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실패 ‘늑대들의 합창’처럼, 뭔 잘못인지 함께 살펴야

입력 2022. 12. 1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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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지난 2009년 1월 15일,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우고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US항공 A320 여객기는 4분여 만에 비상사태를 맞았다. 새떼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로 양쪽 엔진이 멈춘 것이다. 대도시 상공이라 추락하면 대형 사고는 불을 보듯 뻔 한 일.

다행히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의 노련한 대응으로 여객기는 인근 허드슨 강에 불시착,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설렌버거는 ‘허드슨 강의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사고조사위원회가 물고 늘어졌다. 근처 공항으로 갈 수 없어 불시착했다는 설렌버거의 말과 달리,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는 갈 수 있다고 나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수많은 생명을 위험에 몰아넣은 셈이 된다.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는 영화에 잘 나와 있듯, 설렌버거와 NTSB 간 끈질긴 공방이 이어지는데, 설렌버거는 이번에도 돌파구를 찾아낸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17번의 시도 끝에 나온 것이라고 하자, 그가 말한다. “인간적인 요소(Human factor)가 빠졌다.” 실제 상황에서는 상황을 살피고 적절한 대처 방안을 찾느라 35초를 사용했는데, 이걸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사관들은 어디로 가야 할 지, 어떻게 해야 할 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이 발생하자마자 어떤 고민도 없이 곧장 인근 공항으로 기수를 돌렸다. 그렇게 했는데도 17번이나 연습한 끝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실존 인물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 [AP=연합뉴스]
사고 당시 설렌버거는 41년 경력에 1만9000시간 이상을 조종한 베테랑이었지만 그런 그도 처음 당한 상황이라 시간이 필요했다. “매뉴얼에 있는 대로 했다면 (모두) 죽었을 것”이라는 부기장의 증언처럼, 그는 이 짧은 시간에 매뉴얼 15개를 건너뛴 해결책을 찾아냈고 덕분에 모두 살 수 있었다. 그래서 이 35초를 넣고 시뮬레이션을 하자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공항으로 향한 비행기는 도심 빌딩에 부딪쳐 추락했다. 이 35초를 조사위에서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쨌든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이 작지 않다.

우선, 급박한 상황일수록 결과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건 과녁에 화살을 쏘는 게 아니라 화살을 쏘아 놓고 과녁을 그리는 것과 같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는 전체가 아니라 눈앞의 상황만을 볼 수 있는데다 상황이 순간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상황 파악 자체가 힘들다.

또 하나, 이 사건처럼 옳은 일을 하고서도 사건 자체가 긍정적인 게 아니라면 헤쳐 나가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아니라 악당이 될 수도 있다. 현장 상황은 외면한 채 오로지 결과만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들이 악당일까? 영화에 나온 조사관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저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만 해도 삶이 추락하는데, 여기에 ‘어떤 의도’가 개입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듯, 누군가의 잘못으로 몰아 당사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 같은. 현장도 모르는 사람들이 말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해결이 심각한 후유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조직과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설사 당사자가 실수를 했더라도 그렇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사람의 실수는 그 사람 탓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실수는 다르다.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기에 당사자만의 탓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특성을 외면한 채 누군가의 탓으로만 해결하면 그 일은 다시, 더 크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뿐인가? 사람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몸을 사리고 책임 공방만 난무하게 된다.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잘못을 따지기보다 시스템 개선을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

세계적으로 늑대가 서식하는 지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늑대에게 피해를 당하는데도 늑대를 숭배하는 곳이 많다. 우리 조상들이 호랑이를 영물로 여겼듯이 말이다. 배울 게 많기 때문이다. 지금도 북미 지역에 사는 늑대들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들은 몸무게가 50~60㎏ 밖에 안 되지만 400㎏이 넘는 거대한 사슴인 무스나 1t에 가까운 아메리카 들소 바이슨을 사냥한다. 강력한 조직력으로 엄청난 덩치 차이를 극복한다. 물론 쉽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은 한겨울의 실패는 치명적이다. 사냥감이 귀한 시기라 굶어 죽을 수 있는데, 이런 중요한 사냥에서 누군가가 잘못해 실패했다면 어떨까? 전체를 위기에 빠트렸으니 우리가 아는 늑대 이미지처럼 당사자를 가차 없이 요절낼까?

이럴 때 이들 우두머리들은 지치고 짜증이 극에 달한 구성원들을 불러 모아 합창을 시작한다. 하울링(howling)이라는 늑대들의 합창이다. 따라하지 않는 구성원들을 하나 둘 참여시켜 분열될 수 있는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누군가를 처벌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음 사냥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늑대 신화를 갖고 있던 로마는 패배한 장군을 처벌하지 않았는데, 혹시 이것도 이들에게서 배웠던 것일까?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araseo11@naver.com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2005년부터 자연의 생존 전략을 연구하며 지속 가능한 생명력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를 탐구하고 있다. 『사장으로 산다는 것』 『사장의 길』 등의 책을 냈고,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지식탐정의 호시탐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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