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시위’ 참가자 첫 사형 집행…국제사회 “가짜 재판” 맹비난
반정부 시위 확산 막으려는 의도
9개국 외교장관들, 공동 규탄성명
이란 사법부가 ‘히잡 시위’ 참가자에 대한 사형을 처음으로 집행했다.
이란 사법부 운영매체인 미잔통신은 시위 진압 보안요원을 다치게 한 혐의로 이슬람 혁명 법원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은 모센 셰카리(23)에 대한 교수형이 8일 오전(현지시간) 집행됐다고 밝혔다.
셰카리는 지난 9월25일 테헤란의 사타르 칸 거리를 막고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배치된 바시즈 민병대원에게 칼을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구금됐다. 혁명 법원은 지난달 1일 셰카리가 신에 대한 적대행위(모하레베) 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이번 사형 집행은 공포심을 조성해 반정부 시위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셰카리에게 사형을 선고한 혁명 법원은 신성모독, 이슬람 신정체제 전복 시도 등과 같은 범죄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재판하기 위해 고안된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특수 법원이다. 이슬람 신정체제 수호 군조직인 이란 혁명수비대는 혁명 법원에 국가와 이슬람의 안보에 반하는 범죄로 기소된 이들에게 신속한 판결을 내리라고 압박해왔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죄 판결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이뤄진 사형 집행은 이란 사법체계의 비인간성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란 당국이 “시위에 가담한 이들을 위협하기 위해 고안된 가짜 재판을 통해 최소 21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의 마흐무드 아미리-모가담 이사는 “셰카리는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가짜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IHR에 따르면 셰카리는 심문 단계와 기타 법적 절차를 거치는 동안 변호사 접근권을 거부당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 당국의 사형 집행에 대해 “이란 정부가 반대 의견을 억압하고 시위를 진압하려 하면서 점점 더 끔찍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과 미국, 호주, 스웨덴, 영국 등 9개국 외교장관들은 이날 이란 당국의 시위 탄압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디지털플랫폼과 인터넷 통제를 포함해 시위대에 대한 이란 당국의 계속되는 폭력적 탄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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