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덫'…복지 사각지대로 꽁꽁 숨는 취약계층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김선호 2022. 12. 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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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수원 세 모녀에 이어, 신촌 모녀 사건까지 생활고로 인한 일가족의 비극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데도 그런 기회가 연결되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들도 많습니다.

비극적인 사건이 언론을 통해 조명될 때마다 대책은 강화되지만, 복지 사각지대로 꽁꽁 숨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빚 독촉을 받는 이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역대급 고물가와 대출 금리 상승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더 늘고 있습니다.

김예림 기자가 먼저 실태를 짚어보겠습니다.

[빚의 굴레에서 복지 사각지대로…채무의 악순환 / 김예림 기자]

지난 6월, 실종 한 달 만에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초등학생 일가족.

그로부터 한 달 뒤, 투병과 극심한 생활고에 지쳐 세상을 등진 수원 세 모녀.

이들 모두 사망 전 채무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문제는 빚이 있는 경우, 빚 독촉 등을 피해 사회적 고립을 자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기 더욱 쉽습니다.

수원 세 모녀도 위기 가구로 식별됐지만, 전입 신고를 안 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 생활고 끝에 숨진 채 발견된 신촌 모녀도 수천만 원의 카드 빚이 있었습니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전입 신고를 안 해 위기 가구로 선정됐는데도 복지 혜택을 못 받았습니다.

정부는 단전이나 단수 등 위기 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립을 자처하는 경우 통상의 발굴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위기 가구를 일상에서 만나는 '이웃 네트워크'가 함께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석재은 /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집주인이라든지 병원의 의료복지사라든지 식당의 주인이라든지 편의점의 주인이라든지…이분들의 안타까움들을 보고 딱하니까 한번 이분들이 도움받을 게 있는지 좀 알아봐 달라고 (지자체에) 가볍게 알려주시면 훨씬 더 이분들을 발굴할 가능성들이 높다…"

민간 차원의 자발적 신고와 빅데이터를 통한 발 빠른 검증이 뒤따른다면 신속한 발굴이 가능할 거란 설명입니다.

다만, 위기 가구로 선정되더라도 실효성 있는 복지 서비스 지원으로 연계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성철 /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5~6번 위기가구로 발굴됐는데 똑같은 이유로 지원을 못 받으셨던 분들이 계세요…부양의무자 기준이 될 수도 있고, 그게 거주하고 있는 집의 재산 가액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소득이 하나도 없음에도 못 받는 거예요."

지난해 복지 사각지대 지원 대상자 4명 중 1명만 기초생활보장제도이나 긴급 복지제도 등 공적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물가에 고금리까지 겹치며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림입니다.

[이광빈 기자]

지난해부터 무섭게 치솟은 금리는 가뜩이나 힘든 사람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대출을 잔뜩 받은 상태에서 금리가 올라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인데요. 내년에도 금리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커 취약계층의 생활고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이재동 기자입니다.

[이자 비용 눈덩이…벼랑 끝 내몰리는 신용취약계층 / 이재동 기자]

서울 동작구에서 십수년간 노래방을 운영했던 이 사장님은 지난 8월 서울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이제우 / 서울 동작구 노래방 폐업> "75평이었는데, 원상복구 엊그제 해준 거예요, 이것도…내 돈 들여가지고."

3억원 상당의 전자기기들이 물에 잠겨 모두 못 쓰게 됐지만 구청에서 나온 보상금은 고작 500만원.

코로나19 시국을 견디며 받은 1억5천만원의 대출 이자를 갚기에도 힘에 부칩니다.

<이제우 / 서울 동작구 노래방 폐업> "(매월 이자를) 60만원쯤 내다가 지금은 (금리가 올라서) 120~130만원 정도 내는 것 같아요. 재기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은데 일괄적으로 500만원씩 주고 마니까 그게 너무 억울한 거죠."

대출 보유자 가운데 이렇게 채무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취약 차주라고 합니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전체 대출자 중 취약 차주 비중이 6.3% 정도 되는데요.

문제는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연 0.5% 머물렀던 기준금리가 1년 3개월 새 3.25%까지 가파르게 올랐단 겁니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의 75%가량을 차지하는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았습니다.

특히 빚으로 위기를 버텨온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액은 올해 9월 2조6천억원에서 내년 말 6조6천억원으로 가구당 연 330만원이 증가할 전망인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지난달 24일)>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경우가 많은 금융취약층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입니다.

<강형구 /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 "포기하시는 분들, 그러기 전에 꼭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기구를 방문하셔서 상담을 받아보시면 최대 80%까지 채무조정을 해줍니다.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 중인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취약계층 지원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자 감면 혜택을 보는 건 여전히 소수에 불과한 게 현실입니다.

연합뉴스TV 이재동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금융권이 유동성을 걱정하고 있고 가계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제도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점점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지는데요. 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줄이고 있습니다.

의사, 변호사 등에 대한 전문직 대출 금리도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데요. 신용대출을 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는 것인데, 신용도가 낮은 청년과 취약계층에게 제도금융권의 문이 더욱 좁아졌다는 의미입니다.

급전이 필요한 시장 상인과 자영업자들은 더욱 타격을 입은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전체를 겨냥해 대출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도 더 오를 전망입니다.

특히 집을 사기 위한 '영끌' 등으로 청년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대출 금리가 오르자 빚과 이자로 고민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29세 이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37.1%로 전년 29.2%에서 크게 올랐습니다.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작년 135.4%에서 197.9%로 뛰었습니다. 이자는 쌓여가고 생활비는 부족하다보니 불법 사채에 대한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미등록 대부업인 불법 사채의 덫은 깊고 넓습니다. 지난해 불법 사채의 평균 이자율은 229%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7월7일부터 연 환산 법정 최고금리는 20%로, 이를 넘으면 불법입니다. 불법 대부업체들은 대출중개직거래사이트 등에서 허위.과장 광고로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유혹해왔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면서 다중 채무의 악순환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역시 청년층의 다중채무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데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다중채무액의 증가율이 전체 연령층과 비교해 청년층이 훨씬 높게 나타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고금리로 생활고가 심해진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채무자를 보호할 법안도 연내 제정한다는 방침인데요. 다만 이런 움직임을 놓고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취약계층이 고립된 상황까지 내몰리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보입니다.

김수강 기자입니다.

[정치권도 취약계층 부담 완화 고민…'빚 탕감' 비판도 / 김수강 기자]

지난 화요일, 당정은 금리 급등기에 놓인 서민 취약계층을 보호할 방안을 찾는데 머리를 맞댔습니다.

<성일종 /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지난 6일)> "특히 금융권이 사상 최대의 고금리 시대에 이득을 내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울 때에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약자에 대한 배려에 자율적으로 적극 나서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립니다."

당정 협의 결과, 금융취약계층에 한해 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하는데 뜻이 모였습니다. 다만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구체적인 면제 범위는 은행들이 정하도록 했습니다.

앞서 당정은 지난달에도 만나 1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찾게 되는 서민금융 공급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 등에 대해 검토했습니다.

<김주현 / 금융위원장 (지난달 6일)> "정책 서민 금융을 12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최저 신용자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채무조정 지원도 보다 강화하겠습니다. 개인채무자 보호법도 연내 국회에 제출되도록 하겠습니다."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연체시 부담을 완화해주는 한편 추심 관행도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마련하겠단겁니다.

민주당도 불법사채무효법, 금리폭리방지법, 신속회생추진법으로 요약되는 '가계부채 대책 3법'을 최우선 과제로 조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런 정치권 움직임 외에도 정부는 이미 채무조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법원을 통한 개인회생 외에도 신용회복위원회의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또 코로나19 피해의 경우 새출발기금, 희망플러스 특례보증 등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런 움직임을 뭉뚱그려 '빚 탕감 정책'으로 보고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제기됩니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 상황 속에서 개인 소득을 넘어선 채무를 방치하게 될 경우 치르게 되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는 반박이 적지 않습니다.

<강형구 /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 "빚의 늪에 빠져 경제활동을 포기해 부담하게 되는 사회적 비용보다 채무조정을 하여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면서 빚을 갚게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훨씬 더 유용…"

금융 취약계층이 벼랑 끝으로 몰리지 않을 적정선을 찾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김수강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장기적인 코로나19사태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우리나라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극심한 생활고와 채무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가족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국은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보완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촉과 채무를 피해 복지 사각지대로 꽁꽁 숨어버리는 안타까운 일들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물가도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이 생활고는 깊어지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은 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게 되고 채무의 악순환이 더욱 우려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들을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지 않게 든든한 울타리를 쳐 구제하는 것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왜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지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복지사각지대 #고금리 #취약계층

PD 김선호

AD 김다운

송고 이광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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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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