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서만 4번 무너졌다... 브라질의 20년 월드컵 잔혹사 [박기자 쇄담]

박강현 기자 2022. 12. 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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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 쇄담]
영원한 우승 후보지만
번번이 8강 벽에 막혀
2014년엔 ‘미네이랑의 비극’

[쇄담(瑣談) : 자질구레한 이야기]

이번 카타르 월드컵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던 브라질(FIFA랭킹 1위)이 꺾였다. 브라질은 10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12위)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대4로 패했다.

브라질 선수들이 10일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크로아티아에 패한 뒤 좌절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브라질 전역은 충격에 휩싸였다. 팀의 에이스인 네이마르(30·파리 생제르맹)는 이날 연장 전반 15+1분에 선제골을 터뜨리는 등 대표팀 통산 77골을 기록하며 ‘축구 황제’ 펠레(82)와 브라질 대표팀 역대 최다골의 주인공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결국 웃지 못했다. 그는 향후 대표팀에서 계속 뛸 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6년 가량 대표팀을 이끈 치치(61) 감독은 자진 사퇴했다.

브라질의 네이마르(오른쪽)가 10일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패배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번 월드컵엔 전직 스타들도 나서 브라질에 힘을 실어줬다. 2002 한일 월드컵 우승을 이끈 ‘호돈신’ 호나우두(46)는 브라질 경기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며 ‘삼바 군단’을 응원했다. 대장암으로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펠레는 월드컵 시작에 앞서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우리(브라질)가 해피 엔딩으로 대회를 마감할 것이라 확신한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집으로 갖고 와라!”라며 선전을 기원했다.

지난 6일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브라질 축구 전설 호나우두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2002년 통산 5번째(1958, 1962, 1970, 1994, 2002년)이자 마지막 우승 이후 20년 만의 월드컵 정상을 꿈꿨던 브라질의 도전이 멈춰 섰다. 유독 8강을 넘어서기 어려운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의 월드컵 20년 잔혹사를 살펴본다.

◇2006 독일 월드컵...8강 탈락

2002년 우승팀인 브라질은 전(前) 대회 우승팀은 다음 대회에선 조기 탈락한다는 ‘우승국의 저주’를 씻어내고 당시 F조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으로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선 가나를 상대로 3대0으로 이기며 승승장구했다. 이때 호나우두는 자신의 월드컵 통산 15번째 골을 넣으며 ‘독일 폭격기’ 게르트 뮐러가 30년 넘게 보유하고 있던 월드컵 최다골(14골) 기록을 깨기도 했다.

하지만 8강에서 브라질은 유효 슈팅 1개에 그치는 졸전을 벌이는 등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45)에게 후반 12분 선제결승골을 허용하며 결국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8강 탈락

브라질은 2006년의 아쉬움을 씻어낸다는 목표를 가지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성했다. 그리고 당시 G조 조별리그에서 조 1위(2승1무·승점 7)로 16강에 안착했다.

이때 브라질은 북한과 같은 조에 속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브라질은 첫 경기에서 북한과 맞대결을 펼쳤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최대한 몰아붙이는 일방적인 경기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브라질은 북한을 2대1로 제압하는데 그쳤다.

브라질은 16강에서 같은 남아메리카(이하 남미) 국가인 칠레를 3대0으로 완파하며 기분 좋게 8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8강에서 전반 10분에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에 2골을 허용하며 네덜란드에 1대2로 역전패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4강 탈락

마침내 안방에서 월드컵이 열렸다. 1950년 이후 64년 만의 홈 월드컵이었다. 남다른 각오를 가진 선수들은 당시 A조 조별리그에서 조 1위(2승1무·승점 7)로 가볍게 16강에 합류했다.

16강에선 승부차기 끝에 칠레를 1대1(3대2)로 누르고, 8강에선 또 다른 남미 국가인 콜롬비아를 2대1로 꺾었다. 지난 두 차례 대회에서 8강 탈락이라는 악몽에 시달린 브라질에겐 고무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4강전에서 ‘미네이랑의 비극’이 일어났다. 이때 경기가 벨루오리존치에 있는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브라질은 당대 최고라고 여겨지던 ‘전차 군단’ 독일에 1대7로 대패했다. 전반에만 0-5로 끌려가며 일찍이 패색이 짙어졌다.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홈팬들이 속출했다.

브라질은 후반에 두 골을 더 허용한 뒤 45분에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쳤는데, 독일 선수들이 출국할 때 신변의 위협을 느낄까봐 한 골을 그냥 내줬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2002년 우승 이후 12년 만에 올랐던 4강이었지만, 브라질은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며 이러한 4강 진출 성과는 무색해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8강 탈락

브라질 선수들은 4년 전 비극을 잊고자 러시아에 결의를 갖고 입성했다.

당시 E조 조별리그에서 조 1위(2승1무·승점 7)로 16강에 올랐다. 16강에서 멕시코를 2대0으로 따돌렸지만, 8강에선 벨기에의 ‘황금 세대’에 1대2로 고개를 숙였다.

삼바 축제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또 8강 벽에 막히며 조기 중단됐다. 4년 뒤 북중미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8강 고비’를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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