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무릎 꿇린 尹정부, 노동계 본격 압박 나설까[노동:판]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입력 2022. 12. 10. 05:03 수정 2022. 12. 1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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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2차 파업을 복기해 보면 정부는 1차 파업 이후 말 그대로 '칼을 갈고' 나왔습니다. 파업 첫날부터 불법 파업 규정으로 시작해 업무개시명령, 대화 창구 폐쇄, 공정위를 활용한 '사업자단체' 낙인찍기 등 일련의 대응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새로운 '對勞' 전략을 선보였는데요. 자신감을 얻은 정부가 한동안 노동계를 대상으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설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노동계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편집자 주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 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 깔아봅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한 조합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장장 16일에 걸쳐 진행됐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이 사실상 노조의 '완패'로 끝났다.

끝까지 타협은커녕, 대화 자체를 거부한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성과'를 거두면서 향후 노정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1차 파업과 확 달라진 尹정부…"정부의 새로운 對파업 전략이 먹혔다"


지난 6월 화물연대의 1차 파업 당시만 해도 정부는 파업에 대응할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단적으로 1차 파업에서 화물연대와의 협상 첫날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중립을 지켜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단계로 복잡하게 얽힌 화물업계의 특성에, 법 개정을 앞두고 정부의 분석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현실과 동떨어진 윤 대통령의 발언은 '현안 파악이 안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1차 파업 당시만 해도 5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고, 막판 타결을 앞두고는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직접 현장을 찾기도 했다. 협상 끝에 정부는 화물연대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안전운임제 연장을 약속하면서 '정부가 화물연대에 밀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반면 이번 2차 파업에서 정부의 대응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일사불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관계부처 장관 등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정부합동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정부는 파업 첫날부터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선보였다. 1차 파업 당시 원 장관이 직접 협상장을 찾았다면,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해 사상 첫 화물업계의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했다.

또 정부는 파업 첫날부터 화물연대는 '노조'가 아니며, 따라서 화물연대와의 협상을 '교섭'이 아닌 '면담'으로 규정했다. 갈등이 커지자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기 위한 포석을 처음부터 깔았던 셈이다.

노정 간의 첫 협상은 약 2시간 만에, 두번째 협상은 단 40여 분 만에 결렬됐다. 두 번의 만남 모두 국토부는 사실상 '협상 불가'만 외쳤다. 이어 두번째 협상 결렬 직후 원 장관은 기자실을 찾아 "이런 식의 대화라면 안 하는 것이 낫다"며 화물연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대화의 문을 닫았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정부는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화물연대의 파업을 민주노총의 '동투'(冬鬪·겨울투쟁)에 엮어 '정치 파업·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위기경보단계를 격상해 전례없는 중대본을 구성한 뒤 △이를 근거로 운송업계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때까지 정부 대응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화물연대를 노조가 아닌 사업자단체로 규정한 것도 '불법파업'의 연장선에서 진행됐다. 화물연대와 야당이 진전된 대안을 제시할 때면 오히려 '선(先)복귀 후(後)대화', '3년 연장안 재검토' 등 더 강도 높은 방식으로 응수했다.

이에 대해 일하는시민연구소 유니온센터 김종진 소장은 "예전 같으면 공정위 현장조사에 바로 경찰을 투입했을 텐데, 이번에는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활용하는 등 '세련된'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노동계도 파업 전략·전술을 전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윤 대통령은 그동안 노사관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파업은 용인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향후 노사관계에서 '불법'이라는 낙인을 적극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었는데,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번 파업은 정부의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모범 사례가 됐다.

김 소장은 "여론전에서 정부가 어떻게 의제를 선점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민주노총은 파업만 하는 집단'으로 낙인을 찍고, 정부는 이러한 '불법' 행위에 타협하지 않는다는 구도를 통해 노조를 아예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명분을 쌓았다. 또 정부가 경제위기, 공정, 취약노동자와 귀족노조 등의 키워드로 의제를 선점한 것도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원점 회귀한 안전운임 논의…자신감 얻은 정부, 노동계 상대로 전방위 압박 나설 듯


이런 가운데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면서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제 논의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을 뿐 아니라, 화물연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 자신감을 가진 정부가 앞으로도 노동계를 상대로 '강경 일변도'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은 오는 14일 예고했던 제2차 총파업·총력투쟁대회는 취소했지만, 성명을 통해 "화물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는 이제 국회 논의 등 새로운 단계로 돌입했다"며 국회에서의 법 개정 투쟁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의 핵심쟁점인 안전운임제의 경우 비록 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 기한을 3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단독의결했지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이미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경고한 바 있다.

만약 연말까지 극적으로 일몰제 연장에 합의하더라도, 화물연대가 핵심 요구사항으로 꼽았던 적용 품목 확대는 정부와 여당이 여전히 물러서지 않을 태세여서 갈등이 불거질 전망이다.

비단 '안전운임제' 논란을 넘어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노정 관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당장 정부 의뢰로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을 준비하는 전문가 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오는 13일 정부에 제시할 정책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의견 수렴 과정에서 연구회가 공개한 대책에 노동계가 크게 반발했지만,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동개혁을 더욱 밀어붙일 모양새다.

나아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공공부문 구조조정도 전례없이 강력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7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인위적인 인원 감축 계획을 밝혔고, 곧 세부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혁신계획'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공공부문 민영화' 수순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 역시 화물연대 파업의 후폭풍을 타고 정부가 정책 집행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업무개시명령을 필두로 한 정부의 새로운 파업 진압 방식이 다른 업종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원이나 철도, 도시철도, 항공, 가스, 통신 등 필수유지업무 사업장들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이나 긴급조정권 등을 사용해 물리적 충돌을 빚지 않고도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에서도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조법 2, 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 개정 논의도 힘이 빠지게 됐다. 단순히 정부와 여당의 기세가 올랐을 뿐 아니라 장기간의 파업에 시민들의 여론이 악화된 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경 일변도 정부, 갈등만 부를 것" 우려…"노동계도 시민 설득할 전략 다시 고민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6일 오후 경기 의왕시 의왕ICD 제2터미널 앞에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신의 강경 모드가 '통했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중앙대학교 이병훈 사회학과 교수는 "비록 화물연대가 요구사항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났으니 패배라고 표현하더라도, 역대 최장기 파업과 같은 기간인 16일 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집단행동을 벌인 일을 가벼이 볼 수는 없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힘 대 힘으로 부딪힌 일은 반드시 다시 갈등을 낳는다"며 "당장 안전운임제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불신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도 정부가 노조를 상대로 '버릇을 고치겠다'는 식으로 나아가면 제2, 제3의 갈등을 부를 수밖에 없다"며 "강경일변도로 노동자를 적대시하는 정부 기조가 얼마나 사회 갈등의 비용을 유발하는지 숙고하지 못한 채 이겼다고만 치부한다면 염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노정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노동계가 정부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소장은 "이번 파업에서 정부가 안전운임 논의에 대한 합의를 어긴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파업에 돌입했다"며 "파업 전후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공감 과정이 부족했던 만큼 앞으로 노동 문제에 대해 조합원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충실히 설명하는 홍보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소장은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국제연합(UN)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가 '개입'한 일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다음 주에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 정부의 추가 업무개시명령, 공정위 조사 등을 정식 제소할 예정이다.

김 소장은 "ILO 제소 과정을 잘 준비해 내년 1분기 동안 시민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충분히 알려야 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보건의료 사업장에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또 내릴 수 있는데, 이때 위축되지 않도록 미리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행 업무개시명령 절차는 요건도 불명확한데 정부 홀로 심의하고 발동한다"며 "야당과 함께 관련 요건을 강화하고, 노사정이나 공익위원, 국회 추천 위원이 심의과정에 참여하도록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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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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