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코인 대장’ 위믹스의 몰락...흔한 코인폭락과 다른점은?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2022. 12. 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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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 . /사진=연합뉴스
‘위믹스(WEMIX)’라는 이름의 코인, 혹시 들어보셨나요? 요즘 이게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어요. 국내 게임회사인 ‘위메이드’가 개발했고 한동안 꽤 잘 나간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갑자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퇴출당했기 때문이죠.

올해 ‘테라·루나 사태’ ‘FTX 사태’처럼 순식간에 코인 가치가 폭락하는 일들이 여러 차례 발생하긴 했지만, 이번 사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유명 게임회사 사이에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모양새여서 주목을 받고 있어요.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지난 11월 24일, 우리나라 코인 중개 시장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위믹스를 상장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5곳(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은 협의체인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DAXA·닥사)’라는 걸 만들어서 운영 중인데요. 이 협의체에서 상장 폐지를 결정한 거예요.

상장 폐지란 원래 주식 시장에서 쓰는 말이에요. 상장은 한 회사의 주식을 주식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게 허락되는 걸 뜻해요. ‘상장 폐지’는 반대로 한 회사의 주식이 주식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자격을 잃는 걸 말하죠.

위믹스는 국내 주요 코인 거래소 4곳에서 거래돼 왔어요. 그런데 이 거래소들이 ‘이제 우리 거래소에서는 위믹스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할 거야’라고 선언한 거예요. 그리고 지난 12월 8일부터 거래 지원을 종료했어요. 거래소들은 ‘거래 지원 종료’라고 표현했는데, 사실상 주식 시장의 상장 폐지와 같다고 해서 뉴스에선 상장 폐지라는 말을 많이 써요.

상장 폐지 당하면 어떻게 되는데?

주식 시장의 경우 특정 회사 주식이 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를 당하면 보통 주식 가치가 폭락해요. 상장 폐지를 당했다고 해서 바로 회사가 없어지거나 망하는 건 아니지만, 주식을 공인된 시장에서 거래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치죠. 거래소가 뭔가 문제를 발견해서 상장 폐지를 결정했을 테고, 이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지면 신뢰를 잃게 되니까요.

자료=업비트
비슷한 이유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위믹스의 가치도 폭락했어요. 상장 폐지 발표 후 약 하루 만에 위믹스의 시가총액(발행된 전체 코인 가치의 합)은 4000억원 넘게 줄어들었죠. 위믹스가 유망하다는 평가를 믿고 투자했던 많은 사람들은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어요.

위믹스 상장 폐지의 여파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끝나지 않았어요. 위믹스 코인을 만든 위메이드가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된 회사였거든요. 위믹스의 상장 폐지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회사 주식 가치도 폭락했어요.

상장 폐지 대상이 된 건 위믹스 코인뿐이지만, 그 여파가 주식 시장에까지 미친 거죠. 위믹스 코인은 위메이드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도구였기 때문이에요. 위메이드는 자사의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들을 위믹스로 교환한 다음, 이걸 다시 코인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게 만들어 주목받은 바 있어요.

위믹스 상장 폐지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11월 25일) 위메이드와 계열사(위메이드맥스, 위메이드플레이) 주가는 모두 가격제한폭(하루에 상승·하락할 수 있는 최대 폭)인 30%씩 급락했어요.

왜 갑자기 상장 폐지 하겠다는 거야?

코인 거래소들이 위믹스를 상장 폐지하기로 한 결정적 이유는 위믹스의 ‘유통량’이었어요. 위메이드가 공식적으로 밝혔던 계획보다 훨씬 많은 위믹스 코인을 찍어냈다는 거예요. 한마디로 ‘투자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거죠.

실제로 위메이드는 투자 정보 공개를 통해 위믹스 유통량이 ‘2억 4597만개’라고 밝혔지만, 암호화폐 정보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1월 27일 오후 8시 기준 위믹스 유통량은 3억 1842만여 개에 달했어요. 공개한 정보보다 29% 많은 코인을 찍어낸 셈이에요.

위메이드는 왜 틀린 유통량 정보를 제공했을까요? 위메이드가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 사업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는데, 이 대출 과정 때문에 그랬다는 게 위메이드의 설명이에요. 디파이는 코인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예요. 이 사업을 하려면 금융 서비스의 초기 자본으로 쓸 암호화폐가 많이 필요해요. 위메이드는 주요 암호화폐를 대출받기 위한 담보가 필요했고, 그래서 위믹스 코인을 더 찍어내 담보로 제공했어요. 이때 위믹스 코인 물량이 더 생겨난 거예요.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은 코인이 유통되면 당연히 암호화폐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위메이드가 제공한 정보를 보고 위믹스에 투자한 사람들은 피해를 보게 되겠죠. 결국 이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어요. DAXA는 위믹스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고, 곧 상장 폐지 결정을 내렸어요.

위메이드가 잘못한 거네?

일단 위메이드가 비판받을 여지는 충분히 있어요. 대규모 코인 발행과 담보 대출을 받으면서도 구체적인 투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니까요. 위메이드 측은 ‘대출 담보로 맡긴 것이지 거래소에서 투자자들에게 유통될 물량은 아니기 때문에 유통량 계산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어요.

이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에 관한 의견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분분하긴 해요. 하지만 ‘대출 담보로 쓰기 위해 코인을 찍어내겠다’라고 투명하게 밝히지 않은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주식 시장처럼 법적 규제를 받는 분야였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도 맞고요.

사실 위메이드는 작년에 위믹스 가격이 치솟자 보유 중이던 위믹스를 예고 없이 대량 처분해 비판받은 적도 있어요. 위메이드는 정확한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코인을 팔아 번 돈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대요. 당시 이 사실이 몇몇 투자자들의 분석에 의해 알려지며 위믹스 가치가 급락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죠.

그런데 왜 다툰다는 거야?

‘상장 폐지는 억울하다’는 게 위메이드의 입장이에요. 위메이드도 몇몇 근거를 들며 반박에 나섰죠. 담보 대출에 쓴 위믹스 코인이 문제였는데 이 코인 담보를 전량 회수했고, 이제는 유통량에 더 이상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또한 위메이드는 앞으로 위믹스 코인의 관리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맡겨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위믹스의 유통량 등 주요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수시로 제공하게 된다고 해요.

지난달 30일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본사 앞에서 위믹스 투자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업비트의 상장 폐지 과정을 비판했다. <사진=이승환 기자>
반면 거래소들은 ‘투자자들에게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고, 이후 문제를 소명하는 기간에도 제출한 자료에 오류가 많았다’며 상장 폐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요. 이미 신뢰가 깨졌다는 취지예요.

위메이드는 회사 대표가 직접 기자 간담회까지 열어 상장 폐지 결정을 비판했어요. 특히 이번 결정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갑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공정하지 못한 기준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취지였어요.

위메이드 측은 “지금도 업비트에 들어가면 유통 계획을 밝히지 않은 코인이 부지기수”라고 했어요. 아예 유통량이나 유통 계획을 밝히지 않은 코인 업체들도 많은데, 어떻게 유통량을 기준으로 상장 폐지를 시킬 수 있냐는 논리예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거죠. 위메이드는 거래소들을 상대로 상장 폐지 취소를 요구하는 법적 다툼에 나섰어요.

누구 말이 맞는 거야?

알려진 내용을 보면 대체로 위메이드가 사태의 빌미는 제공한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주요 거래소의 공정성도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국내 5대 거래소가 지난 6월에 만든 DAXA는 협의체이자 ‘자율 규제 기구’인데요. 말 그대로 법적인 규제 대신 자율적으로 업계를 규제하겠다는 의미예요.

실제로 이 DAXA는 ‘테라·루나 사태’ 때 제각각으로 대응하는 거래소들을 보고 정부와 정치권이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에 출범시켰다는 분석이 많았어요. DAXA는 공인된 기관도 아니고 법적 규제도 받지 않아요. 최근 FTX라는 세계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순식간에 망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거래소도 믿을 수 없다’는 시각 또한 생겨났고요. 사실 ‘자신을 스스로 규제하는 자율적 기구’를 믿기란 쉽지 않잖아요.

코인 시장의 고질적 문제

현재 가상자산을 상장하고 상장 폐지하는 결정권은 DAXA에 있어요. 관련법이 아예 없기 때문이에요. ‘법이 없어서 민간 기업에 맡겨 놓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위믹스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였는지 정부도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시작했어요.

금융기관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국내 기관인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 시장의 상장 폐지 기준에 관한 제도적 검토에 돌입했대요. 다만 아무리 금융감독원이라도 이번 위믹스 사태와 관련한 법적 권한은 없기 때문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어요. 그저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장 폐지 기준의 형평성 문제는 따져보겠다는 거예요.

이번 사태는 정부 기관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직접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거나 불공정 거래를 관리·감독할 수 없다는 걸 다시 깨닫게 해요. 자율적으로 성장해 온 암호화폐 시장의 근본적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죠.

위믹스 상장 폐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법정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벌어질 전망이에요. 그 첫 판결은 지난 7일에 내려졌어요. 위메이드가 ‘법적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로 상장 폐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고, 재판부는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재판부의 결정으로 위믹스는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지난 8일 오후 3시부터 거래할 수 없게 됐어요. 다만 위메이드는 다른 국내 거래소에 위믹스를 상장해 거래를 계속할 수 있도록 했어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곳이지만 거래할 방법이 아예 사라지진 않은 거죠.

위메이드는 해외 거래소에 상장을 추진하는 등 사업을 계속해나가며, 국내 거래소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에요. 이 다툼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위메이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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