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쏙 닮았네! 튀르키예 청춘들의 ‘응답하라~ 써니’

한겨레 2022. 12. 1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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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를 만든 사람들은 우리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봤을 것 같다.

"그때로 돌아가면 다시는 하지 않을 거라고요? 저는 또 똑같이 할 것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이 드라마 덕분에 다음 휴가는 무조건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로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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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의 OTT 충전소][박상혁의 OTT 충전소] 넷플릭스 ‘러브 101’
넷플릭스 제공

이 드라마를 만든 사람들은 우리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봤을 것 같다. 영화 <써니>도 봤을 것 같다. 질풍노도의 학창 시절,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그립다. 그 시절 친구들은 잘 살고 있을까?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튀르키예 청춘 드라마 <러브 101>을 보면서 나의 청춘시대를 떠올려보자.

1990년대 이스탄불의 어느 고등학교. 구제 불능 사고뭉치 학생 네명이 있다. 이들은 매번 아슬아슬하게 퇴학 위기를 넘긴다. 이 학교는 징계위원 열두명 전원이 찬성해야 퇴학을 당한다. 모두 이들의 퇴학을 주장하는데 단 한명, 부르주 선생만 아이들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부르주 선생이 한달 뒤, 다른 도시로 전근을 가는 것. 네명은 부르주 선생을 사랑에 빠지게 해 계속 이스탄불에 머물게 하는 작전을 세운다. 이들이 ‘픽’한 상대는 외모는 멋지지만 성격은 세상 까칠한 농구부 코치다. 아이들은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고 사랑을 책으로 배운 모범생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러브 101> 제작진이 ‘응답하라 시리즈’와 <써니>를 봤을 것이라는 의심은 90년대와 현재를 교차편집하면서 이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20년 전에 친구 다섯명이 아지트로 쓰던 건물이 철거될 위기에 처한다. 이제는 30대 후반이 된 모범생 친구가 다른 친구들을 초대하면서, 과연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올 것인가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10대 이야기다운 쿨한 감성이 있고, 악인이 선을 넘어서지 않는다. 교장 선생이 악인으로 나오지만 무섭다기 보다는 재미있게 그려져 유쾌하게 볼 수 있다. 요즘 무겁고 잔인한 학원물이 많은데 <러브 101>은 신나게 정주행할 수 있다.

넷플릭스 제공

<러브 101>은 색감이 예쁜 드라마로도 유명하다. 이스탄불의 강렬한 풍경과 빨간 우산이 가득한 운동회 장면은 잊을 수 없다. 튀르키에 작품이 낯설어 긴가민가 한다면, 1회만 플레이 해보자. 배우들의 매력과 연기에 빠져 끝까지 달리게 될지도. 우리에게도 익숙한 팝송이 흐르는 점도 이 드라마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다.

그래서 이들의 러브 프로젝트는 성공했을까? 우여곡절을 겪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목적 없이 방황하던 다섯명이 조금씩 성장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다. 청춘의 다른 이름은 가능성이고 가능성의 이면에는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이 존재한다.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한 의문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모두 갖고 있다. 그래서 질풍노도의 시기 주인공들을 보는 것은 언제나 두근거린다. 드라마 초반에는 “저런 놈들은 당연히 퇴학시켜야지” 생각하다가 점점 “우리 애들은 원래 착했다고요. 아이들을 믿어주세요”라고 외치게 된다.

피디 생활을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 중 하나는 훌륭한 조연출이 반드시 훌륭한 메인 피디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모범생이 반드시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퇴학이 최대의 목표인 교장 선생과 이에 반대하는 부르주 선생의 대결은, 우리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소수를 빨리 포기하고 배제시키는 게 맞는지,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는지에 관한 질문도 던진다. “그때로 돌아가면 다시는 하지 않을 거라고요? 저는 또 똑같이 할 것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이 드라마 덕분에 다음 휴가는 무조건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로 갈 것 같다. 무조건 강추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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