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세이퀸 김희연 치어리더의 ‘나들이’

김아람 2022. 12. 1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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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인터뷰는 10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나들이, 듣기만 해도 설렌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시들어가는 정신을 달랠 수 있는 최고의 보약이 아닌가. 학교생활을 겸하는 창원 LG 김희연 치어리더에게는 치어리딩이 ‘나들이’ 같은 존재였다.

 

“긴장과 부담이 줄어서 그런지 경기장에 가는 게 나들이 가는 기분이에요. 경기를 뛰고 나면 체력적으론 힘들지만, 마음은 정말 가벼워요. 기분전환도 되고요. 어제도 밤새운 칙칙한(?) 친구들과 학교에서 밤새는 걸 반복하지만, 경기 한 번 뛰고 오면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충전돼요. 주말에 잠시 다녀오는 나들이처럼요”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창원 LG 세이커스 세이퀸 치어리더 김희연입니다.

 

궁금한 점이 많아요. 일단 치어리더가 된 계기부터 시작해볼까요.

제가 고등학생 때 친구들이 치어리더팀에서 연습하고 있었어요. 그 친구들 소개로 저도 합류하게 됐는데, 그때가 고등학교 2학년 겨울이었어요. 그리고 고3이 되던 봄에 축구장에서 데뷔했어요. 농구 치어리딩은 20살이었던 2020년에 처음 시작했고요. 

 

원래 스포츠에 관심도 있으셨나요?

솔직히 스포츠엔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댄스 동아리를 함께 하던 제일 친한 친구들이 (치어리딩) 연습하러 가니까 저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러다가 치어리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팀명과 선수들, 경기규칙을 알게 됐어요. 점점 흥미를 붙였고요. 이제는 우리 팀을 응원하면서 (농구에) 푹 빠졌어요.

 

댄스 동아리 소속이셨군요.

네. 초등학생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해서 매번 장기자랑을 할 때 춤을 췄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댄스부였고요. 저희 동아리는 부산에서 공연도 많이 하고, 청소년 댄스대회에도 자주 나갔어요. 춤을 추면서 내성적이었던 성격이 조금은 개선된 것 같아요. 

 


내성적인 성격이셨어요?

지금도 그런 면이 있어요. 예전엔 더 심했는데,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갑자기 댄스 수업을 받고 싶더라고요.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요. 엄마는 당시에 “네가 내성적인데 무슨 춤이냐”라고 하셨지만, 제 성격이 좀 개선될까 싶어서 시켜주신 게 아닐까 해요. 

 

무대에선 내성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던데요.

저는 공연할 때와 안 할 때의 차이가 큰 것 같아요. 낯도 가리고, 아직도 내성적인 편인데 무대에 올라가면 사람이 달라진다랄까요. 두 가지의 인격을 가진 것 같아요(웃음).

 

공연할 때 달라질 수 있는 원동력은 뭘까요?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완벽히 준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대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게 하는 것 같아요. 공연하는 시간은 짧지만, 그 순간을 위해 준비를 열심히 하면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365일 내내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고, 연습을 500% 정도로 해야 무대에서 100%를 보여줄까 말까 하지만 그런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연습을 정말 많이 해요. 언젠가는 경기 전날 자려고 누웠는데, 좀 부족하다고 느껴서 일어나서 더 연습한 적도 있어요. 

 

춤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있나요?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지금은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고등학생 때 영상만 봐도 제가 열심히 추고 있어도 뭔가 힘이 없어 보였어요. 전 열심히 했는데, 대충 추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요. 그때 느꼈죠. ‘내가 열심히 춰도 무조건 그렇게 보이는 건 아니구나’라고요. 그래서 제 영상을 많이 찍어서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려 했어요. 지금은 예전보다 좀 더 파워풀해진 느낌이에요.

 

치어리딩은 일반 댄스와 다른 점이 있죠.

처음 치어리딩을 시작할 때 스텝이 평소 접하던 스텝과 달라서 고생 좀 했어요. 치어리딩은 줄넘기하듯 계속 뛰어야 하거든요. 나한테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익히는 게 힘들었지만, 계속 연습하다 보니 익숙해졌어요. 경기 잡히면 단체 연습 외에도 집에서 혼자 짧게라도 더 연습했어요. 매일 해야 몸에 익는 부분이 있어서요.

 

한 시즌 쉬어가기도 했다고요.

제가 대학을 경영학과로 진학했어요. 과 자체가 실기가 많이 없기도 했고, 비대면 강의를 해서 20살 땐 치어리더 스케줄을 소화하는 게 괜찮았어요. 그러다 21살 때 영화과로 전과했는데, 실기와 촬영이 많아지면서 학교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죠.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할 것 같아서 치어리딩을 쉬었어요. 그러다 1년 만에 너무 하고 싶어서 돌아왔답니다.

 


여전히 바쁘지 않아요?

바쁘긴 해요. 그래도 치어리딩은 꼭 하고 싶더라고요. 두 가지 일을 100%로 해낼 순 없기에 양쪽에서 하나씩 포기를 했어요. 제일 하고 싶은 걸 우선순위로 두고, 둘 다 잡아보기로 한 거죠.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영화과는 학기마다 영화를 한 편씩 찍어야 해요. 그게 하나의 수업인데, 그 수업을 들으면 학교에서 산다고 봐야 하거든요. 이번엔 하고 싶은 촬영이나 수업을 조금씩 미뤘어요. 그리고 치어리더 일에선 평일 경기를 대부분 제외했어요. 평일엔 학교에 가고, 주말 위주로 경기에 나서고 있죠.

 

학교 사람들이 치어리딩하는 걸 신기해하진 않나요?

엄청 그래요. 영화과랑 치어리딩은 연관 관계가 없으니까요. 영화과는 촬영 준비와 편집 등 무대 뒤에 있는 포지션인데, 치어리더는 무대에 서는 위치잖아요. 그런 면에서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길게 보면 전공을 살려서 취업할 계획인 거죠?

네. 치어리더 활동을 주 직업으로 가져가진 않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즐겁게 오래 하고 싶어요. 치어리딩은 일보단 취미 개념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절대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일이라기엔 즐겁고, 돈을 벌기도 하지만 힐링의 의미가 커요. 돈 벌려고 일하는 건 즐겁지 않을 텐데, 치어리딩으로 그러려고 하지 않으니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치어리더를 하는 동안엔 어떤 치어리더가 되고 싶나요?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항상 열심히 하는 치어리더가 되고 싶어요. 제가 축구도 한 팀, 농구도 한 팀만 하다 보니까 소속팀에 애정이 커요. 가능하면 창원 LG에서 계속 응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선수도 있을까요?

저는 윤원상 선수요. 제가 농구 치어리딩을 처음 시작했을 때, 윤원상 선수도 신인이셨어요. 막내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와 뛰는 에너지가 좋았어요. 자유투도 거침없이 넣으시고요. 그때부터 팬이 된 것 같아요. 

 

확실히 가까이에서 보면 선수들의 플레이가 잘 보이죠?

맞아요. 어쩌다 볼이 날아오거나 선수분들이 저희 쪽으로 뛰어오실 땐 3D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아요. 가끔은 제가 직접 그 영화에 들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심장도 크게 뛰어요. TV 속으로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요.

 


팬에 관한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어요. 

제가 막 데뷔했을 땐 팬분들과 눈도 잘 못 마주쳤어요. 저는 그냥 일반인인데, 그런 저를 엄청 큰 카메라로 찍으시더라고요. 스스로 ‘이게 맞나? 내 팬이라고?’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었어요. 지금은 두 번째 시즌이라 팬분들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얘기 나눌 줄도 알게 됐어요. 첫 시즌엔 팬분들이 농담으로 “너무 시크한 거 아니냐”라고 하시기도 했는데, 저 낯을 가린 거였답니다(웃음). 이제는 좀 나아졌지만, 다른 팀원들이 처음 보는 팬분한테도 친한 사이처럼 대하는 걸 보면 부러울 때가 있어요. 

 

기억에 남는 팬도 있나요?

경기장엔 남성 팬분들이 많은데, 제가 데뷔한 시즌에 저랑 나이가 같은 여자 팬분을 만났어요. 동갑인 것도 신기한데, 그분이 저를 응원해주는 건 더 신기했어요. 시간 내서 경기장에 와주는 게 너무 감사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SNS로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으신데, 그럴 때마다 ‘내가 잘하고 있구나.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라고 생각해요. 

 

완벽주의 성향이시군요.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살았는데, 오늘 얘기해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웃음). 남에겐 관대하지만, 자신에겐 좀 엄격하게 해요. 그렇게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경기 때 틀릴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땐 연습이 부족했구나 싶어서 연습을 더 하고, 또 해요.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마지막 질문드릴게요. 나에게 치어리더란 OOO이다.

나들이다. 이번 시즌은 특히 더 그래요. 긴장과 부담이 줄어서 그런지 경기장에 가는 게 나들이 가는 기분이에요. 경기를 뛰고 나면 체력적으론 힘들지만, 마음은 정말 가벼워요. 기분전환도 되고요. 어제도 밤새운 칙칙한(?) 친구들과 학교에서 밤새는 걸 반복하지만, 경기 한 번 뛰고 오면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충전돼요. 주말에 잠시 다녀오는 나들이처럼요.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늘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많이 부족하고, 평범한 저인데도 좋아해 주셔서 큰 힘이 돼요.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사진 = 김희연 치어리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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