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커피가 ‘Dreamers’인 이유 [박영순의 커피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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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 향과 맛을 구체적인 속성으로 비유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향긋하고 고소하면, '좋네' 하며 읊조리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커피는 기호음료이므로 제 입맛에 맞으면 그만인 것인데, 굳이 장미 향이 난다거나 멜론 맛이 보인다거나 잘 익은 패션프루트 같다는 둥 온갖 먹을거리를 들먹이며 묘사하는 것은 괜한 '지적유희'가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커피애호가들이 커피의 향미적 면모를 커피가 아닌 다른 사물의 이름으로 빗대어 표현하는 행동에는 그 커피를 기억하려는 간절함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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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담비 우도 내추럴 커피를 마신 뒤에는 딸기잼과 마카다미아, 초콜릿, 커밀라 꽃이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떠오른다. 케냐 키암부 틴강가 워시드 커피를 삼킨 뒤에는 자몽, 재스민, 바질, 보르도 와인이 그려진다.
커피를 마신 뒤 특정한 속성들을 마음의 눈을 통해 형상화하는 것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이런 능력을 타고난다. 커피를 마시고 내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귀 기울이면 된다. 향미를 이미지화해서 감상하고 행복해하는 것은 언어만큼 인간에게 본질적이다. 우리는 언어 덕분에 보이지 않는 것을 추상하며 지혜를 얻는다. 커피의 향미도 속성 단어를 언급함으로써 실체화해야 비로소 사유할 수 있다. 고로, 좋은 커피는 우리를 사유로 이끈다.
커피 맛을 묘사하는 자리에서 보면, “10년 전에 마셨던 에티오피아 하라 커피가 최고였어. 이건 그 커피보다 못해”라며 과거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커피는 해마다 철이 되면 새롭게 나온다. 지나간 커피는 흘러간 인연처럼 놔주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커피를 맞이할 수 있다.
여러 속성으로 커피를 기억했다면, 이제 그 커피에 이름을 붙여주어야 한다. 사물에 이름을 붙이면 정서가 생긴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내 몸과 마음에 감성이 깃들게 하는 것은 그야말로 커피애호가 반열에 오르는 마지막 관문이다.
바람에 떠는 한 떨기 몸부림이 이름을 불러주어야 내게로 와 꽃이 되듯, 한 잔의 커피도 이름을 소망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아랍커피, 그중에서도 ‘카타르 커피’는 앞으로 나에겐 ‘드리머스(Dreamers)’로 불릴 것이다. 1000년 전 흙먼지 날리는 뙤약볕 아래 소중하게 열매 맺은 커피 생두를 그 자리에서 볶고 갈아서 끓여낸 커피가 베두인들로 하여금 사막을 일궈내게 했다. 레몬과 같은 짜릿한 산미와 함께 카르다몸과 정향 같은 향신료의 따스함이 사막에서의 낮과 밤을 지켜주었다. 사막에서의 월드컵….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부른 ‘드리머스’는 카타르 커피를 부르는 또 하나의 이름이 될 만하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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