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난 청정 여행지 괌 뒤엔 '한국인 조력자' 있었다

윤슬빈 기자 2022. 12. 11. 09: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은호상 괌정부관광청 한국마케팅위원회장
괌 굴지의 기업 회장, 관광청 사외이사 맡게 된 사연
괌 해변ⓒ News1 윤슬빈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코로나19 이후 가장 빠르게 회복세에 접어든 해외여행지를 꼽으라면 '괌'이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를 해제하면서 괌으로 떠나는 여행객은 폭증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에 따르면 격리 없는 해외 인기 여행지 상위 10개 중에 괌이 1위를 차지했으며 격리 해제 발표 직후 500%(6배) 이상 검색량이 증가했다.

괌정부관광청이 발표한 2022년 회계 연도(2021. 10~2022.9) 집계 수치에 따르면 괌 전체 여행객 수는 21만6915명으로 이중 한국인이 10만8454명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전년 대비 약 52배나 증가한 수치다.

괌이 이렇게 잘 나가는 데엔 숨은 조력자가 있다. 바로 은호상 괌정부관광청 한국마케팅위원회장이 주인공이다. 한국 여행객에게도 익히 알려진 '두짓타니 괌 리조트'와 '더 베이뷰 호텔 괌'의 소유주이자, 30년된 괌 현지에서 가장 큰 기업인 '코어 테크 그룹'의 회장이다.

엄밀히 말해 코어 테크 그룹은 종합 건설업체로 호텔은 극히 일부 사업이다. 지난해 미국 국방성 수주 금액 100위 기업 가운데 건설 부문 5위, 전체 5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굴지의 기업 회장이 왜 관광청 일을 겹업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7일 괌정부관광청 연말 행사를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은 회장을 만났다.

지난해 11월 괌 현지에서 만난 칼 T.C. 구티에레즈 괌정부관광청장(왼쪽), 은호상 괌정부관광청 한국마케팅위원회장ⓒ News1 윤슬빈 기자

"괌 국회의장이 찾아와 '무엇이든 해달라'며 25분 동안 간곡히 부탁을 했습니다. 상세한 요구도 없었어요."

은 회장에게 있어 괌은 괌에 있어 그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그의 회사인 코어 테크 그룹은 괌 현지 기업이다. 금융, 부동산, 건설 분야의 다양한 기업으로 구성한다.

다수의 미국 군사 및 국방 프로젝트를 맡는 동시에 저소득 주택을 개보수하고 버려진 해군 주택 시설을 학교로 재개발하는 등 괌 사회, 경제적 복지에 기여하고 있다. 매년 현지 학생들에게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인구의 40%가 관광업 종사자인 만큼 코로나19 팬데믹이 큰 위기로 닥치자 괌 정부는 은 회장에게 SOS를 요청했다. 금전적인 지원 요청은 아니었다. 어떠한 제시안을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은 회장은 도저히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2021년 2월부터 괌정부관광청 이사회 입법부 이사직으로 한국마케팅위원회장을 맡게 된다. 매일 밤 11시에 퇴근할 정도로 매시간이 '금'이었던 그이지만, 임명 이후 매달 있는 입법부 회의와 상시로 여는 관광업계 행사를 꾸준히 참석하며 관광청 일을 허투로 하지 않았다.

그가 관광청에 들어온 후 가장 먼저 마케팅 활동을 '코로나19 청정 지역'으로 틀었다.

그는 "2021년 4~5월 당시, 한국에서 백신 접종률에 따라 안전한 국가로 분류하는 분위기였다"며 "괌의 높은 접종률을 바탕으로 '청정 지역'으로 포지셔닝을 했는데 그게 들어 맞았다"고 말했다.

괌은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우선 할당 받아 지난해 6월 말 기준 괌 성인 75%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청정 지역' 마케팅과 더불어 괌 정부가 '격리 면제' 카드를 꺼내면서 여행업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흐름을 타며 은 회장은 괌정부관광청 '한국 지사' 설립에 나선다. B2B(기업간) 마케팅과 B2C(기업·소비자간) 영업 활동을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괌 정부를 끊임없이 설득해야 했다.

은 회장은 "아무래도 업계를 움직이는 데 지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포텐셜 변화가 크다"며 "당시 일본엔 지사가 있었는 데 유명무실했기에 굳이 지사를 설립해야 하냐는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지사를 설립하기로 밀어붙인 데엔 괌에 진심을 다하는 박지훈 지사장(당시 한국사무소 부장)의 역할이 컸다"며 "결과적으로 이 전략이 성공했고 앞으로 지사 규모를 확대하고 싶다"고 전했다.

실제 지사 설립한 이후 빠르게 괌정부관광청은 한국인 여행객 대상으로 '안전한 괌'에 초점을 두고, 본격 홍보·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여행사엔 상품 기획을 항공사엔 노선 확대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 일환으로 100만달러(약 11억76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국 귀국을 위한 PCR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2022 괌정부관광청 무비나잇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는 은호상 회장(괌정부관광청 제공)

30년 넘게 괌에 정착한 은 회장이 말하는 괌의 매력은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 정치학 학·석사를 마치고 결혼과 함께 괌에서 건설 관련 일과 엮인 장모를 따라 괌과 인연을 쭉 맺게 된다.

은 회장은 "여러 나라를 가봤지만 위치, 자연, 즐길 거리, 문화로 보나 괌은 어느 나라도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여행지"라며 "천연 자연이 있고 정겨운 촌락도 있고 또 아시아의 작은 미국이라는 독특함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여행객들은 괌에 오면 호텔과 리조트들이 몰려 있는 투몬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쉽다"며 "내년부터는 관광청이 '컬러오브괌' 캠페인을 펼치며 '색으로 보는 다채로운 괌'을 콘셉트로 아름다운 여행지들을 소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호상 회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나는 괌에 살고 영원히 괌에 살 사람이기 때문에 끊임 없이 괌을 위해 투자할 생각이다"라며 "향후 호텔은 2~3개는 더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eulbi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