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효과는 3차부터 나타났다”...빅데이터로 드러난 코로나19 취약계층 실태

이병철 기자 2022. 12. 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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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코로나19 빅데이터 민관 공동연구 결과 발표
전 국민 건보 데이터, 전체 확진자 데이터 활용 연구
감염병 연구 소외 계층 본격 연구 시작
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2022년 코로나19 빅데이터 민관공동연구 결과 발표회’를 열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코로나 관련 연구 12건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병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지난해 2월 국내에 도입됐지만 임산부 접종은 그로부터 8개월 뒤인 10월 18일 시작됐다. 전문가들과 해외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임신부가 코로나19 감염됐을 경우 위험하다는 평가가 많아 방역당국은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임신부와 가족들은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약물에 민감한 임산부의 경우 과연 백신을 맞는 것이 더 유리한지에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임산부 백신 접종률은 한 자리수에 머물고 있다.

대표적 임산부의 합병증인 임신성 고혈압은 백신을 맞은 경우 최대 11% 발병이 줄었고 임신성 당뇨병은 8%, 산후출혈도 15%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을 맞으면 태반이 자궁에서 떨어지는 태반 조기 박리는 38%가량 늘기는 하지만 코로나에 걸렸을 때 태반 조기 박리가 3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것과 비교하면 맞았을 때 예방 효과가 더 있음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이는 조금준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올초 질병관리청의 확진자 정보와 백신 접종 데이터, 건강보험공단의 건보 데이터를 받아 분석한 결과다. 임산부가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 예방 효과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 등 합병증이 나타나는 빈도도 줄었다.

질병관리청과 건강보험공단은 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2022년 코로나19 빅데이터 민관공동연구 결과 발표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조 교수 사례를 포함해 11건에 이르는 코로나 관련 연구 12건의 결과를 발표했다.

◇확진자 정보·백신 접종 데이터·건보데이터 활용 빅데이터 분석

질병청과 건보공단은 올해 4월부터 코로나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민간에 처음 개방했다. 코로나 감염, 후유증, 백신 접종 등 방역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겠다는 목적이다. 질병청 데이터에는 올해 3월까지 코로나 확진자 1300만명의 건강 상태, 백신 접종 종류 등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데이터에서는 전 국민 5000만명의 소득, 의료지출, 진료, 처방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번 빅데이터 연구에서 암 환자, 장기이식 환자, 임산부 등 코로나 연구에서 기존에는 잘 다루지 않은 대상에 주목했다. 올해 4월 정부가 코로나 빅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며 지원한 연구들이다.

실제로 이 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결과 임산부가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 예방 효과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 등 합병증이 나타나는 빈도가 줄었다. 임산부는 고혈압, 당뇨 등의 합병증을 앓는데,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합병증이 나타나는 양상이 달랐다. 조 교수는 “감염병에서 임산부처럼 소수인 계층을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서 임산부들이 가진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접종률을 높이는 데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장, 간, 췌장, 심장, 폐, 안구, 소장 등 고형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위중증률이 최소 3배 이상 치솟는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장기이식 환자는 이식받은 장기를 면역세포가 공격하는 ‘면역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약을 사용한다. 면역반응이 약해져 감염병에 취약하지만, 워낙 장기이식 환자의 수가 적은 탓에 대규모 감염병 연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연구에는 지난해 1월까지 국내의 성인 장기이식 환자 3만3810명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강지만 연세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장기이식 환자 중 코로나 확진자 6993명의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이들의 위중증률은 이식받은 장기에 따라 건강한 사람보다 3~18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가 직접 발병하는 부위인 폐를 이식한 환자에게서 위중증률 18배로 가장 높았고, 간과 신장 이식환자에서는 코로나의 위험성은 3~4배 수준이었다.

백신의 효과는 이식받은 장기의 종류와 관계 없이 3차 접종부터 나타났다. 장기이식 환자는 2차 접종까지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3차 백신을 맞은 이후부터는 중증화율이 최대 49%까지 낮아졌다. 코로나가 장기이식 환자에게 위협적이고, 백신 접종으로 중증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다.

강 교수는 “장기이식 환자들은 감염질환에 특히 예민하지만, 이들이 참고할 수 있는 연구가 거의 없던 상황”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서 장기이식 환자가 코로나에 더 취약하지만, 백신의 효과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밝혔다”고 말했다.

◇암환자 백신 접종효과 떨어져도 감염 예방효과 있어

지난해 8월3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산부인과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의료계는 장기이식 환자처럼 암 환자에 대한 코로나 연구가 그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남경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암 환자 1만1737명과 일반인 23만520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대한종양학회에서 지난해 4월 발간한 ‘암 환자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잠정적 권고안’에 따르면 세계적으로도 암 환자의 백신 접종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소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의료진이 판단해야 한다고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받았을 때 암 환자는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은 90~93%로 나타났지만 일반인에서는 61%까지 떨어진다. 암 환자의 백신 접종 효과는 건강한 사람보다는 떨어지지만, 감염 예방 효과는 그래도 있다는 의미다.

백신을 접종한 암 환자는 사망률도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이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코로나로 위중증이 되거나 사망한 암 환자 887명 중 662명은 백신을 접종 받지 않은 환자들이며, 나머지 225명은 백신을 접종했지만 숨진 사례였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암 환자에게서 백신 접종의 효과를 평가한 첫번째 사례”라며 “특히 국내의 전체 코로나 확진자 데이터를 이용한 만큼 연구의 대표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애인 미접종률 일반인 2배

대사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코로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살폈다. 건보공단의 건강검진 자료와 질병청의 예방접종 정보를 함께 분석한 결과 대사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의 위중증률은 6.8% 수준이지만, 대사질환이 있는 사람은 9.9%까지 높아졌다.

최희경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진료과장은 장애인의 백신 접종률이 낮다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 일반인의 백신 미접종률이 7.3%인데 반해 뇌병변을 가진 장애인은 18.2%, 심장에 문제가 있는 장애인은 15%으로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체장애인들만 미접종률 6.9%로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최 과장은 이처럼 장애인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장애인은 이동이 불편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만큼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백신에 대한 불신과 잘못된 지식으로 의료진이 백신 접종을 더 적극적으로 권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빅데이터에 활용된 건강보험 자료에는 환자들의 건강검진 자료, 소득정보도 포함되는 만큼 사회적인 요인과 코로나의 관계에 대한 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이혜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로 건강검진을 받는 비율이 감소한 경향성을 확인했다.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에는 모든 연령에서 건강검진율이 68.7%로 나타나 전년도에서 7% 감소했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암 진단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2019년 전체 암 진단자는 605명이었고, 2020년에는 약 10% 감소한 559명으로 나타났다.

박상민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날 코로나 회복 환자의 후유증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빅데이터 구축을 통해 흩어져 있던 여러 데이터를 한 명도 빠짐없이, 한번에 확인할 수 있게 돼 보건 연구자들에게 의미가 크다”며 “이번 시도를 계기로 시스템을 잘 구축한다면 다음에 어떤 감염병의 팬데믹이 오더라도 대규모 연구로 보건의료 정책을 제안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방역정책 수립에 나설 예정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그간 소수, 취약 계층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백신접종을 독려하고 알리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과학적인 방역 지침을 마련하고,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를 보강하는 한편 공개 범위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질병청은 이날 올해 3월까지 코로나 확진자 1300만명의 데이터를 제공했지만, 조만간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2500만명 규모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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