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불법 증식’ 방치…곰도 사람도 죽게 했다
허가 사항에 ‘임대’ 없는 등 ‘관리 사각’…보호시설 없어 몰수도 못해
지난 8일 밤 울산에서 사육곰 3마리가 탈출하고 농장주는 숨진 채 발견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곰은 사살됐다. 이 농장에서는 지난해 5월에도 사육곰이 탈출했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곰 사육 농가가 관리 사각지대에 오랜 시간 노출됐는데도 환경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9일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낙동강청)에 따르면 울산 울주군에 있는 사고 농가는 ‘미등록’ 사육시설이다. 해당 농가는 경기 용인시에 있는 한 농가가 ‘불법 증식’한 사육곰을 2018년에 받아와서 키우고 있었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농가에서는 지난해 5월에도 사육곰이 탈출했다.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야생생물법에 따라 국제 멸종위기종을 수출·수입할 때, 양도·양수할 때, 증식할 때는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제 멸종위기종의 ‘임대’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용인 농가가 울산 농가에 반달가슴곰을 불법 양도·양수한 것으로 보고 2019년 7월에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용인 농가 농장주는 양도·양수한 것이 아니라 ‘임대’한 것이라며 과태료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다. 용인 농가가 울산 농가에 사육곰을 ‘임대’한 것인지, ‘양도·양수’한 것인지에 대한 수원지법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낙동강청은 지난해 5월 이후 지금까지도 곰을 몰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는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울산 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반달가슴곰 시설에 대해 총 6차례 점검을 나갔고, 농가가 점검을 거부한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점검했다. 하지만 낙동강청은 4차례 조사에서 신체적 학대 등을 발견하지 못했다. 환경부가 몰수·보호조치를 한다고 해도 곰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이 없다. 환경부는 지난 1월 사육곰협회, 4개 시민단체, 전남 구례군, 충남 서천군과 함께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서’를 발표해 2026년부터 곰 사육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육곰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은 2024년 구례에, 2025년 말까지는 서천에 완공될 예정이다.
최태규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대표는 “환경부는 불법 증식한 곰을 몰수한 적 있는데, 불법 증식한 곰을 임대했다는 이유로 몰수하지 못했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야생생물법에 국제 멸종위기종을 ‘임대’할 때의 조항이 없지만, 불법 증식으로 태어난 멸종위기종 곰을 임대한 것 자체가 낙동강청·환경부가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지난 5월 발의된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곰이 부적절한 환경에서 사육되거나 학대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곰 사육을 금지해 곰을 인도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안은 “누구든지 곰의 부산물 채취 등을 목적으로 사육곰을 사육하거나 증식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 대표는 “법은 웅담 채취용으로 곰을 키우는 것 자체를 금지하기 때문에 곰 사육을 합법으로 풀어두면서 생기는 곰 탈출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게 된다”며 “사육을 포기한 농가의 곰을 위한 보호시설을 만들고, 지원할 수 있는 실마리도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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