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우리의 키다리 아저씨'…폐지 모으는 공무원 허준의 씨

손상원 2022. 12. 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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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지난주에도 오셨어요. 감나무, 살구나무 묘목 심을 만한 곳 있는지 확인하러요."

'허준의 씨를 아느냐'는 질문에 광주 아동양육시설 노틀담 형제의집 서지우 사무국장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광주시 푸른도시사업소 6급 운전직 허준의(55) 씨는 1998년부터 노틀담 형제의집을 후원하고 있다.

허씨는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일용직 수도 수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노틀담 형제의집과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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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고철 팔아 25년째 시설 후원 "안 하면 허전,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
나눔 실천하는 허준의 씨 [광주시 푸른도시사업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하하하. 지난주에도 오셨어요. 감나무, 살구나무 묘목 심을 만한 곳 있는지 확인하러요."

'허준의 씨를 아느냐'는 질문에 광주 아동양육시설 노틀담 형제의집 서지우 사무국장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서 사무국장은 '이렇게 오래, 진심으로 후원한 분이 있나 싶을 만큼 최고의 후원자'라고 허씨를 소개했다.

광주시 푸른도시사업소 6급 운전직 허준의(55) 씨는 1998년부터 노틀담 형제의집을 후원하고 있다.

1999년 허씨가 기부한 냉장고는 아직도 시설 한 구석에서 먹거리를 품고 있다.

수녀 등 여직원이 많은 시설에서 도배, 페인트칠할 때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가전제품들이며, 봄·가을 심은 꽃이며 시설 곳곳에는 허씨 흔적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렵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야식이 필요할 때는 냉동식품·과일·라면 등 간식도 허씨 담당이다.

허씨는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일용직 수도 수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노틀담 형제의집과 인연을 맺었다.

고지대인 탓에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누수를 손보러 드나들다 보니 자신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광주시에 운전직으로 채용되고 나서는 수리원이 아닌 본격적인 후원자로 시설을 찾기 시작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25년째 후원을 이어온 데는 남다른 비결이 있다.

허씨는 2주에 한 번 광주시청 대변인실에 들러 그동안 쌓인 신문을 수거해간다.

금요일 오후 신문을 복도에 내놓으면 허씨가 주말에 가져가는 일상이 자리잡혔다.

폐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허씨는 버려지는 공공기관 행사 책자뿐 아니라 길을 가다 보이는 고철도 죄다 모아 광주 남구 백운동 고물상에 판다.

세월이 쌓여 고물상 주인은 두 번 바뀌었지만, 아직 거래하고 있다고 허씨는 웃었다.

동료 직원들은 이사할 때면 허씨에게 폐기물을 '신고'하고, 후원 활동도 거든다.

상수도사업본부가 이전할 때 나온 250만원 어치 폐품을 내다 팔기도 했다.

서지우 사무국장은 "성장해 퇴소한 아이들이 시설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마주쳤을 때 '너 그때 넘어졌던 애 아냐'고 기억하는 모습을 보면 허씨는 아이들에게는 가족이자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분"이라며 "생색내는 것도 싫어해 기부 사진 한번 찍자, 홍보하자 해도 매번 거절한다"고 전했다.

허씨는 더해주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그는 "15년 정도 시설을 열심히 드나든 시절에는 아이들 이름도 다 알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당 100원 하는 폐지 800㎏ 정도를 팔아도 한 달에 8만원밖에 모으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과일이라도 먹일라치면 사비를 보탠다.

나눔 자체가 일상이니 이유나 배경은 특별한 게 없다.

나눔의 이유를 묻자 허씨는 "글쎄요. 안 하면 이상해요. 뭔가 허전하기도 하고"라고 답했다.

그는 "계획이랄 것도 없다"며 "계속 꾸준히 후원하고 힘닿는 데까지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따뜻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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