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사 이재명만 남았다···검찰 “정진상, 측근 지위 이용”
검찰은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9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기소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모사실을 공소장에 기재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정 실장이 민간사업자들에게 뇌물을 받고 특혜를 준 배경에 ‘지방자치권력’인 이 대표가 있다고 보고 이 대표의 관련성을 수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정 실장의 혐의에 대해 “최고 지방자치 권력인 시장과 도지사의 최측근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 정 실장이 관할 지역 민간업자와 유착해 거액의 사익을 취득하는 등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정 실장은 성남시 정책보좌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내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위례신도시·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편의를 제공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부패방지법 위반 등)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 실장과 이 대표의 범행 공모를 공소장에 적시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직접 적시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신 검찰은 33쪽 분량의 공소장에 정 실장의 지위와 역할을 설명하면서 이 대표를 수차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 대가로 지목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경기관광공사 사업의 인·허가권은 성남시와 경기도에 있고, 최종 결정권자는 이 대표라는 것이다. 검찰은 정 실장과 이 대표가 매우 긴밀한 관계였고, 그 때문에 정 실장이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은 앞서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과 구속영장에 정 실장과 이 대표 관계를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했다. 하지만 정 실장 공소장에서는 이 규정을 뺐다. 대신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한 발언을 인용해 두 사람 관계를 표현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정 실장이 구속되자 “저의 정치적 동지 한 명이 또 구속됐다. 유검무죄 무검유죄”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자신의 측근이라는 설이 불거졌을 때는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검찰이 법률 용어도 아니고 판례도 없는 ‘정치적 공동체’ 규정을 쓴 것을 두고 이 대표를 엮기 위해 밑자락을 깐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 공소장에서 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대표가 ‘피고발인’ 신분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위례신도시·대장동 사업 편의 제공이나 뇌물수수에 관여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과 민간사업자들을 부패방지법 위반과 형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지만, 정 실장에게 이들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정 실장 공소사실에는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만 포함됐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정 실장의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면서 이 대표의 관여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이 이 대표의 관여 사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 실장이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받았다는 돈이 모두 현금이라 어디서 어디로 흘러갔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두 사람 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진술을 거부 중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전언’ 이상의 진술을 확보하려면 이 대표와 직접 연결된 두 사람이 입을 열어야 한다.
위례신도시·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이 대표와 직접 접촉한 정황도 현재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개발 이익에 ‘이 대표 측 몫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말을 했다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는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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