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메뚜기' 가입자 붙잡기 고민…전편 동시 공개 vs 순차 공개

강애란 2022. 12. 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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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 '몰아보기' 익숙…디즈니+도 한국 드라마 최초 '커넥트' 전편 공개
신작 공백기에 가입자 이탈…"순차 공개로 화제성 이어지면 가입자 유치에 유리"
스마트폰 온라인동영상서비스 (PG)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1. 넷플릭스를 구독해오던 직장인 A(37)씨는 연말 연차를 내고 '변호사 쉬헐크', '문나이트' 등 마블 시리즈를 몰아볼 생각으로 디즈니+로 갈아탔다.

#2. 지난해 티빙에서 '술꾼도시여자들'을 재밌게 봤지만, 매달 내는 이용료가 부담스러워 구독을 중단했던 또 다른 직장인 B(35)씨는 이달 시즌2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티빙 구독을 시작할지 고민하고 있다.

11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에 따르면 신작 드라마 공개나 개인의 필요에 따라 OTT를 이리저리 갈아타는 이른바 '메뚜기' 가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정 OTT 한곳에 머무르며 '충성'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OTT를 옮겨 다니는 것이다.

각 플랫폼은 이런 메뚜기 가입자 유치나 이탈 방지를 위해 신규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OTT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드라마는 모든 회차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전편 동시 공개'와 회차를 나눠 일정 기간에 걸쳐 보여주는 '순차 공개'로 나뉜다.

'몰아보기' 트렌드 만든 넷플릭스…장르물 몰입도에 효과

OTT 업계 선두주자이자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공개일에 작품의 모든 회차를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일주일에 1∼2회차를 보여주던 TV 드라마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 이른바 '정주행', '몰아보기'라는 새로운 시청 행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드라마를 연달아 이어보면 마치 긴 영화 한 편을 보듯 작품을 집중해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야기 흐름이 끊기지 않으니 몰입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에 대한 대중 평가도 즉각적이고 폭발적으로 나온다.

이런 몰아보기는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오징어 게임'의 인기 요인이자 넷플릭스가 TV를 대신해 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하게 된 이유로도 꼽힌다.

전편 동시 공개는 범죄, 추리, 액션, SF 등 몰입감이 중요한 장르물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웨이브의 학원 액션물 '약한 영웅'도 8회가 동시에 공개됐다. 웨이브는 대다수의 작품을 순차 공개하지만, 작품에 따라 공개방식을 달리한다.

'약한 영웅'을 연출한 유수민 감독은 OTT 드라마의 특징을 묻는 말에 "8부작을 한꺼번에 오픈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 그게 통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1'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11월 론칭 이후 줄곧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를 순차 공개해 오던 디즈니+도 최근 정해인·고경표 주연의 '커넥트'는 처음으로 총 6회를 한꺼번에 공개했다.

디즈니+가 전편 동시 공개를 시도한 데는 몰아보기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불만과 작품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지 않는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디즈니+가 공개한 SF 드라마 '그리드'는 순차 공개로 극의 몰입도가 깨진다는 반응이 나왔고, 이성민 주연의 범죄물 '형사록'은 초반에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가 최종회가 공개된 이후에야 작품성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주연 이성민도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와 달리 드라마가 순차 공개되다 보니 작품에 대한 평가가 뒤늦게 나온 것 같아 아쉽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디즈니+ 새 드라마 '커넥트' [디즈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OTT 갈아타는 '메뚜기' 가입자…구독 유지에는 순차 공개가 유리

넷플릭스와 달리 후발주자인 디즈니+를 비롯해 토종 OTT인 웨이브, 티빙, 왓챠 등은 순차 공개 방식을 선호한다.

인기 드라마에 대한 수요를 일정 기간 이어가면서 플랫폼의 인지도를 높이고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티빙의 역대 콘텐츠 가운데 유료 가입자 유입률 증가 1위로 꼽히는 '술꾼도시여자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매주 2회씩 총 6주에 걸쳐 방영된 시즌1은 넷플릭스, 웨이브에 밀려 부진한 성적을 보이던 티빙의 입지를 다진 작품으로 통한다.

순차 공개 방식은 다음 신작이 나오기 전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드라마의 모든 회차를 하루에 다 공개해버리고 나면, 그다음 신작이 나오기까지 공백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커넥트'의 모든 회차를 한꺼번에 공개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뒤에 신작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디즈니+는 '커넥트' 공개 2주 뒤인 최민식 주연의 대작 '카지노'를 선보인다.

오리지널 드라마가 상대적으로 적은 왓챠, 쿠팡플레이가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순차 공개를 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OTT 플랫폼들이 신작 공백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플랫폼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메뚜기 가입자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독주하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디즈니+, 애플TV+,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가입자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메뚜기 가입자들은 구독료를 낸 기간만큼 해당 OTT의 콘텐츠를 마음껏 누리다 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OTT로 갈아탄다. 12월에는 넷플릭스 작품을 몰아보고, 내년 1월에는 디즈니+, 2월에는 티빙 등으로 갈아타는 식이다.

최근 OTT 드라마를 작업한 감독은 "예전에는 넷플릭스 하나만 있었지만, 지금은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만큼 OTT가 많아졌다"며 "그만큼 구독자들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OTT의) 니즈가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차 공개는 구독자들을 오래 붙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선호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편 동시 공개는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그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가져오는 장점이 있는 대신 메뚜기 가입자들이 쉽게 떠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반대로 순차 공개는 가입자들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대신 상대적으로 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단번에 끌어올리기 어렵고, 반응이 늦게 나오기도 한다.

한 OTT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OTT의 콘텐츠 투자 목적은 가입자 유치로, 순차 공개를 하면 화제성을 오래 끌 수 있고, 그만큼 가입자도 지속해서 유치할 수 있다"면서도 "동시 공개는 일시적으로 화제성과 파괴력이 크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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