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우스운 태광산업…이호진家에 4000억 우회지원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김익환 2022. 12.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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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지분관계 없는
흥국생명에 자금지원 검토
주주가치 훼손 우려
이호진 일가, 흥국생명 지분 80%
태광건설이 오너家 대신 자금지원?
트러스톤운용 "소액주주 희생" 반대


"싸다고 사면 큰일 나는 주식입니다."

태광그룹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은 주식시장에서 악명이 높다. 펀드매니저들도 고개를 젓는다. 주주환원에 인색하고 '오너 리스크'도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2006년 장하성펀드, 2019년부터는 트러스톤자산운용가 이 회사를 공격한 배경이도 하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보유현금(1조3000억원)을 밑돈다. 저평가받지만 여전히 주가 전망은 어둡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일가가 지분 90%를 보유한 흥국생명에 최대 4000억원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흥국생명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태광산업이 오너일가 대신에 흥국생명을 지원하는 형국이다. 태광산업 개인 투자자(개미)와 기관투자가의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4000억 유상증자 참여 추진 보도' 조회공시에서 "유상증자 참여에 관해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4000억원 규모의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전환우선주 발행을 타진하고 있다. 이 우선주 상당액을 태광산업이 인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흥국생명이 자금조달에 나선 것은 영구채 콜옵션 논란과 관계 깊다. 이 회사는 2017년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조기 상환일인 지난 9일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지난달 재차 조기 상환하기로 입장을 바꾼다. 조기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흥국생명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단기자금인 환매조건부채권(RP) 4000억원을 발행했다. 하지만 이 RP 자금의 상환자금 마련을 위해 재차 계열사 등을 대상으로 우선주를 발행하는 것이다.


흥국생명의 최대 주주는 이호진 전 회장(지분 56.3%)이다. 이 전 회장의 조카인 이원준 씨(14.65%)와 친인척(합계 11%) 등 오너일가가 흥국생명 지분 91.95%를 쥐고 있다. 반면 흥국생명에 자금지원을 고려하는 태광산업은 전혀 지분 관계가 없다. 태광산업이 오너일가 대신 흥국생명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의 '오너리스크'로 오랜 기간 시달렸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직후 보석 석방된 뒤 8년가량의 재판 기간 대부분을 풀려난 상태에서 보내 ‘황제보석’ 논란을 빚었다. 그러다 2018년 말 재수감된 뒤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태광산업이 시가총액(8139억원)이 보유한 순현금(1조2731억원)을 밑도는 등 주가가 저평가 받는 것도 이 같은 '오너리스크'의 우려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주가 관리에 여전히 소홀한 편이다. 이 회사 지분 5.80%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해 초 이 회사에 주주 서한을 보냈다. 현금성 자산 활용방안과 액면분할 및 무상증자, 합리적 배당전략을 요구했지만 관련해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폴리에스터와 섬유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 9월 말 현금성 자산이 1조3719억원에 달했다. 차입금(987억원)을 제외한 순현금은 1조2731억원에 이른다. 넉넉한 현금을 주주가치와 회사 설비투자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3분기 누적 설비투자는 고작 489억원에 불과했다.

아껴둔 현금을 회사 주주가 아니라 오너일가가 지분 80%를 보유한 흥국생명에 지원할 채비를 하는 셈이다. 실제로 이같은 투자가 현실화할 경우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는 물론 이 회사의 지분 14.20%를 보유한 소액주주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급기야 9일 입장문을 내고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지원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트러스톤은 유증 참여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해 "흥국생명 대주주인 이호진 회장을 위해 태광산업과 태광산업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결정"이라며 "성과는 대주주가 독식하면서 위기 상황만 소액주주들과 공유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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