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충식의 모빌토피아]앞서가는 일본 탄소중립 기술

여론독자부 2022. 12. 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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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우리와 산업구조 유사한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사고에도 원전 투자 늘리고
CO2 포집 등 다양한 활용기술 주목
韓도 균형 고려 탄소중립연료 개발을
[서울경제]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 중립을 위해 전 세계가 치열하게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2050 탄소 중립 선언’을 통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탄소 중립 사회라는 비전을 지향해 전환, 산업, 수송, 건물, 농축수산, 폐기물, 탈루, 흡수원,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CUS), 수소 등 10개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목표와 방법을 제시했다. 또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행력 있는 계획을 위한 심도 있는 검토가 계속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경제 규모가 커지면 에너지 사용이 늘고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다. 그러나 근자에 들어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 경제 발전을 한다고 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지는 않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 간 탈동조화라고 하는데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국과 더불어 이 추세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제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 구조에 탄소 중립 기술 개발이 늦어서일 수도 있다.

사진 설명

에너지원을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산업 구조 면에서 우리와 유사한 일본의 경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도 2050 탄소 중립을 향한 녹색 성장 전략에서 14대 중점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산업을 크게 에너지, 수송·제조, 주택·건물 관련 산업으로 나눠 14개의 중점 분야를 관리하고 연구개발(R&D)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왔다. 그 결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화력발전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놀라운 점은 후쿠시마 사고로 원자력발전소를 닫았을 때도 원자력 연구개발에 더욱 투자하고 꾸준히 기술력을 키웠다는 사실이다. 올해부터 탄소 중립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경제산업성 산하의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NEDO)는 10년 계획으로 돌파 기술 위주의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전체 예산은 우리 돈으로 20조 원에 이른다. 풍력·태양광발전, 대형 수소 공급망 구축,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수소 생산, 수소 활용 철강 산업, 암모니아 연료 공급망, 차세대 배터리 및 모터, 차세대 항공기·선박, 차세대 디지털 인프라, 이산화탄소(CO2)를 활용한 원자재·플라스틱 생산 기술, CO2 활용 콘크리트·시멘트 생산 기술, CO2 활용 연료 생산 기술, CO2 분리 및 포집 기술 개발 등을 적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수입을 통한 대형 수소 공급망 구축 기술로, 첫 번째로 우리나라와 다른 점으로서 눈에 띈다. 자국 내의 신재생에너지 개발만으로 탄소 중립을 이루기 어렵다는 분석으로부터 국제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의지를 확고히 보인다.

다음으로 CO2 포집과 다양한 활용 기술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대규모 연구개발에 나서지 않은 분야로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회사가 내연기관 퇴출을 반대하고 탄소 중립 합성 연료의 가능성을 선언한 배경이 확인되는 부분이다. NEDO 기술 개발을 포함해 일본의 탄소 중립 연구개발 예산은 우리나라의 2.5배 정도로 추산되는데 우리에 비해 태양에너지 기술에 대해서 적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은 앞에서 말한 국제적인 신재생에너지 공급망 구축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신 지열에너지에 많이 투자하는 것은 일본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아울러 일본은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건물·산업·수송·전력 분야로 구체적으로 나눠 강력하게 추진하는 점이 미국·영국과 유사하다. 또 앞으로 전력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할 전력·전자 부분의 효율화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가 탄소 중립을 위한 개발 기술 항목으로 효율화, 수요 조절, 신재생에너지, 연료 전환, 탄소 포집 및 활용, 원자력을 차례로 들었던 것을 보면 일본의 경우 모든 항목을 균형 있게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너무 이상적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반 전기화에만 빠져서 국제 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뒤처지지 않는지, 효율화 기술을 많이 놓치고 있지 않은지, 탄소 포집과 활용 기술 특히 에너지 운송체이자 액체 연료로서의 수소를 포함한 탄소 중립 연료 기술 개발에 소홀하지 않은지, 균형을 고려한 분석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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