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영끌→손절→줍줍’ 급급매 갭투자 여전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2. 12. 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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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반기 308건 아파트 갭투자 등록
1억~20억원대 매매-전세 차이 다양
갭투자 최다 지역 노원 송파 順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박형기 기자]
역대급 주택시장 침체에도 서울에서 수백건의 갭투자(집값과 전셋값 차이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부동산업계예 따르면 노원 등 금리 인상과 대출 부담으로 집값이 수억원이 내린 외곽 지역 내 중소형 아파트가 타깃이 됐다. 직전 거래보다 수 억원 낮은 가격에 나온 ‘급급매’를 잡아 다시 전세를 내준 사례도 있었다.

특히 수십억원의 공격적인 투자를 선택한 사례도 있었다. 강남권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서초구 반포동, 강남구 도곡동 등지에서 매매가와 최대 20억원 차이 나는 갭투자가 이뤄졌다.

아파트 실거래 빅데이터 업체 아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이후 서울에서 308건의 갭투자가 등록됐다. 아실은 매매 이후 소유주가 거주하지 않고 전·월세 세입자를 들이면 갭투자로 분류한다.

중소형 아파트가 많아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노원구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이 등록됐다. 같은 기간 노원구에는 38건의 갭투자가 등록돼 서울 25개 자치구 중 등록 건수가 가장 많았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역센트럴푸르지오 전용 59㎡는 지난 10월 7억원에 매매된 후 4억7000만원 신규 전세 계약이 등록됐다. 매수자가 실거주하지 않고 2억3000만원에 갭투자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면적 매물은 작년 12월 10억1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지난달 9일에는 하계동 하계1차청구 전용 84㎡를 7억1000만원에 매수한 집주인이 1주 뒤인 16일 전세보증금 5억원에 신규 세입자를 들였다. 이외에도 인근에서 5~6억원대 매매된 아파트 중 일부는 2억~3억원대 갭투자로 사들인 사례가 있다

노원구에서 갭투자가 많이 이뤄진 이유는 올해 들어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폭이 가장 큰 지역이기 때문이다. 기존보다 수억원 싼 값에 나온 ‘급급매’ 매물을 갭투자로 사들인 다음 전세나 월세로 임차인을 받는 방식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이달 첫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5일 기준)을 보면, 노원구는 올해 들어 아파트 가격이 8.84% 하락했다. 서울 전체 하락률 5.21%를 훌쩍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원구는 지난달 21일 변동률 -0.88%를 시작으로 같은 달 28일 -0.95%, 이달 5일 -0.85%를 기록하는 등 하락률이 3주 연속 1%에 육박하고 있다.

래미안퍼스티지 49.3억에 매입, 3주 뒤 29억에 세입자 들여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경 [매경DB]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권의 경우 매매와 전셋값 격차가 더욱 컸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중 하락세가 제일 가팔랐던 송파구에서도 갭투자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지난 7월 이후 송파구 갭투자는 총 21건으로 노원구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국토부 실거래 자료를 보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18억5000만원에 팔린 뒤 보증금 11억원에 전세 세입자를 맞았다.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144㎡도 지난 10월 25억원에 팔린 뒤 15억원에 신규 전세계약을 맺었다.

인접한 강동구에서는 신축 대단지가 밀집한 고덕동을 중심으로 매입 후 6억~7억원 낮은 가격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은 갭투자 사례가 있다.

매매가격과 전세 보증금 격차가 20억원에 달하는 갭투자 사례도 있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15㎡는 지난 9월 같은 평형 최고가인 49억3000만원에 팔린 뒤 3주 만에 29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매매와 전세 가격 차이는 20억3000만원으로 이 기간 체결된 서울 아파트 갭투자 중 가장 컸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2차 전용 176㎡는 지난 9월 45억원에 손바뀜한 뒤 이달 30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등록됐다.

일각에서는 정부 대출규제 완화 등의 효과가 일부 나타난 결과라며 금리가 높아도 저점 가격대로 인식하면 아직 매수세가 살아있다는 반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 대다수는 이런 투자 방식은 현금 여력이 있더라도 최근 시장 분위기상 상당히 위험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편,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시행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국내 가구의 빚(부채)이 평균 9000만원을 돌파했다. 29세 이하 청년이 진 빚은 지난해 대비 40% 넘게 급증하며 5000만원을 넘어섰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통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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