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거제·천안·대전...사라지는 지자체 공공배달앱

배동주 기자 2022. 12.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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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1개였던 공공배달앱 중 7개 중단
남은 앱 대부분 하루 1000명 이하 이용 중
소비자 유인 없는데, 배달 수요 감소 타격
지역화폐 예산 삭감…사업 종료 증가 전망

시장을 ‘악’으로 규정한 ‘선’이 있습니다. 바로 공공배달애플리케이션(앱). 배달 앱이 음식 주문 중개수수료를 계속 올리고, 수수료는 음식 가격에 전가되는 악순환 속에 공공배달앱은 선을 자처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쏟아 낮은 중개수수료를 적용하는 ‘착한 배달앱’.

2020년 3월 전북 군산시가 중개수수료 없는 착한 배달앱이라며 ‘배달의명수’을 낸 것을 시작으로 중개수수료 1~2% 안팎의 공공배달앱은 전국 지자체에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그리고 현재 공공배달앱은 속속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착한 배달앱은 왜 자리를 잡지 못했을까요?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경기도 제공

11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1개에 달했던 지자체 공공배달앱 여전히 운영 중인 공공배달앱은 15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천안시 ‘배달이지’, 대전시 ‘부르심’, 춘천시 ‘불러봄내’ 3곳이 사업을 종료했고, 경남 진주·통영시 등은 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남은 15개 공공배달앱도 상황이 좋진 않습니다. 이들 공공배달앱 중 하루 이용자가 1000명을 넘는 공공배달앱은 서울시, 경기도, 부산시, 대구시 등이 운영하는 일부 앱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활성 이용자 수만 100만명을 넘는 배달의민족과는 비할 수도 없습니다.

최근엔 2021년 3월 경남 최초로 공공배달앱을 도입했던 거제시가 사업 종료 방침을 정했습니다. 제주도 등이 최근 새로 공공배달앱을 도입하고 나섰지만, 지난해 말 운영됐던 공공배달앱 수를 기준으로 하면 7곳이 올해 들어 사업 종료 및 서비스 잠정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공공배달앱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게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공공배달앱이 등장한 가장 큰 이유가 중개수수료였기 때문입니다. 광고비, 카드 수수료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소상공인들 호소를 들은 지자체에서 수수료율을 낮춘 게 공공배달앱입니다.

배달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중개수수료 6.8%, 카드수수료 3.3% 혹은 광고비 월 8만원을 받습니다. 단건 배달인 배민1에선 수수료가 더 높아집니다. 요기요는 12.5%, 쿠팡이츠는 9.8%(일반형 기준)를 중개수수료로 떼 갑니다. 반면 공공배달앱은 1~2% 수준에 그칩니다.

문제는 소비자 유인이 없다는 점입니다. 10만원을 충전하면 10%를 돌려주는 식의 지역화폐와 연계하는 방식이 전부였습니다. 지역화폐와의 연계를 빼면 공공배달앱은 경쟁적으로 입점 업체 수를 늘리고, 마케팅에 돈을 쏟는 배달 앱 시장에서 이렇다 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죠.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은 공공배달앱에 직접적인 타격이 됐습니다. 그나마 일부 이뤄졌던 주문마저 크게 줄어든 탓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음식서비스 거래액이 2조91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 줄었습니다.

배달 수요 감소는 수요 자체가 적었던 공공배달앱에 특히 타격이 됐습니다. 거제시는 공공배달앱 사업 종료 이유를 설명하며 “가맹점에 중개수수료와 광고료를 받지 않고 주문 건당 배달비 1000원 지원, 결제 시 페이백 등의 방안을 마련했으나 효과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공공배달앱 수수료 구조. /부산시 제공

시장에선 지자체의 공공배달앱 사업 종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배달 음식 주문 시 지역화폐를 쓸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공공배달앱으로 소비자 유입을 이끌었지만, 정부가 지난 8월 2023년부터 국비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실제 예산 문제로 지역화폐 발행액을 줄인 인천의 경우 곧장 공공배달앱 주문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천시 서구에 따르면 공공배달앱 배달서구의 월평균 주문 건수는 올해 5~6월 8만1000건이었으나 7월로 접어들면서 6만4000여건으로 21%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 기간은 인천시가 지역화폐인 인천이음 할인율을 월 결제액 기준 ‘50만원까지 10%’에서 ‘30만원까지 5%’로 줄인 기간과 겹칩니다. 인천시 역시 “배달서구 사용량이 7월부터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인천 지역화폐 인천이음의 캐시백(할인율) 혜택 축소”라고 봤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지자체는 공공배달앱 성과 알리기에 급급한 모양새입니다. 최근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총 누적 거래액 22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0년 12월 출범 이래 만 2년도 지나지 않아 이룬 성과로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이뤘다고 자평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자체가 악으로 규정했던 시장의 배달앱과는 비할 바가 못 되는 수준입니다. 데이터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특급의 월간 이용자 수는 지난 11월 4만명 수준에 그칩니다. 국내 배달 시장 3위인 쿠팡이츠만 해도 월간 사용자 수가 360만명입니다.

더구나 경기도는 월간 이용자 4만명을 위해 매년 130억원 넘는 국민 세금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자체 배달앱 ‘불러봄내’의 운영을 시작했던 춘천시가 출시 한 달 만에 사업 포기하면서 “매년 3억 원의 예산 투입에 부담이 컸다”고 설명한 것과 크게 대조됩니다.

한편 거제시는 최근 공공배달앱을 중단하면서 “공공배달앱의 개발 취지는 좋지만 실제로 정착되기엔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며 “환경개선 사업 등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다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지자체들도 한번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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