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의 터틀넥 패션… 공기관 난방 17도 제한, 추위와 전쟁

김은중 기자 2022. 12. 10. 03: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NOW] 정부·공공기관 난방 17도 제한 “공무원들도 동참”
소형난로·전기방석도 공무원들 사용 금지령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 관계장관회의 및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한 총리는 정장 셔츠가 아닌 터틀넥 셔츠를 입고 출근했다. /연합뉴스

“몸 좀 녹였으니 오늘 각자 업무들 점검해볼까요.”

서울 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8도까지 내려간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 근처 한 커피숍엔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회의를 하고 있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들이 청사 밖으로 나온 이유는 단 하나.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로 아침엔 사무실이 너무 춥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는 올해 10월 ‘겨울철 에너지 절약 5대 실천 강령’을 발표해 1019개 중앙·지자체·공공기관에서 실내 난방 온도를 17도 이하로 제한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정부부터 솔선수범해 ‘에너지 다이어트’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전국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체의 2.2%로, 내년 3월까지 캠페인을 통해 전년 대비 10%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부터 나서서 공직사회를 독려하고 있다. 한 총리는 9일 열린 코로나 중대본 회의에 정장이 아닌 회색 터틀넥 니트를 입고 등장했다. 한 총리는 “저도 요즘 목티, 스웨터, 조끼와 같은 따뜻한 복장으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며 “추운 환경으로 인해 불편함도 따르겠지만 에너지 절약 실천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회색 터틀넥 니트를 입은 한 총리는 “저도 요즘 목티, 스웨터, 조끼와 같은 따뜻한 복장으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며 “에너지 절약 실천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에너지 감축이라는 대의 명분에는 공감하면서도 매일같이 ‘추위와의 전쟁’에 따른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엄습하면서 정부서울청사 본관과 별관에는 직원들이 패딩과 담요로 몸을 감싸고, 뜨거운 커피와 차를 마시며 업무를 보는 광경이 매일 아침 펼쳐지고 있다. 한 정부 부처 서기관은 “평소 오전 8시 전에는 출근하는데 사무실에 들어와도 몸 안의 한기(寒氣)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사무관은 “정부 방침에 따라 실내 조명도 30% 이상 소등해야 하는데 아침 사무실이 그렇게 음산할 수가 없다”고 했다.

소형 전기 난로나 선풍기 히터, 전기 방석 등을 사용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정부가 에너지 감축 취지를 살리겠다며 개인용 전열 기기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한 총리가 “형식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말고 최대한 따뜻하고 편안한 복장을 입으라”고 했지만 외빈(外賓)과의 업무상 만남이 잦은 외교부·국방부 등 일부 부처는 그러기도 힘든 상황이다. 일부 시·군·구청은 고육지책으로 자체 예산을 편성해 장갑, 핫팩, 무릎담요 같은 난방용품을 구매해 직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익명 게시판에는 “업무 효율이 지나치게 떨어졌다” “에너지 절감도 중요하지만 한국 정도 되는 나라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글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감시의 눈이 덜한 부처 외청(外廳)들의 경우 본부만큼 엄격한 실내 온도 관리가 되지 않고 있어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공공기관 만큼이나 많은 인력이 근무하고 있는 국회, 법원 등 입법·사법 기관들은 에너지 절약 실천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에너지 절감을 하겠다며 공직 사회를 채근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정전 대란’ 이후 동계 전력난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 1만9000곳에 대해 전년 대비 10% 전기 절약을 의무화했다. 박근혜 정부도 2014년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을 발표하며 공공 부문 실내온도를 민간보다 2도 높은 28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당시 공무원들이 상의는 정장, 하의는 반바지를 입고 얼음물에 발을 담가가며 더위를 극복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