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내 결정 좀 도와줘!” 30대 후반에도 의존적인 저 괜찮나요?

한겨레 2022. 12. 10. 11: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Q. 30대 후반 직장인입니다.

20대 때는 이 나잇대 선배들은 정말 어른 같다고 생각했어요.

잠깐 편한 마음이 들겠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가족에 대한 불안이나 원망이 커질 수 있습니다.

내가 삶을 공유하고 교류할 사람들이 가족뿐인 것은 사실상 아주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SC : 곽정은의 단호한 관계 클리닉]곽정은의 단호한 관계 클리닉
게티이미지뱅크

Q. 30대 후반 직장인입니다. 20대 때는 이 나잇대 선배들은 정말 어른 같다고 생각했어요. 일도 척척, 개인 생활도 척척. 그런데 막상 제가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저는 그런 것 같지 않아 자괴감이 듭니다. 회사에서는 그래도 제 직급에 맞게 책임지고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적인 영역에 들어오면 저는 여전히 엄마, 아빠의 딸이고 언니, 오빠의 동생입니다. 좀 비싼 물건을 살 때, 이사할 때, 회사에서 부서 옮길까 고민될 때, 심지어 육아휴직 몇 달 쓸지까지 늘 가족 단톡방에 묻습니다. 물론 남편 의견도 묻고요. 혼자 결정하는 것보다 그게 마음이 놓여요. 누구는 그렇게 의지할 수 있으면 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합니다. 그런데 기댈 때는 편하지만 돌이켜보면 ‘현타’가 옵니다. 영원히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요. 무엇이든 물어보고 싶은 30대

A. 당신은 회사에서는 직급에 맞게 책임지고 행동하는 편이지만 사적인 영역으로 들어오면 그렇지 않아 자괴감을 느낀다고 표현했어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 그 이분법은 정확한 구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싼 물건을 살 때, 이사할 때처럼 사적 영역에서는 늘 가족에게 의견을 묻는다고 하셨잖아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것은 우리가 꽤 흔하게 아주 편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주로 묻는 것들에 가깝습니다. 당신이 많은 친구와 어울리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알 수 없지만, 보통 친구들과 나누는 어떤 것을 당신은 대부분 가족 안에서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 자체로 문제가 된다고 자책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직급에 맞게 책임지고 행동하는 편이라고 했으니까요.

다만 여기에는 생각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가족의 일원이기 이전에 자유롭게 사고하고, 선택하고, 자기 선택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지는 하나의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주체여야 합니다. 가족의 일원이기 전에 나는 ‘개인’이라는 말입니다. 가족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 자체가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그 문제나 사안에 대해서 고려한 후여야 합니다. 사소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무언가 한쪽으로 정확히 결정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가족에게 의견을 구한다면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은 계속해서 줄어들게 될 겁니다. 안 쓰는 기계는 결국 녹슬게 되어 있으니까요.

내가 성인으로서 만나고 선택하고 그 관계를 위해 노력해온 친구는 적어도 나와 다른 배경에서 성장했기에 조금 더 다른 시각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해 당신에게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도와줍니다. 그런데 가족은 나와 너무 비슷한 구석이 많죠. 성장 배경도 비슷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을 때 그 충고를 안 받아들이기도 참 모호합니다.

사소한 것의 결정을 의존하는 습관은 내 생각을 촘촘하게 만드는 것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의지가 아니라 의존하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잠깐 편한 마음이 들겠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가족에 대한 불안이나 원망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의견을 구할 상대가 가족뿐인 것은 아닌지 돌아보세요. 내가 삶을 공유하고 교류할 사람들이 가족뿐인 것은 사실상 아주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잘 헤아려 보세요. 내 ‘행위’가 아니라 내 ‘관계’를 돌아봐야 할 시간입니다. 혈연과 혼인관계로 이어져 있지 않더라도 참다운 신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부한 빛깔로 빛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달 동안 내가 가족 단톡방에 질문한 평균 횟수를 세어보세요. 그 숫자를 한 달에 10%씩 줄여가는 것부터 목표로 삼아 보세요. 그리고 질문이 사라진 빈칸에는, 가족에게 진심으로 안부를 묻고 응원하는 말을 적어 보세요. 가족 단톡방이라는 곳에 정말 필요한 것은, 사소한 질문보다 그런 사랑이 아닐까요? 곽정은 작가, 메디테이션 랩 대표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