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8강전 취재하던 美기자 숨져···격무 호소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취재하던 미국 기자가 경기장 기자석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언론은 10일 “미국의 저명한 축구 기자인 그랜트 월이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준준결승이 열린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월 기자 근처에 앉았던 동료 기자들에 따르면 연장전이 진행 중일 때 월이 갑자기 쓰러졌다.
월 기자 대리인인 팀 스캔런은 “기자석에 있던 월 기자가 연장전이 시작됐을 때 일종의 격심한 고통을 겪는 듯 보였다”며 “즉석에서 소생술이 시도됐지만 결국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48세로 세상을 떠난 월 기자는 이번이 8번째 월드컵 취재인 베테랑 축구전문 기자였다. 그는 최근 월드컵 취재로 격무에 시달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피통신은 “그가 이달 초 카타르에 있는 병원에 다녀왔다”며 “3주간 잠도 거의 못 자고, 스트레스가 심했다”는 그랜트 월의 SNS글을 보도했다.
월 기자는 최근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 “코로나19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오늘 미디어 센터 내 병원에 다녀왔다. 그들은 아마 기관지염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는 글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미국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고인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에서 축구와 대학 농구 등을 주로 취재했으며, 2020년 SI 퇴사 후에는 서브스택을 통해 구독자들과 교류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성명을 통해 “고인의 축구 사랑은 엄청났다. 국제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그의 기사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축구협회와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인 최고유산전달위원회(SC)도 월 기자가 축구에 보여온 애정에 경의를 표하고 그의 가족과 친지, 동료들에 애도를 전했다.
한편 월 기자 형제는 SNS에 올린 영상에서 월 기자가 살해됐을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월 기자는 경기장에 동성애자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는 무지개색 티셔츠를 입고 입장하려다 저지당한 적 있다.
월 기자 형제는 “내가 동성애자이고, 월 기자는 나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티셔츠를 입었던 것”이라며 “내 형제는 건강했다. 그는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난 내 형제가 그냥 죽었다고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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