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로 집값 못 잡아, 보편성 잃은 이중과세 없애야
이재만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 대표
정치권도 고민이 깊다. 최근 국회에서 여·야는 잠정 합의안을 도출,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종부세 중과는 유지하되 2주택자 세율을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 종부세 기본공제액은 현행 6억원에서 7억~8억원으로 상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야당이 정부와 여당 입장을 수용해 공제액을 12억원으로 상향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하지만 8일 만난 이재만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세법상 종부세 부과는 상당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며 종부세 완전 폐지를 거듭 주장했다. 1951년생인 그는 세무 전문가(세무사)이자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 공동대표로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Q : 국회에서 잠정 합의안을 냈다.
A : “여전히 위헌 요소가 많다.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의안을) 내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놔두는 게 낫다.”
A : “대표적인 게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도 규정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 침해다. 세법에서 주택은 침해돼선 안 되는 사유재산권의 대상이며, 사적유용성(개인적으로 이용 가능한 상태에 있어야 하는 성질)도 당연히 인정된다. 그런데 혹자가 주택 한 채를 임대해서 1년에 2000만원을 번다고 할 때, 종부세로 5000만원을 낸다고 하면 재산세를 빼고도 매년 3000만원을 잃게 된다. 재산세를 따로 내는 걸 고려하면 명백한 이중과세이자, 재산권을 무상 몰수하는 세금인 셈이다.”
Q : 너무 극단적인 예시 아닌가.
A : “지금 다주택자 대상 종부세 최고세율이 농어촌특별세 포함 7.2%까지 올랐는데, 이 수치로 계산하면 종부세로 재산의 80~85%는 몰수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세금을 납세자의 부담 능력을 고려해 책정해야 한다는 ‘응능(應能) 부담’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지금 다주택자의 경우 고령의 은퇴자들이 많은데 이들이 주택을 마음대로 팔지도 못하고 세금 폭탄을 맞고 있다.”
Q :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나.
A :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의 주택 보유세율은 높아봤자 1% 수준이고, 종부세를 매기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비슷한 세금도 없다. 일본은 1991년 부동산 투기로 인한 집값 폭등을 막는다며 종부세와 비슷한 ‘지가세’를 도입했지만 위헌임을 이유로 8년 만에 폐지했다. 독일도 1995년 ‘반액과세의 원칙’ 판례를 통해 국민 재산에 부과되는 조세 부담 총액이 기대수익의 절반을 넘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현재 독일의 재산세율은 0.35%로 한국(0.4%)보다 낮다.”
종부세 문제로 이혼 늘어 가정 파괴도
Q : 종부세가 혼인 및 가족생활 보장의 헌법 규정을 위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A : “종부세 때문에 이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지인 중에 두 명이 이 문제로 이혼했다. 대부분의 다주택자는 주택 두 채를 보유했는데, 자기 명의로 된 게 한 채냐 두 채냐 등에 따라 부과되는 종부세도 크게 차이가 난다. 원래 2019년까지는 종부세를 재산가액에 따라 매겼는데 2020년부터 소유형태까지 보도록 법을 바꾼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가 두 채의 집을 가졌는데 누가 어떻게 가졌느냐에 따라 종부세도 최대 4배 차이가 난다. 이때 법적으로 이혼을 하면 세금이 5분의 1에서 10분의 1까지 줄어든다. 1년에 4000만원 종부세 내는 부부가 이혼하면 둘이 합쳐 500만원만 내면 된다. 고령의 은퇴자들에게는 큰 액수인 3500만원을 연간 절약할 수 있으니 이혼을 안 할 수 없다. 종부세 때문에 법률적으로 가정이 파괴되는 거다.”
A : “문재인 정부 5년간 집값이 37% 올랐는데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100%가량 올랐다. 서울은 많이 오른 곳은 140% 정도 된다.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을 너무 올렸다. 세금을 최대한 많이 걷으려는 목적에서다. 공시가격은 과세기준이기 때문에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급격히 올리면 안 된다. 과세기준은 공정하게 잡되, 더 많이 버는 사람한테 세금을 더 걷으려면 세율을 높이면 된다. 문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라는 법에 없는 걸 만들어서 국민들 세금만 배로 올린 셈이 됐다. 굳이 공시가격으로 종부세를 걷겠다면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장난치기 전인 2018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
Q : 국민 정서상 종부세 폐지는 부자 감세로 해석될 수도 있지 않나.
A : “정치적인 해석일 뿐이다. 세금은 모든 국민이 국가에 납부하는 거라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선 국민의 4대 의무 중 국방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가 궤를 같이한다. 전쟁이 났을 때 빈자 또는 부자라는 이유로 징집에서 면제돼선 안 되듯, 조세평등주의에 의거해 모든 국민이 조세 부담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세금을 배분받아야 한다. 종부세는 이런 보편성과 조세평등 원칙에도 위배되는 세금이다.”
Q : 부자가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건 당연하지 않나.
A : “물론이다. 다만 어느 정도 합리적인 선에서 (부자 과세가) 유지가 되고, 형편이 어려운 국민 역시 작은 액수라도 세금을 내야 조세평등주의에 부합한다. 그래야 형편이 어려운 분들도 내 나라라는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그런데 한국은 근로자의 57%만 소득세를 내고 나머지 43%는 면제다. 해외 주요국의 소득세 면제 비중이 15%인 걸 고려하면 보편적이지가 못하다. 다른 나라에선 1%의 부자가 전체 소득세의 11%를 낼 때 한국은 40%를 낸다.”
Q : 2005년 종부세 도입 당시 관가의 분위기는 어땠나.
A :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신을 갖고 (종부세 도입은 안 된다며) 거의 1년간을 싸웠다. 그때 고 노무현 대통령이 회유를 했다. 그런 세금이 있는 형태로만 법을 만들어보자, 세금을 조금만 부과하는 식으로 해보자, 그렇게 서로 타협을 해서 문제가 안 되는 선에서 법을 만들었다. 이후 2005년 3월 이 전 부총리가 퇴임하고 그해 6월 종부세가 도입됐는데 불과 반년만인 그해 12월에 세금이 많이 나오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일이 꼬였다.”
Q : 집값의 과도한 인상과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종부세의 입법 취지는 어떻게 보나.
A :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한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부동산 투기를 정말 억제하고자 한다면 주택 공급을 늘리든지, 이자율(금리)을 높이면 된다. 올해 금리를 크게 올렸더니 집값도 크게 떨어지고 있지 않나. 세금을 올려 집값을 잡는다는 건 지난 정부의 거짓말이다. 문재인 정부 때 그렇게나 세금을 올렸는데 단 한 번도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문 정부는 투기 억제를 위해서라며 종부세를 5년간 일반 개인 대상 11배, 다주택자 대상 17배, 다주택법인 대상 64배 올렸다.”
이 전 청장은 종부세는 없애되, 부적절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벌금 수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혐의로 기소됐던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대법원에서 1000만원 벌금형을 받았는데,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투기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도 이보다 많은 세금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폐지 공약했는데 논의 안해
Q : 윤석열 대통령은 종부세 폐지를 약속했는데.
A :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 때의 집값 폭등 때문에 당선된 거나 다름없다. 그런데 종부세 문제에선 아직까지 지지부진하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알기 힘들 테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데, 둘 다 아직 종부세를 폐지할 생각이 없는 듯싶다. 문재인 정부 때의 종부세 수준이 심했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종부세를 정부의 ‘칼자루’로 봐서 일단 놔뒀다가 필요할 때 표심 확보 등을 위해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여당도 문제다. 세법 등에 대한 많은 공부가 필요한데 공부를 안 하려 한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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