마스터카드·페이팔과 같은 결제 수단 기업들과,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은행주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AIG 같은 보험주는 물론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같은 증권사들도 속해 있습니다. 은행, 보험사 등 금융섹터에 속한 기업들 중에는 높은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또 실적 자체가 미국 경기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실적 시즌 초입에 발표되는 은행주들의 손익계산서에는 많은 관심이 몰립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에 따르면 각 섹터들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역사적으로 주가 흐름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금융섹터는 경기침체가 1~2개 분기 앞으로 닥친 지금 시점에서는 주가가 보합했고, 침체기에 본격 진입하면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습니다. 지갑이 얇아진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으니 카드사 등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고, 은행은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연체율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증시 역시 좋지 않으니 증권사의 수익률도 좋지 않을 겁니다.

경기 흐름에 따른 미국 증시 섹터별 주가 흐름. <자료=피델리티자산운용> 경기침체기를 앞둔 현재 시점과 침체기에 돌입한 시기의 금융주 주가 흐름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투자자,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은 높아진 금융주들의 배당 매력도에 관심을 가지실법 합니다. 또 최근 월가에서는 은행 투자에 대한 매력도가 올라갔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경기침체에 들어서면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은 은행 건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실제 은행의 대차대조표와 대출의 질은 우량하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이 지금 금융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신용리스크 없고 인플레 헷지 효과도

금융 섹터 시가총액 1위 기업 비자는 ‘카드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카드회사가 아니라고 많이 표현됩니다. 국내 카드사들은 대부분 현금서비스·카드론 등 대출 서비스나, 카드 할부 결제시 발생하는 이자에서 매출의 대부분이 나옵니다. 반면 비자는 소비자들에게 카드를 직접 발급하거나 여신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소비자들이 비자 네트워크를 사용해 결제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다양한 IT 서비스에 일종의 ‘통행세’ 개념으로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비자의 사업부는 수익의 근원에 따라 ‘서비스 수수료’, ‘데이터 처리 수수료’, ‘국제거래’, ‘기타’ 부문으로 나뉩니다. 지난 4분기(7월~9월) 기준 서비스 부문에서 32.4%, 데이터처리 부문에서 35%, 국제거래 부문에서 26.9%의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세 부문간 매출 비중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서비스 수수료와 데이터 수수료는 소비자들이 비자 네트워크를 통해 더 많이, 더 비싼 제품을 살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구체적으로 서비스 수수료는 결제 금액이 늘어나면 증가하고, 데이터 처리 수수료는 거래 건수가 늘어나면 증가하게 돼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두 문단에서 비자 사업모델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건너뛰셔도 됩니다)

미국 신용카드 시장의 구조를 한번 살펴볼까요?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해당 가맹점은 매입기관(주로 은행)에 결제 승인을 요청하고, 매입기관은 카드 발급기관에 또 승인을 요청합니다. ‘이 카드의 주인이 당신들이 갖고 있는 개인정보와 일치하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겁니다. 정보를 확인한 발급기관은 매입기관에 결제 승인을 내주고 매입기관은 또 가맹점에 승인을 내 고객들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게 됩니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네트워크는 이 구조 속에서 매입기관과 발급기관을 연결합니다. 서비스 수수료는 발급기관이 비자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 명목으로 거두는 수익이고, 데이터 처리 수익은 카드 발급기관과 매입기관이 비자에 내는 수수룝니다.

미국 신용카드 시장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비자는 카드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따박따박 수익을 챙겨갈 수밖에 없게 되겠습니다. 혹자는 비자가 ‘망할 수 없는 기업’이라고 하는데, 비자의 매력은 이처럼 탄탄한 수익구조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이익은 주주들과 나눕니다. 비자는 통상 조정 잉여현금흐름의 80~100%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사용합니다.

비자는 돈을 빌려주는 여신 기능이 없어 국내 카드사처럼 채무자들이 신용카드 대출을 갚지 못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신용 리스크도 지지 않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결제 건수도 커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 헷지’도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거래 수수료는 카드 사용자가 발행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결제했을 때 발생합니다. 송금·출금·환전 등을 대신 해 주고 받아가는 수수료입니다. 국제결제 수수료는 대금의 1% 수준으로 다른 두 국내 서비스 사업부의 수수료 0.26%보다 높습니다. 국제결제가 많아질수록 비자의 이익이 더 크게 개선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제결제 증가가 실적호조 이끌어

최근의 실적 호조도 이 국제결제 수수료가 이끌었습니다. 비자의 지난 4분기(7월~9월)주당순이익(EPS)은 1.93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였던 1.86달러를 뛰어넘었으며 매출액도 77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 75억4000만 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여름 여행 시즌이었던 지난 4분기 비자의 국제거래 수수료 부문의 매출액(유럽 내부 제외)이 36% 상승해 다른 부문의 상승률인 10~12%를 크게 상회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알프레드 켈리 비자 CEO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경기침체로 인한)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있겠지만 우리는 소비자 결제,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에서의 장기적인 성장에 대해 자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코로나19로 감소했던 여행이나 출장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만큼 이 부문 매출액은 여전히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국제거래 수익 증가율은 18%로 추정된다”며 “해외여행 확대라는 명확한 추세가 수익성 개선을 담보한다”고 설명했다. 비자는 4분기 배당금도 20% 상향해 주당 0.45 달러로 끌어올렸으며 120억 달러 규모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현재 비자의 배당수익률은 0.83%입니다.

또 비자는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수혜를 볼 것으로도 보입니다. 지난 4분기 기준 비자 매출액의 57%가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비자는 그간 ‘강달러’의 피해를 봐 왔습니다.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이 달러로 환산되는 과정에서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백 연구원은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결제금액 증가율은 선방했으며, 추후 달러 약세 전환 시 달러환산 기준 결제금액 증가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비자의 밸류에이션도 잠깐 살펴볼까요? 6일 현재 비자의 주가순이익 비율은 30.53입니다. 비자의 주식은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의 30.53배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2010년 이후 비자의 평균 PER는 30.04입니다. 지금 비자의 주가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구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자 주가순이익비율(PER) 추이 <자료=매크로트렌드 데이터 필자 가공>
완벽해보이는 비자에도 우려요인은 있습니다. 페이팔·스퀘어 같은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들이 점차 자신들만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파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입니다.페이팔은 매입기관, 발급기관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가맹점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을 키우고 있습니다. 비자, 마스터카드 등 전통 결제 시스템 기업들과 경쟁하는 셈입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아마존페이 등 각종 간편결제 수단들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기존에는 비자의 가맹점이었을 기업들이 일종의 ‘지갑’을 만들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현금을 충전해놓게 하고 대금을 결제하게 하는 건데, 이 역시 비자의 사업모델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에 카드를 등록하지 않고도 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되니 비자나 마스터카드와 같은 기존 결제 시스템사들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직 글로벌 카드 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지속적으로 커 나갈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수익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비자도 2019년부터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 덕분에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에 따른 수익 증대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핀테크 혁명 속에서 비자 역시 손놓고 있지많은 않습니다. 2015년부터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을 인수하며 새로운 결제 시스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려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자 장기 투자자들이라면 비자의 이러한 노력이 어떤 결실을 보일지도 눈여겨 보면 좋겠습니다.

<강인선의 자본추>는 한국과 미국 주식에 대한 재밌는 소식들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MZ세대가 연인관계에서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것처럼, 자본과도 편하게 친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씁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 하시면 더 빠르게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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