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호구?”…중국에선 韓 반값에 파는 이 전기차[위클리 기사단]
인기 SUV 모델Y 가격 8.8% 내려가
한국·미국 등 주요시장의 절반 수준
가성비 中 전기차 비야디 등 약진에
중국시장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라
“수많은 프로젝트로 바빠서 당분간 저렴한 전기차 생산에 집중할 여력은 없다.”
약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올해 초,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높은 성능 등 가성비를 앞세운 타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 전략을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입니다. 짧은 답변이었지만 안에는 많은 뜻이 함축돼 있습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지금도 너무 잘 팔리고 있기 때문에 굳이 가격대를 낮춘 저가형 모델을 개발·생산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 답변 하나에 테슬라를 향한 머스크 CEO의 자신감, 그리고 자부심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미래 산업의 치열한 격전지로 손꼽히는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압도적인 입지를 자랑했습니다. 여전히 영향력은 큽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의 SUV 차량인 ‘모델Y’는 전 세계적 히트를 치면서 올해 최다 판매 차량 베스트 5 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 들어 9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약 50만대의 차량을 판매했고, 올해가 지나기 전까지 76만대 판매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테슬라는 다른 완성차 기업과는 달리 오로지 전기차만을 판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성적표는 전기차 시장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는 머스크 CEO가 보인 자신감의 근거가 됐습니다.
승승장구하는 테슬라 앞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질 것 같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가성비로 무장한 경쟁사들이 하나 둘 나타나면서 테슬라로 한정됐던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한층 더 넓어졌습니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가 대표적입니다. 비야디는 올 상반기 매출 1506억위안(약 28조원)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다양한 차종과 효율적인 성능을 제공하지만 차량 가격은 테슬라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조건들로 소비자들을 적극 유혹했습니다.
위기에 직면한 테슬라가 내놓은 생존 전략은 ‘저가형 모델 생산’이 아닌 ‘기존 모델의 가격 인하’였습니다. 그런데 국가별로 가격 인하 정도가 달랐습니다. 현재 테슬라 차량을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국가는 중국입니다. 모델Y의 경우 가격이 약 8.8% 내려간 4만달러(약 5300만원), 모델3의 경우 약 5% 인하된 3만6774달러(약 4850만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절반 수준입니다. 한국에서는 모델Y의 가격이 7만1475달러(약 9400만원)로 책정돼 있습니다.
테슬라 모델Y의 가격은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 취득세, 모델 경쟁력 등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모델Y가 가장 비싸게 판매되는 나라는 싱가포르(약 1억3600만원)입니다. 중국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3배 가까이 비싼 셈입니다. 뒤를 이어 이스라엘(약 1억3300만원), 멕시코(약 1억70만원), 홍콩(약 9777만원) 등이 있습니다. 한국은 ‘모델Y가 비싼 나라’ 6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모닝스타 소속 세스 골드스타인 전략가는 “자동차는 보통 중국이나 유럽보다 싱가포르, 이스라엘과 같은 나라들에서 가격이 더 비싸다”며 “더 높은 세금과 취득세 등으로 추가 지출이 나가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중국에서는 테슬라가 싱가포르에서의 3분의 1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약진하면서 중국 시장이 차기 격전지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비야디를 비롯해 중국 니오 등 신생 업체들이 맹추격하며 전기차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올 1~7월 중국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 업체들의 판매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떠나간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테슬라의 노력은 다방면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한 차례 가격 인하에 나선 데 이어 신규 구매자에 대한 보험 보조금을 확대하고 지역 TV 방송에 광고를 적극적으로 송출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주요 시장에서의 추가 가격 할인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골드스타인 전략가는 “만약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진다면 상품 가격도 내려가게 될 것”이라며 “테슬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이 수요를 늘리기 위해 가격을 다시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벤투 후임은 안정환? “연봉 10억 이하 한국인으로 가닥” - 매일경제
- “애가 나올거 같아요”…비상착륙하자 여객기서 30명 탈출, 왜? - 매일경제
- 이 시국에 3500명 채용..청년 불러들이는 그 곳은 - 매일경제
- “다마스는 그만 잊으세요”…‘1000만원대’ 전기화물밴, 10일이면 출고 - 매일경제
- 日축구팬, 남아공때도 그러더니 또 그 짓을…경기장서 뭘 했길래 - 매일경제
- 여기가 불륜 장소?...지팡이 짚던 어르신도 갑자기 허리 펴지는 곳은 - 매일경제
- 주저하면 완판, ‘스포티지값’ 독일SUV…마지막 가격파괴, 3천만원대[왜몰랐을카] - 매일경제
- “헤더할 때 가슴 철렁”…대표팀 주치의가 밝힌 손흥민 상태는 사실 - 매일경제
- ‘타이타닉’ 주제곡 부른 유명 女가수, 불치병 진단…뭐길래 - 매일경제
- 조규성, 2년 전에도 동유럽 명문팀 영입 대상이었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