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송년 엽서
“올 한 해도 수고하셨습니다!”
한 서점인이 ‘올해의 책’ 설문 결과를 전달하며 이런 인사를 건넸습니다. “왠지 올해의 책을 추천드리고 해야할 것 같은 멘트”라면서요. 매년 ‘올해의 책’을 선정할 즈음이면 ‘아, 올해도 다 갔구나’ 드디어 실감이 납니다.
연례행사란 뻔하지만, 하지 않으면 섭섭하지요. 연말마다 ‘올해의 책’을 선정하고 독자 여러분께 알리는 것은 한 해를 떠나 보내는 아쉬움을 함께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주 몇 백 권의 책이 쏟아지지만 오래 간직하고 싶은 책은 많지 않습니다. 책장에 오래 두어도 빛바래지 않을 책 열 권을 고민해 골랐습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올해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내년이라는 책의 첫 장이 어떤 문장으로 시작할지 궁금하면서도, 지금 붙들고 있는 책을 어서 마저 끝내야 할 것 같은 조급함도 함께 따라오지요. 해가 갈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더 빨라지는데, 독서로 인한 충만함은 덜해 가는 것만 같은 마음. 이해인 시인은 ‘송년 엽서’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나이 들수록/시간은 더 빨리 간다고/내게 말했던 벗이여//어서 잊을 것은 잊고/용서할 것은 용서하며/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습니다.”
12월은 송년회의 달. 그리운 이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2022년은 독자 여러분께 어떤 책으로 남았는지 궁금해집니다. 누군가에겐 추리소설처럼 긴박했겠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사랑 시집처럼 달콤했을 것이며, 지루한 참고서 같은 한 해를 보낸 이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우직하게 앉아 마지막까지 책장을 넘기는 수밖에요. 이해인 시인은 이렇게 시를 끝맺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충실히 살다보면//첫 새벽의 기쁨이/새해에도 항상/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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