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불가리아 “정치적 이유로 솅겐조약 합류 불발”…분열하는 유럽

박효재 기자 입력 2022. 12. 9. 18:02 수정 2022. 12. 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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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경찰관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동부 스타라그라디스카에 위치한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와의 국경 검문소를 지키고 있다. 스타라그라디스카/AFP연합뉴스

유럽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에 가입을 신청한 3개국 중 크로아티아만 유일하게 가입국 지위를 획득했다. 반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역내 불법 이민 증가 우려를 제기한 오스트리아, 네덜란드의 반대로 조약 가입에 실패했다. 이에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이 유감을 표명하고 특히 루마니아는 자국 조약 가입 반대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난하는 등 유럽국들이 분열하고 있다.

EU 내무장관 이사회는 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크로아티아를 내년 1월부터 솅겐조약 가입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크로아티아는 솅겐 비자 발급을 개시한다. 다만 역내 항공 이동 시 입국 심사 면제의 경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항공편 일정 등을 고려해 내년 3월26일부터 본격 시행된다고 EU는 설명했다.

1990년부터 시행된 솅겐조약은 역내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과 세관 관련 서류 제시 의무를 면제해 가입국 간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한다. 1985년 룩셈부르크의 작은 마을 솅겐에서 체결됐다. 크로아티아에 앞서 EU 회원국 중 22개 국가와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4개국을 합쳐 총 26개국이 가입했다. 이 조약에 따라 최소 4억2000만명이 자유롭게 가입국 사이를 오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약 가입으로 자유로운 교역은 물론 저임금 국가 노동자들의 고임금 국가로 출퇴근도 가능해져 경제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는 내년부터 유로화도 사용하기로 했다.

크로아티아는 2013년 EU에 합류한 이후부터 솅겐조약 가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5~2016년 중동·북아프리카에서 EU 역내로 대거 유입된 피란민 통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입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EU 이사회가 크로아티아가 가입요건을 충족했다고 결론 내린 지 1년 만에 가입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크로아티아보다 6년 앞서 EU에 가입하고, 솅겐조약 가입도 먼저 추진했다. 하지만 양국이 불법 이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스트리아, 네덜란드가 반대표를 던져 조약 가입이 무산됐다.

오스트리아는 중동·북아프리카에서 세르비아 등 발칸반도 서부의 솅겐조약 미가입국을 통해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가입국 확대 기조에 우려를 표시했다. EU 역외 국경 경비 담당기구인 프론텍스에 따르면, 올해 해당 경로를 통한 EU 역내 불법 진입은 12만8000건으로 지난해 대비 77% 증가했다. 오스트리아는 현재 자국에 7만5000명의 불법 이민자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불법 이민자 증가에 따른 안보 우려를 제기하면서 루마니아, 불가리아의 솅겐조약 가입을 결정하기 위한 투표를 내년 8월까지 미루자고 요청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자국을 경유해서 오스트리아로 들어가는 불법 이민자 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가 반이민 정서에 기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반대표를 던졌다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루마니아 집권 사민당 대표 마르첼 시올라쿠는 “어려운 시기에 유럽 동지들을 버리고 대신 러시아의 이익에 봉사하기로 한 국가들 때문에 유럽의 통합과 안정이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루마니아의 솅겐조약 가입이 늦어지면서 지난 6월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은 우크라이나의 가입도 줄줄이 연기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독일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장관도 “오늘은 유럽에 슬픈 날”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올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솅겐조약 가입을 지지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솅겐조약 가입국 확대에 반대했던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벨기에도 찬성으로 돌아섰다.

오스트리아 내부에서도 정부 반대 논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같은 EU 회원국이자 세르비아 접경국인 크로아티아와 헝가리에도 똑같이 불법 입국자를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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