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현재의 기억
우리는 결국 모두 죽을 테지만, 마치 그날이 오지 않을 것처럼 살아간다. 죽음의 시기를 상상하는 삶과 외면하는 삶은 개인의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갈까? 지인이 심장마비로, 사고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이유로 세상을 떠났을 때, 갑자기 들려오는 죽음에 대한 소식은 주변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살아 있는 자들은 그 죽음 앞에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실감하면서 각자의 삶을 돌아보지만, 오래지 않아 그날의 긴박한 감정은 잊고 죽음이 지워진 일상에 매몰되어 삶의 속도를 올린다.
긴 세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는 이들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면 어떤가. 늘 죽음의 그림자를 체감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라면 죽음을 곁에 둔 일상에 지쳐갈 수도 있겠고, 남겨진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만남의 밀도를 올려갈 수도 있겠다. 떠나갈 이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확보했다는 것으로 서로를 위로할지도 모른다.
우루과이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알레한드로 세사르코는 아버지가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한 뒤, 시간과 기억에 대한 작업을 이어오던 작가답게 아버지의 초상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세사르코는 아버지가 앉아서 일하는 사무실 벽면에 그가 촬영한 영상을 투사하고, 다시 그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현재의 기억’이라고 이름 붙인 이 작품은, 아버지의 시간을 영상으로 겹쳐 올리는 방식으로 머지않아 부재할 존재가 남기는 ‘시각적 메아리’를 붙잡는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며 곧 닥칠 이별을 애도하는 작가는, 그의 눈이 마주하는 아버지의 현재를 기억하는 과정을 거치며 아버지를 놓기 위한 준비를 한다.
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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