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Z세대는 왜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를까

시사IN 편집국 2022. 12. 10. 0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현대지성 펴냄

“문득 컴퓨터로 넷플릭스를 시청하다가 영상을 1.5배속으로 재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넷플릭스의 ‘1.5배속’ 조절 기능은 2020년 7월 출시되었다. 콘텐츠의 작품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영화계에선 논란이 됐다. 식사에 비유한다면 맛을 음미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제작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삶은 이미 변화 중이다. 일본의 한 미디어 플랫폼은 “압축, 배속, 건너뛰기로 영화를 보는 행위는 청년의 기본적인 행동 양식”이라고 논평했다. 콘텐츠 홍수 속에서 시간은 없지만 대화를 따라가기 위해 Z세대는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른다. 책은 단순히 현실 비평에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영상 콘텐츠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콘텐츠 제작자에게 추천한다.

 

 

 

 

 

치매의 모든 것
휘프 바위선 지음, 장혜경 옮김, 심심 펴냄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증상 뒤편에도 다양한 질병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옷을 입히면서 질문을 하지 않는다. 부탁을 할 때는 환자가 그것을 실행하기 직전에 해야 한다. 실수를 바로잡아줄 때는 최대한 조용히, 소리 죽여 말한다. 치매 환자를 대할 때의 소통 규칙 중 일부다. 네덜란드의 임상 심리학자이자 노인 심리학자인 저자가 현장에서의 치료 경험과 치매 부모를 보살폈던 경험을 바탕으로 치매 안내서를 썼다. 그는 ‘고립의 심화’에 대해 말한다. 치매 환자의 경우 친구도 지인도 가족도 찾아오는 횟수가 줄다가 결국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것. 고립을 피할 수 있는 힌트를 담았다.

 

 

 

 

 

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 원작, 라이언 노스 각색, 앨버트 먼티스 그림, 공보경 옮김, 문학동네 펴냄

“뭐, 그런 거지.”

1922년 미국에서 태어난 빌리 필그림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그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가축 도살장으로 쓰이던 ‘제5도살장’에 수용된다. 종전을 불과 몇 달 앞둔 1945년의 어느 날, 미영 연합군의 폭격으로 드레스덴 전체가 불바다가 되었다. 시민 13만명이 몰살당하고 도시는 폐허가 되었다.
작가 커트 보니것이 ‘드레스덴 공습(대학살)’을 소재로 쓴 대표작 〈제5도살장〉의 그래픽노블이다. ‘만화계의 아카데미상’ 아이너스상을 두 차례 수상한 만화가이자 기획자 라이언 노스가 각색하고, 스페인의 저명한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앨버트 먼티스가 그림을 그렸다.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이다
로버트 자레츠키 지음, 윤종은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자백하건대 나는 처음 요양원에 왔을 때만 해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했다.”

대학에서 고전을 가르치던 저자는 생경한 역병으로 고립된 이들을 찾는다. 며칠 동안만 하려고 시작한 요양원 자원봉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사망자 통계,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늘어놓는 정치인 뉴스를 보며 그만둘 수가 없었다. 팬데믹 시대 저자의 버팀목은 고전이었다. 대역병의 시대에 쓰인 고전을 읽으며 저자는 코로나19가 안긴 불안과 두려움을 견뎠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부터 〈페스트〉까지, 저자가 소개한 고전을 다시 읽다 보면 ‘지금’ ‘우리’의 이야기와 흡사하다. 고전 이야기 사이사이에 쓴 요양원 체험기는 르포처럼 생생하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떠오를 것이다.

 

 

 

 

 

격정의 문장들
김경미 지음, 푸른역사 펴냄

“신문은 세계의 귀와 눈이라 하여도 무방하다.”

1908년 3월24일자 〈제국신문〉 독자 투고에 실린 글이다. 평안북도 운산 읍내의 표준경이라는 여성 독자는 순국문으로 발간된 〈제국신문〉에 “문명 행복을 누리려면 신문을 읽어 지식을 넓히자”라는 글을 보냈다. 17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조선시대의 상언, 신문의 독자 투고 등에 담긴 여성들의 글을 분석했다. 한국 고전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상소가 양반 남자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깬다. 저자는 나아가 ‘신문의 자투리 공간을 통해 새로운 여성주의적 주체로 나아간 이 여성들의 목소리는 한국 페미니즘의 초기 형태로 주목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수학의 위로
마이클 프레임 지음, 이한음 옮김, 디플롯 펴냄

“우리는 떠난 사람과 관련된 모형의 모든 측면을 수정한다.”

상실감이나 비탄, 슬픔은 물렁물렁하고 경계가 불분명한, 눈물처럼 주르륵 흐르는 액체 같은 것일까? 만약 그런 감정을 점·선·면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노년의 수학자인 저자는 프랙털 기하학의 자기유사성과 평행우주 이론, 불가역성 등을 통해 비탄을 그래프와 방정식 안에 재배치한다. x축에는 시간을, y축에는 삶의 여러 순간과 감정 등을 채워 넣고 저자는 아픔의 값을 찾는다. 삶의 어떤 궤도도 ‘엄마가 없는 세계’에서, ‘엄마가 있는 세계’로 도약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 세상을 떠난 반려묘와의 놀이시간은 다른 종류의 기쁨으로 결코 대체되지 않음을 분석하는 일. 이 책은 그런 일들을 담고 있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