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라진 아내…젖먹이 딸 들쳐업고 600리 헤맸는데 [Books]
갑자기 사라진 아내를 찾아서
어린 딸과 고단한 여행길 올라
강도·사기가 부녀 가로막지만
딸의 행복 위해 꿋꿋이 나아가
다음주 5년만에 韓독자들 만나
중국 소설가 위화(62)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와 ‘인생’의 아버지상이다. 모옌, 옌롄커와 함께 중국 3대 현대소설 작가로 추앙받는 위화는 이처럼 역사와 관계망 속에 놓인 인생의 희·비극을 전시했고, 막다른 길에 놓인 위화식 남성의 모습은 동아시아를 건너 세계인 앞에 놓인 준엄한 운명을 자극하며 너른 공감을 받았다.
삶의 진의를 모색하는 위화의 신작 장편 ‘원청’이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8년 만의 신작으로, 1998년 처음 구상된 뒤 사반세기 만에 나온 대작이다.
주인공은 린샹푸. 그는 5세 때 아버지를, 19세 때 어머니를 여읜 고아다. 총명했고 손재주가 좋았던 그는 넉넉한 살림에 유산으로 받은 밭을 돌보며 소일한다. 심성이 착했던 그의 집에 어느 날 아창과 샤오메이라는 오누이가 찾아온다. 머지않아 아창은 여동생을 둔 채 린샹푸의 집을 떠나고, 린샹푸과 샤오메이는 서로 걷잡을 수 없는 호감을 느껴 혼례를 치른다.
부모가 떠나고 상실의 공기만이 가득했던 집. 샤오메이의 베틀소리가 들려오고 린샹푸는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삶을 낙관하기엔 일렀다. 샤오메이는 금괴를 들고 사라졌다가 빈손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다시 떠난다. 린샹푸는 급기야 샤오메이가 어린 딸을 두고 사라지자 아창과 샤오메이의 고향이던, 양쯔강 건너 600리에 위치한 원청이란 소읍을 찾아 나선다. 린샹푸의 품에 잠든 젖먹이 딸과 함께.
소설 ‘원청’의 시간적 배경은 1900년대로 중국 변혁기였다. 통제되지 않는 세계에 한 남성과 어린 딸이 놓인 것이다. 린샹푸는 아끼던 당나귀를 어쩔 수 없이 팔고 토비(土匪)에게 삶을 위협당한다. 그의 정면에 살인, 강간, 피난, 도주의 야만적 시대가 차례대로 다가온다. 사람을 납치하는 살육자, 돈만을 원하는 부패한 무능자들이 린샹푸의 인생에 가속도로 끼어든다.
소설에서 원청은 존재하지 않는 도시로, 아창과 샤오메이 남매는 처음부터 린샹푸를 속였다. 하지만 원청으로 가는 린샹푸의 길은 곧 인생의 여정과 같다. 원청은 그가 딸을 위해 반드시 찾아내야만 유토피아다. 시대의 야만은 인간이 자신의 길에서 응당 맞닥뜨리기 마련인 타자의 세계다. 토비는 지옥의 형상이며, 이미 도래한 끔찍한 음화처럼 묘사된다.
‘긴 여정은 시작만 있고 끝이 없었다. 린샹푸는 걷다가 멈추고 멈췄다가 걷기를 반복하며 가을을 보내고 겨울로 들어섰다. 그는 툭하면 생각에 빠졌다. 앞으로 나아가는 몸과 달리 생각은 자꾸 뒤로 돌아가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원청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560쪽)
린샹푸를 비추던 소설 전반부는 책 3분의 2 지점에 이르러 샤오메이의 시점으로 전환돼 샤오메이의 비밀을 들려준다.
샤오메이의 과거와 현재는 소설의 문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린샹푸가 그의 여정 끝에 샤오메이를 만났음을, 그러나 그 만남이 이승은 아니었음을 소설은 먹먹한 문장으로 들려준다. 린샹푸 눈 앞에 펼쳐진 재난. 수많은 사람이 동사한 가운데 망자들 사이에 샤오메이의 시신이 있다. 린샹푸는 샤오메이를 발견할 수 있을까.
소설가 위화는 한국어판 서문에 “세상에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 그럴 때 우리는 상상 속에서 찾고 추측하고 조각을 맞춘다”며 소설 ‘원청’의 함의를 설명했다. 위화는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해 14일 대산문화재단 특강에서 독자들과 만난다. 5년 만의 방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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