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6조 통큰 투자 쿠팡···그보다 중요한 건 ‘3자 물류’ 첫 발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2. 12. 1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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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배송조직을 개편합니다. 회사가 직고용한 자체 배송인력 ‘쿠팡친구’의 소속을 바꾸는 겁니다. 쿠팡친구의 옛 이름이 바로 ‘쿠팡맨’이죠. 쿠팡이 직접 고용해 물건 배송을 책임지는 물류 직원들이 바로 쿠팡친구입니다. 이들의 소속이 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로 옮겨지는 겁니다.

이게 꽤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쿠팡의 2023년도 핵심 사업을 비공식적으로 천명한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공공연하게 입에 오르던 ‘3자 물류(3P)’ 사업을 강화하는 첫발을 내딛는 겁니다. 3자 물류는 다른 기업의 물품 보관, 배송, 재고관리 등의 일부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현재는 쿠팡 자사의 물건만을 로켓배송으로 서비스해왔죠. 이제는 제 3자인 판매자에게 로켓 배송을 개방함으로써 물류를 위탁받는 배송서비스로 본격 진출하겠다는 겁니다. 전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도 바로 이 3자 물류를 시작으로 대규모 적자를 줄여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이 되는 사업입니다.

배송은 이제 CLS가 전담...3자 물류 강화 첫발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쿠팡 직원들이 상품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박형기 기자]
최근 쿠팡은 배송조직 개편을 위해 쿠팡친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골자는 1만여명에 달하는 배송원 쿠팡친구의 소속을 옮기는 한편 쿠팡이 그동안 담당해온 배송업무를 모두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로 옮기는 겁니다.

다만 소속을 바꿔도 기존에 맡았던 업무나 근무장소 등 근로조건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쿠팡로지스틱서비스는 2018년 설립한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입니다.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 사업자 자격을 취득해 3자 물류를 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이미 완비한 바 있습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자기 물량 이외에 다른 업체의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택배전용 번호판이 필요하거든요.

3자 물류가 본격화되면, 쿠팡의 오픈마켓에 입점해서 물건을 판매하는 모든 중소상공인들은 쿠팡의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활용해 물건을 배송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쿠팡이 CJ대한통운이나 한진택배, 롯데택배처럼 일반 택배 회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고 보면 됩니다.

쿠팡이 물건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을 넘어서, 이제는 물류회사로서 일반 물류회사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역량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최근 쿠팡은 대구 풀필먼트센터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등이 참석한 설명회에서, 지난 2010년 설립 이후에 6조2000억원을 들여 물류망을 구축해왔다고 설명했죠. 전국 30여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짓는 방식으로 꾸준히 물류 거점을 확보해온 겁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준공된 대구 풀필먼트센터만 해도 축구장 46개에 달하는 면적에 인공지능(AI)과 물류 로봇 등 첨단 설비를 갖추었죠. 대구 센터 건립에만 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으니, 투자의 강도와 폭이 남다른 겁니다.

물론, 당장 CJ대한통운이나 한진처럼 일반 택배 사업에는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일단 쿠팡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만 배송 인프라를 제공한 뒤 차츰 택배 서비스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아마존 FBA 벤치마킹하는 쿠팡...반짝 ‘흑자전환’ 넘는다
<사진=매경DB>
쿠팡의 시선은 아마존을 향하고 있죠. 아마존의 핵심 수익원의 양대 축은 ‘3자 물류’와 ‘클라우드’ 사업이거든요.

아마존은 2013년 3자 물류 회사 FBA(Fulfillment by Amazon)을 설립했습니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의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3PL 매출은 2017년 15조원 규모에서 2020년에는 37조6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3PL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합니다.

실제로 아마존의 2020년 전체 거래금액(GMV)은 4900억달러(약 580조원)였는데, 이 중 FBA를 통한 거래액이 3000억달러(약 355조원)에 달했습니다. 적자를 3PL 사업으로 메우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올해 4월에는 ‘바이 잇 프라임(Buy with Prime)‘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죠. 판매자가 자사몰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아마존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아마존 입점 판매 수수료가 부담스럽거나 자사몰을 강화하고 싶은 판매자에게 적합한 서비스죠. 아마존의 배송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이 시스템은 아마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쇼피파이를 견제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쇼피파이는 온라인 쇼핑몰 설립과 운영 업무를 지원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죠. 월 이용료가 최저 29달러로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누구나 쉽게 쇼핑몰을 만들어 개설해 관리할 수 있죠.

아마존에 입점하는 것은 쉽지만, 관련 데이터를 집적하긴 어려울테니 ‘내 고객은 내가 책임지겠다’는 분위기가 일었거든요. 여하튼 쇼피파이로 자사몰을 운영하는 판매자들에게도 아마존은 속삭이는 것이죠. “너네 몰 잘 키우고, 우리가 배송은 책임질게 어때?” 북미 지역과 전 세계에 물류망을 구축해온 아마존의 물류 시스템을 당연히 이용하고 싶지 않을까요?

쿠팡도 3PL 사업에 본격 뛰어들기 시작하면 안정적 수입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쿠팡은 아마존보다 훨씬 촘촘하고 빠른 물류망을 갖추고 있다”며 “제3자 물류의 성장은 궁극적으로 한국 전자상거래(e커머스) 내 쿠팡 점유율을 확대할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도 “쿠팡은 아마존처럼 3자 판매자에게 로켓배송을 개방함으로서 물류를 위탁받는 배송서비스로 물류시장에 본격 진출할 전망”이라며 “쿠팡은 이미 전국 배송망을 갖추고 있어 택배업체와 당장 경쟁이 가능하며 단시일에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당초 전문가들은 쿠팡이 내년에나 흑자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올 3분기에 흑자전환 지표를 처음으로 들어올렸죠. 2023년도에 쿠팡이 3자 물류 사업을 본격화한 뒤에 실적이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보면 쿠팡의 미래가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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