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이 연 '또 다른 우주'…음악과 하나 된 연주에 기립박수

임지우 2022. 12. 1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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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의 나이로 세계 클래식계를 들썩이게 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레퍼토리지만, 임윤찬이 보여준 작품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뛰어난 연주 기량은 관객의 음악적 시야를 한 뼘 넓혀줬다.

이날 임윤찬의 공연은 전석 매진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는 공연 한 시간 전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찾아 임윤찬을 둘러싼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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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클라이번 우승 후 첫 서울 독주회…2천석 매진에 뜨거운 환호
올랜도 기번스·바흐 '신포니아' 등 참신한 레퍼토리 선사
임윤찬 서울 독주회 공연 장면 [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열여덟 살의 나이로 세계 클래식계를 들썩이게 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그가 반 클라이번 우승 이후 서울에서 가진 첫 독주회는 음악으로 문을 연 새로운 우주를 관객 앞에 선보인 시간이었다.

임윤찬은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올랜도 기번스의 '솔즈베리 경의 파반느와 갈리아드'를 시작으로 바흐 '신포니아', 리스트 '두 개의 전설'과 '단테 소나타'를 차례로 연주했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레퍼토리지만, 임윤찬이 보여준 작품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뛰어난 연주 기량은 관객의 음악적 시야를 한 뼘 넓혀줬다.

임윤찬 서울 독주회 공연 장면 [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한 임윤찬은 관객에게 인사한 뒤 피아노 앞에 앉아 지체 없이 첫 곡을 시작했다. 르네상스 시대 작곡가 기번스의 곡으로 문을 연 그는 6분여의 짧은 연주만으로도 곡이 쓰인 중세 시대의 풍경을 공연장으로 소환해냈다.

이어 들려준 바흐 '신포니아' 역시 무대에서 만나기 어려운 생소한 곡이다. 각기 다른 조성의 15곡이 이어진 '신포니아'를 통해 임윤찬은 희로애락을 오가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전했다. 분위기가 다른 곡을 연주할 때는 사이사이에 충분히 숨을 고르고 땀을 닦고 눈을 감으며, 이어지는 곡에서 표현할 감정에 충분히 젖어 든 뒤 건반에 손을 올렸다.

임윤찬은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을 "바흐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담았다고 느껴지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희망과 기백이 넘치는 순간부터 애절하고 비통한 내면까지 임윤찬이 그려낸 바흐의 진면모를 만난 시간이었다.

임윤찬 서울 독주회 공연 장면 [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리스트의 곡으로 채운 2부 무대에서 임윤찬은 음악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꾼으로 변신했다.

'두 개의 전설'은 리스트가 성 프란체스코의 일대기를 음악으로 그려낸 작품. 성 프란체스코가 설교를 통해 숲의 새마저 탄복시켰다는 이야기와 거친 파도를 영적인 힘으로 건너는 내용의 서사시가 건반 위에 펼쳐졌다.

임윤찬은 성자가 파도를 뚫고 나가는 부분에서는 발을 구르기도 하면서 극적인 순간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표현한 여리고 섬세한 연주부터, 거친 파도가 주는 공포감을 구현한 웅장하고 강렬한 타건(打鍵)까지 소리로 말하는 배우가 된 듯 작품 속 감정을 오롯이 전달했다.

마지막 곡인 리스트 '단테 소나타'는 임윤찬이 지금의 명성과 관심을 얻은 모든 이유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듯했다. 손이 보이지 않는 화려한 연주뿐 아니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대서사시인 단테의 '신곡'에 대한 깊은 이해와 몰입력이 2천여 명의 관객을 숨죽이게 했다.

임윤찬 서울 독주회 공연 장면 [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지막 음이 끝나자마자 관객 대부분이 일어나 뜨거운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환호성에 머쓱한 듯 웃음을 지은 임윤찬은 앙코르곡으로 바흐 '시칠리아노'와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를 들려줬다.

이날 임윤찬의 공연은 전석 매진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는 공연 한 시간 전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찾아 임윤찬을 둘러싼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지난 3일 도쿄 산토리홀에서 일본 데뷔 무대를 가진 임윤찬은 내년에는 본격적인 해외 활동에 들어간다. 내년 1월 18일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데뷔 무대를 가지며 뉴욕과 밀라노, 로마, 파리 등 미국과 유럽 투어에도 나설 계획이다.

임윤찬 서울 독주회 리허설 장면 [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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