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철회에 힘 받은 윤 대통령과 정부, 강경 드라이브 계속되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15일 만에 총파업을 철회하면서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에서는 ‘법과 원칙’ 기조에 따른 승리라고 평가가 나온다. 강경 드라이브 일변도로 몰아붙이면서 거대 노조의 백기투항을 이끌어냈고, 보수층 결집을 통한 국면전환에도 일정 부분 성공했다는 자평이다. 향후 파업 노동자에 대한 대대적 수사 등 공안정국 조성은 물론 언론, 야당에 대한 정부·여당의 강경 대응 기조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물연대 총파업 철회와 관련해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는 우리 경제와 민생에 천문학적인 피해를 줬다”며 “그렇지만 한편으로 우리 모두 화물업계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수석은 “정부는 노사문제에 관해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며 청년세대 일자리 확보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공정하고 미래지향적인 노사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대통령실은 ‘법과 원칙’에 따른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며 화물연대 총파업이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수차례 언급하며 대통령실이 노동계 갈라치기에 나선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지난달 24일 화물연대 총파업 돌입 직후부터 강경 일변도로 내달리며 파상 공세를 펼쳤다.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 발동했고, 전날에는 철강·석유화학 분야로까지 확대했다.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중지와 같은 압박책도 이어졌다.
강경 드라이브를 진두지휘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파업 돌입 24시간도 지나지 않는 지난달 24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책임한 운송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하여 여러 대책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지난 2일 참모진 회의에서 파업을 “불법과 범죄를 기반으로 하는 쟁위 행위”로 규정하고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총파업을 “북핵 위협”과 비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기조에 맞춰 국민의힘은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을 향해 “귀족노조” “폭력집단” “조선로동당 2중대”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윤 대통령 순방 중 비속어 논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여파로 허덕이던 상황에서 국면전환 카드로 화물연대 총파업을 활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동 이슈는 안보와 함께 그간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소재로 작동해왔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적대적 노동관이 결합하면서 강경 일변도 대응 기조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철회 결정으로 사태는 일단락났지만, 정부의 노조 몰아붙이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화물연대가 파업 철회 투표에 들어간 이날 오전까지도 정부·여당은 공세를 이어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폭력과 불법에 타협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여, 법과 원칙이 확고히 지켜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뒤늦게 현장 복귀가 논의되는 것은 유감”이라며 “‘선 복귀, 후 대화’라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며, 여기에는 어떠한 조건도 있을 수 없다”고 적었다. 그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에 대해서도 “11월22일 정부·여당이 집단 운송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위해 제안한 적은 있으나, 화물연대가 11월24일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하였기 때문에 그 제안은 무효화 된 것”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에 책임을 물으면서, 당정 합의사항인 안전운임제 연장까지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자에 대한 처벌 의지 또한 유지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시점부터 기조 후퇴나 타협은 생각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 장관은 이날 인천 서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 간담회에서 화물연대 동조파업에 나선 건설노조를 비판하고 “화물연대 악습, 건설노조 관행은 운송거부가 철회된 이후에도 바로 잡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타협 없이 이제까지 모든 피해에 엄정 책임을 물어야 한다(김석기 사무총장)”,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자 처벌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김정재 국토교통위 여당 간사)” 등 강경 발언이 이날 쏟아져 나왔다. 화물연대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화물연대 강경 대응으로 보수층 결집 효과를 확인하면서 대통령실 또한 당분간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6~8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33%를 기록하며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긍정 응답자들은 ‘노조 대응’(24%)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윤 대통령 지지층에게 이번 강경 대응이 그간 보지 못했던 ‘윤석열다운’ 행보로 여겨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야권·언론·노동 등 사회 전방위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강경 드라이브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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