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문학주간 후에 깨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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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문학주간 행사가 서울 대학로에서 열렸다.
사실은 내가 문학주간을 기획한 것이 아님을.
문학주간이 나를 기획한 것이었다.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나와 문학이 여전히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로 인해 내가 행복할 수 있음을 문학주간이 일깨워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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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주간이 나를 기획한 것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새삼스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었다. 지난 몇 년간 나는 출산과 육아의 격랑에 휩쓸려 문학과 동떨어진 삶을 살았고 문학 없이도 일상은 흘러갔으므로 사실상 나와 문학은 이제 무관하다 믿고 있었다.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나와 문학이 여전히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로 인해 내가 행복할 수 있음을 문학주간이 일깨워준 것이었다.
이를테면 좌담에서 소설가 C가 했던 말이 그렇다. 제주에 사는 그에게 관객들이 제주에 대해 물을 때마다 그는 수줍어하며 대답했다. 저는 방에서 글만 쓰기 때문에, 저는 방에서 글만 써서, 방에서 글만 쓰니까….
그 단순한 문장이 내게는 마치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쓴 편지처럼 묵직하게 다가왔다. 방에서 글만 쓰는 사람에게는 창밖이 제주건 지옥이건 상관없다. 그는 쓰고 있는 글을 통해 어디로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그 대답이 너무 명료하고 아름다워서 나는 조금 울었다.
그런가 하면 시인 L은 관객이 시를 쓸 때의 어려움에 대해 묻자 대답했다. 시가 내 뜻대로 쓰인 적은 이제껏 한 번도 없어요. 만약 내 뜻대로 쓰이는 때가 있다면 그건 내 뜻이 이미 없어졌다는 겁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늘 실패하는 거지요.
뜻대로 쓰이지 않음을 알면서도 계속 쓰는 마음, 늘 실패하면서도 다시 시도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아마 시인 자신도 모를 것이다. 몰라도 계속 쓸 것이다. 안 쓸 수 없으니까, 쓸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는 시를 쓰는(作) 사람이자 시를 하는(行) 사람이고 시를 사는(生)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정작 당시에는 행사가 무사히 진행되는지만 신경 쓰느라 미처 알지 못했다. 이 땅에 이런 귀한 작가들이 있어서, 동시대를 살며 이들의 작품을 읽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나는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것을 일깨워준 작가들께, 그리고 문학주간에 감사드린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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