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년 만의 가동…신한울이 주는 교훈

2022. 12. 1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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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부 5년간 인력·기업 등 생태계 붕괴


계획 원전 조기공사로 생태계 복원 서둘러야


‘K방산’은 생태계 갖추니 단군 이래 최대 호황

신한울 1호기가 착공 12년 만인 지난 7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신한울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원전과 같은 APR-1400 노형으로, 핵심 설비를 국산화한 ‘한국형 원전’이다. 3세대 원전 중 최첨단으로, 설계수명을 기존 40년에서 60년으로 늘렸다. 2019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인증을 취득하며 안전성도 입증받았다.

신한울 1호기는 2010년 착공했으니 12년 만의 완공이다. 애초 2017년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경주 지진,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등으로 준공과 가동 일정이 지연됐다. 문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경제·산업계가 반발하자 ‘에너지전환정책’이라고 표현을 바꾸었지만, 임기 5년간 원전 공사가 지연·취소되면서 관련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그렇기에 신한울 1호기 상업운전 시작은 원전 생태계 복원이라는 면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다행히 현 정부 들어 한국형 원전 APR-1400은 체코와 폴란드 등으로 수출이 추진 중이다. 한국은 지난 5년 탈원전 여파에도 세계 6대 원전수출국 자리를 잃지 않았다. 특히 러시아·중국을 제외한 자유 진영 국가 중에선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가 빈번한 공사 지연으로 신뢰에 금이 가고, 미국은 설계 능력은 있으나 공사를 위한 산업 생태계가 위축된 상황과 대조적이다. 일본 또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치적 부담감 때문에 원전 수출의 동력을 상실했다. 이들 국가의 원전 생태계가 한국에 앞서 무너진 것이다.

수출이든 국내 건설이든,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 복원은 시급하다. 그간 대학은 원자력공학 전공 학생을 찾기 어려웠고, 관련 산업 고급인력들은 중국 등 해외로 떠났다. 이미 폐업한 기업들도 생겨났다. 국내 일감은 없고 수출도 안 되니 도리가 없었다. 무너진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계획된 원전의 조속한 시공이 절실하다. 현재 공정률 99%에 도달한 신한울 2호기의 완공과 가동을 서둘러야 한다. 울산 울주군엔 새울 3·4호기가 2025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지난 정부에서 백지화됐다가 살아난 신한울 3·4호기는 2024년 착공할 예정이다.

원전은 최근 극심해지고 있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대표적 에너지원이다. 적자 늪에 빠진 한전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국민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전 외에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정부 내내 ‘안전성’을 볼모로 원전 산업 생태계 붕괴를 부채질했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혁신 및 정상화도 중요하다.

산업 생태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K-방산’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한국의 무기 수출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다.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폴란드에 수출되고, 국산 경공격기 FA-50은 말레이시아 수출을 위한 최종 협상이 진행 중이다. 태국·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도 추가 또는 신규 구매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각국에서 재래식 무기 재무장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재래식 무기 수출 강국이었던 프랑스와 영국·독일은 탈냉전 이후 군병력 감축으로 무기 생산을 위한 산업 생태계가 대거 축소됐다. 반면 한국은 남북 대치 상황 속에서 무기 생산 기술력을 끌어올림으로써 가격 및 품질 등에서 경쟁국보다 우월한 무기 산업 생태계를 갖추게 됐다.

원전과 방산 사례에서 산업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건 순간이지만, 복원에는 긴 시간과 많은 돈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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