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는 왜 일본 '괴짜' 감독과 손을 잡았을까 [라제기의 슛 & 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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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정원'(1958)은 한국-홍콩 첫 합작 영화다.
한-홍 합작이 1960~1970년대 한국 영화계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가 된 이유다.
기괴한 상상력과 피칠갑, 신체훼손이 미이케 감독의 영화들을 채운다.
B급 감독 취급을 받던 그는 2013년 '짚의 방패'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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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정원’(1958)은 한국-홍콩 첫 합작 영화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도 제작에 참여했다. 홍콩이 주요 공간으로 등장한다. 전쟁의 상흔이 여전한 상황에서 국내 관객은 스크린을 통해서나마 해외 풍광을 보며 시름을 달랬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복궁 경회루 모습 등이 담겨 있기도 해 홍콩과 일본 관객에게도 관광엽서 같은 역할을 했으리라.
언어장벽이 있고 문화 차이가 있음에도 아시아 영화인들은 합작의 장점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여러 나라가 협업하면 제작비를 분담하면서 시장을 넓힐 수 있었다. 각 나라의 뛰어난 재능들을 결합시킬 수도 있었다. 한-홍 합작이 1960~1970년대 한국 영화계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가 된 이유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부상하면서 국경을 넘은 협업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7일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6부작 드라마 ‘커넥트’는 최근 국제 협업의 특징을 확연히 보여준다.
‘커넥트’는 국내 동명 웹툰을 밑그림 삼았다. 정해인과 고경표 김혜준 등이 출연했다.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로 CJ ENM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들었다. 외견상 온전한 한국 드라마로 보이는데 메가폰은 일본 감독 미이케 다카시가 잡았다.
미이케 감독은 독특한 인물이다. 괴짜라 칭해도 될 정도다. 그의 영화 세계는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다. 기괴한 상상력과 피칠갑, 신체훼손이 미이케 감독의 영화들을 채운다. 발이 스케이트 날로 된 청년이 사람 몸을 두 동강 내거나(‘이치 더 킬러’), 바퀴벌레에 인간 유전자를 결합시킨 변종 생명체를 화성에 보내는 내용(‘테라포머스’) 등을 다뤘다. 기이한 에너지가 넘치는 그의 영화들은 대중적이지는 않으나 전 세계에서 열성 팬들을 만들어냈다. B급 감독 취급을 받던 그는 2013년 ‘짚의 방패’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커넥트’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인물 동수(정해인)가 장기밀매 조직에 한쪽 눈을 빼앗긴 후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눈은 연쇄살인마에게 이식되고, 동수는 자신의 안구를 찾기 위해 살인마를 뒤쫓는다.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미이케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게 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커넥트’가 국내 시장만을 겨냥한 드라마였다면 제작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본 괴짜 감독과 협업하겠다는 시도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동시다발적으로 전 세계에 공개할 수 있는 OTT 시대가 됐기에 가능했던 기획이다. 국내로만 한정하면 미이케 감독 팬은 극소수이나 전 세계로 시장을 넓히면 잠재 시청자는 늘어나기 마련이니까.
국제 협업을 통해 새 시장을 찾으려는 시도는 드라마 ‘옷장 너머로’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글로벌 OTT HBO맥스에서 내년 공개할 이 드라마는 국내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키즈 멤버였던 김우진이 주연배우다. 브라질을 배경으로 K팝 스타와 브라질 소녀의 사랑을 그린다. 브라질 회사가 제작하고, 스태프 대부분이 브라질인이다. 남미 시장을 겨냥한 드라마이니 지역 정서에 맞게 브라질이 제작을 주도하고 있다. 브라질은 K팝이 세계적 인기를 끄는 과정에서 교두보 역할을 했던 곳이다. K팝 드라마로 남미 지역 시청자 마음을 먼저 사로잡고 세계로 진출하려는 HBO맥스의 전략이 엿보인다. 섞이면 강해진다. 요즘 영상 콘텐츠 산업은 더더욱 그렇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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