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의 야심… 애플페이 국내 상륙 '초읽기'

강한빛 기자 2022. 12. 1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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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큰놈' 온다… ○○페이 지각변동①] 게임체인저냐 '찻잔 속 태풍'이냐

[편집자주]애플페이가 출시 이후 8년 만에 한국땅을 밟는다. 소문만 무성했던 서비스 도입의 종착역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와 독점 계약을 맺고 내년 초부터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엔 진짜다.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국내 간편결제서비스 터줏대감인 삼성페이부터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카드사들은 각각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라는 거대한 이름값이 무색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선 단말기 확보가 중요하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서비스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애플페이는 국내 간편결제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정태영의 야심… 애플페이 국내 상륙 '초읽기'
② 빅테크 잡으러 '적과의 동침'… 카드사 '오픈페이' 출격
③ 삼성페이 "나 떨고 있니"… '페이 시장' 새판짜나

미국 IT기업 애플의 비접촉식 결제서비스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의 손을 잡고 한국 땅을 밟는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하는 건 2014년 서비스 출시 이후 8년 만이다.

그동안 애플페이는 국내 진출을 추진했지만 막판 논의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금융당국이 애플페이의 약관심사를 완료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내 서비스가 공식화됐다. 내년 초면 국내에서도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애플페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삼성페이는 물론 카드사, 빅테크를 뒤흔드는 강력한 메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존재하는가 하면 단말기 보급 등 초반 흥행을 위한 과제가 산적해 '이름값'을 못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지갑킬러' 애플페이, 현대카드와 국내 간편결제 시장 노린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사진=현대카드
2014년 출시된 애플페이는 아이폰에 카드 정보를 저장하면 지갑이나 카드 없이 상점, 식당 등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이폰 이용자들을 등에 업고 현재 74개국에 발을 넓힌 상황이다.

국내 진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과거 애플페이가 상륙한다는 말은 여러 차례 돌았지만 빈번히 불발로 이어졌다. 그러다 올해 9월 애플페이와 현대카드가 국내 단독 사용권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 다시 국내 진출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달 5일 금감원이 애플페이의 약관심사를 완료한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서비스 개시도 확실시 됐다. 큰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초면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애플페이 국내 상용화를 위해 직접 미국에 건너가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애플페이 도입이라는 카드를 꺼낸 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 순익이 1557억으로 집계돼 롯데카드(1772억원)에게 업계 4위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정 부회장에게 애플페이 국내 도입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카드업계를 뒤흔드는 강력한 무기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간편결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간편결제서비스 이용금액은 하루 평균 7232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용건수는 8.3% 증가한 2317만건으로 나타났다. 금액과 이용건수 모두 201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조달상황 악화 등 업황이 좋지 않아 미래 먹거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인데 정 부회장은 돌파구로 애플페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폰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간편결제 시장에 침투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흥행할까?… 관건은 NFC 단말기 보급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사진=로이터
다만 애플페이의 흥행 여부에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아성에 비해 초반 흥행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무엇보다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과거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이 무산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의 카드결제 단말기에서만 사용이 가능한데 국내에서는 대부분 마그네틱보안전송(MTS) 방식의 카드결제 단말기를 쓰고 있다. 전국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경쟁 상대로 꼽히는 삼성페이는 NFC, MTS 모두 지원한다.

현대카드는 애플 측에 NFC 단말기의 보급 확대를 위한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NFC 단말기 한 대당 비용은 최대 15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국 280만개 가맹점에 단말기를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42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다만 현대카드가 서비스 범용화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도 문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업자와 부가통신업자는 대형신용카드가맹점이 자기와 거래하도록 대형신용카드가맹점 및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소상공인이 해당 비용을 들여 단말기를 설치할지도 미지수다.

카드업계 전문가는 "결국 NFC 단말기 보급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법 저촉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용자도 당장은 현대카드 회원, 여기에 NFC 단말기가 보급된 가맹점에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 서비스 범용화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단말기 문제가 쟁점인 만큼 현대카드가 온라인에 애플페이 서비스를 먼저 선보이고 향후 오프라인 영역을 확대하는 방식을 구사할 수도 있다"며 "생각보다 시장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란 진단도 나오지만 애플페이 확산 추이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5일 약관심사 완료 후 감독국에서 단말기 문제 등 서비스 개시 후 문제가 될 부분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검토 완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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