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탈출 반복’ 농장 인명피해…정부·국회 안이함이 낳은 비극

김지숙 2022. 12. 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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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밤 울산 울주군의 곰 사육농장에서 60대 주인부부가 탈출한 곰의 공격으로 사망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사육곰 농장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곰 사육 금지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최태규 대표는 "이 농장의 무단 사육은 이미 3년 전 밝혀진 사실이다.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보호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지난 40년간 정부가 반복해 온 변명이다. 시민단체나 공영동물원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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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사육농장서 공격받은 60대 부부 사망…곰들 사살
환경부, 불법시설 방치 벌금만…특별법 처리는 지연
강원도의 한 웅담 채취용 사육곰 농가에 사는 반달가슴곰이 철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녹색연합 제공

지난 8일 밤 울산 울주군의 곰 사육농장에서 60대 주인부부가 탈출한 곰의 공격으로 사망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사육곰 농장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곰 사육 금지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9일 시민단체들은 이번 인명사고가 예견된 일이었다며 반복되는 곰 탈출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카라는 “곰이 사람을 죽이는 비극이 일어났다.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경고했던 일이다. 사고가 난 시설은 불법 증식한 곰을 데려다 기르던 곳으로, 지난해 5월에도 한 마리가 탈출해 생포한 불법시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리당국은 당시 사육시설이 긴급조치가 필요한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며 잘못된 판단을 해 양쪽 모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8일 밤 인명사고가 난 울산 울주군 농장은 지난해에도 곰 탈출 사고가 벌어졌던 곳이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낙동강청)에 따르면, 해당 농장은 2018년 경기도 용인의 사육곰 농장에서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4마리를 임대하여 울주군 농장에서 무단으로 사육해왔다. 낙동강청은 2020년 7월과 10월 해당 농장을 미등록 시설로 두 차례 고발했고, 농장은 두 차례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환경부 낙동강청 황세연 과장은 “탈출 사고 이후 분기별로 사육시설 점검에 나가 벌금을 부과했으나 몰수나 긴급 보호조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원 소유주가 곰들을 임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정부의 사육곰 보호 시설이 완공되지 않아 보호 방안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반달가슴곰은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양도·양수 시에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다. 애초 곰을 넘겨준 경기 용인의 농장주는 양도·양수가 아닌 ‘임대’라고 주장하며 수원지법에 과태료 처분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 낙동강청은 이 때문에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현실적으로 몰수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국내의 한 사육곰 농가의 철창 속에 있는 사육곰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그러나 사고가 반복된 만큼 정부가 더 적극적인 조치에 나섰서야 한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해당 농장에서는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 곰 탈출 사건이 벌어졌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최태규 대표는 “이 농장의 무단 사육은 이미 3년 전 밝혀진 사실이다.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보호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지난 40년간 정부가 반복해 온 변명이다. 시민단체나 공영동물원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 또한 “환경부는 이미 탈출 사고가 벌어진 불법 사육시설이란 점을 알면서도 사유지라는 이유로 멸종위기종을 사실상 방치했다. 환경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곰 사육을 끝낼 특별법이 조속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정부는 올해 1월 2025년까지 곰 사육을 종식하고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협약과 달리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은 1년째 국회서 계류 중이다. 더이상 무고한 생명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육곰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곰 사육 금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동의청원 누리집 갈무리

환경부는 지난 1월 사육곰협회, 시민단체, 전남 구례군, 충남 서천군과 함께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서’를 발표하고 2026년부터 곰 사육을 금지하기로 했다. 더불어 사육곰 보호시설을 구례(2024년 완공)와 서천(2025년 완공)에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곰 보호시설의 수용 마리 수는 각각 50마리, 70마리 규모여서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320여 마리의 곰들을 보호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숨진 농장 부부는 2018년 7월부터 암컷 2마리와 수컷 2마리 등 반달가슴곰 4마리를 키워왔다. 경찰은 사고 접수 뒤 농장 안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상태로 부부를 발견했고, 곰 3마리를 사살했다. 곰 1마리는 이전에 병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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