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돌직구를 날릴 사람이 있나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
권 전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보낸 메시지에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당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내부 총질’ 대목이 논란이 됐지만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어”라는 권 전 원내대표의 말도 거슬렸습니다. 그냥 “잘 해보겠습니다”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최고 권력자가 성공하려면 목숨을 걸고 돌직구를 날리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권력자가 독재자로 돌변하는 것은 주변에 아첨꾼만 있고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진시황의 역린을 건드리면서까지 직언했던 ‘모초’ 같은 인물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 모초의 간언은 자살 행위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똑같은 문제로 간했다가 처형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희생됐던 단초는 진시황의 어머니 조태후의 정부(情夫)인 노애의 반란이었습니다. 진시황은 노애 일당을 토벌한 뒤 태후를 유폐시켰습다. 태후가 잘못한 것은 명백하지만 친모를 감금한 진시황도 지나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관료들 중에 간언을 올리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대신들은 예외 없이 극형에 처해졌습니다. 그렇게 비명횡사한 사람이 스물일곱 명에 달했습다. 진시황은 궁궐 밖에 이들의 시체를 전시하도록 했습니다. 태후 문제를 언급하면 곧바로 죽이겠다는 경고였습니다.
당시 모초는 진나라 수도 함양에 있었습니다. 그는 진시황이 태후를 감금했다는 말을 듣고 분노했습니다. 그는 숙소에 함께 머물고 있던 사람들에게 궁궐로 가서 간언을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극구 만류했습니다. 평소 진시황의 신임을 받던 이들도 간했다가 죽임을 당했는데 모초 같은 외부인 말을 듣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백번 옳은 충고였습니다. 하지만 모초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간언을 올리는 사람이 스물일곱 명에 그친다면 진왕은 끝까지 간언을 듣지 않은 왕이 되겠지만 누군가 계속 간언을 올린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소.” 모초의 이런 말을 모든 이들이 비웃었습니다. 틀림없이 모초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모초는 궁궐로 달려가 시체 옆에서 왕께 간할 것이 있다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내시가 달려와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 돌아가라고 타일렀습니다. 하지만 모초는 꼭 아뢰야 한다고 했습니다. 진시황은 이런 모초를 잡아들여 삶아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모초는 펄펄 물이 끓는 솥 앞에서도 결연한 태도로 진시황에게 직언을 했습니다. “임금이 포악한 행위를 하는데도 신하가 충성스러운 간언을 올리지 않으면 이는 곧 신하가 임금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신하가 충성스러운 간언을 올리는데도 임금이 듣지 않으면 이는 임금이 신하를 저버리는 것이지요. 대왕께서는 패륜을 저지르고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신하들이 귀에 거슬리는 충언을 올리는데도 들으려 하지 않으십니다. 이 때문에 위태롭게 되지 않을까 두려울 뿐입니다.”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말에 진시황은 귀가 솔깃해 물었습니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이에 모초는 태후를 유폐시킨 일의 부당함을 비판한 뒤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천하를 도모하려는 대왕이 이렇게 잔인하고 불효한 행위를 한다면 어떻게 천하를 복종시킬 수 있겠습니까? 옛날 순임금은 표독한 계모를 섬기면서도 효성을 다해 평범한 백성의 신분에서 천자가 됐습니다.
반면 하나라 걸왕과 은나라 주왕은 충신을 죽인 탓에 천하가 반역을 일으켰습니다. 이제 신은 반드시 죽게 될 것입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앞으로 다시 간언을 올릴 사람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럼 백성의 원망과 비방이 나날이 들끓어오를 것이고 충성스러운 책략가는 입을 닫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대왕이 추진하고 있는 진나라의 통일 대업은 완성되려는 순간에 대왕 때문에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모초는 이 말을 한 뒤 옷을 벗고 물이 끓고 있는 솥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그때 진시황이 자리에서 뛰어 내려와 모초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이전에 간언을 올린 자는 과인의 죄만 질책했지 국가 존망의 계책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소. 하늘이 당신을 내게 보내 꽉 막힌 생각을 열어주었소.” 그 후 진시황은 모초를 태부로 임명했습니다. 간언을 올렸다가 죽은 사람들도 충신으로 떠받들었습니다. 이 사건은 진시황이 위대한 지도자 반열에 오르는 시발점이 됐습니다.
지도자는 달콤한 아첨과 충직한 직언을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쓴소리를 외면하면 결국 실패할 것입니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돌직구를 날릴 모초 같은 이들을 주변에 많이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가도 성공하고 대통령도 위대한 지도자로 남게 될 것입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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