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강경파에 휘둘려 '한전법 부결'… "연내 재추진"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2. 12.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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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서 합의한 법안인데
양이원영 등 탈원전파 주도
野 산자위 4명도 반대·기권
與 "민주당이 결자해지해야"
윤관석 위원장 "신속 처리"
일각 "임시회 통과도 불투명"
산자위원장 "훅 나간 사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9일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지난 8일 본회의에서 한국전력 회사채(한전채) 발행한도 확대를 부결시키자 반대 '몰표'를 행사했던 더불어민주당도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임시국회에 소위 없이 재상정해 신속히 처리할 것"이라며 수습 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양이원영 의원 등 민주당 소속 탈원전 강경파 주도로 깜짝 부결돼 신뢰가 깨진 데다 경색된 정국 상황에서 또 다른 변수가 염려돼 초긴장 상태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해당 법안을 법안 소위 등을 거치지 않는 위원회 법안으로 재입법해 10일부터 예정된 국회 임시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전 적자가 20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는 법안이었다"며 "민주당이 결자해지해야 하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채 발행한도를 현재 '자본금과 적립금 합'의 2배에서 최대 6배로 높이는 개정안은 8일 재석 의원 204명 중 찬성 90명, 반대 61명, 기권 53명으로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예상 밖 부결의 가장 큰 이유는 강성 탈원전파인 양이 의원의 갑작스러운 반대토론에 따른 혼란이다. 전기요금 등 시장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양이 의원의 본회의 반대토론이 예상외로 파급력이 컸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에는 여당도 공감하는 점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양이 의원의 의도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원전에너지가 비싸져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포인트가 있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배경은 여야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이다. 해당 법안은 한전의 부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정부 측의 간곡한 요청으로 여야 합의하에 상임위원회 등을 통과한 무쟁점 법안이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모두 특별한 당론 투표를 주문하지 않았다. 그 결과 야당 의원 중 법안 발의 배경을 모르는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졌고, 여당 의원은 53명이 표결에 불참했다.

윤 위원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미국 출장을 다녀와 보니 이렇게 됐는데 이건 그냥 '훅' 나가버린 사고"라며 "내부적으로 다른 의견이 있거나 탈원전 때문에 반대 당론이 있던 것은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산자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 합의로 본회의 상정이 마무리된 법안이 부결된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당 지도부에서 보다 명확한 지침을 줬어야 했는데 안일한 대처가 불러온 참사"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오전 산자위 여당 간사와 긴급히 만나 최대한 빠른 수습 방안을 논의했지만 국민의힘과 정부는 한 번 뒤통수를 맞은 만큼 불안해하는 표정이다.

특히 이번 본회의 투표에서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을 제외한 민주당 의원 50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상임위를 넘어선 숨은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산자위에서도 양이 의원은 반대를, 박영순·이용빈·이장섭 의원은 기권하는 등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이 4명이나 사실상 부결에 손을 들었다"며 "민주당 의원 중 37명만 찬성하고 반대와 기권표를 합치면 94표나 나온 것은 단순히 우연이거나 사고라고 보기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또다시 해당 법이 부결되면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런 결과가 탈원전파인 양이 의원을 비롯해 야당 내 강성파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냐는 시선도 여전하다. 산자위 소속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전 전기요금이 올라가야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는 만큼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고약한 심보로 보인다"며 "여야 지도부 합의에도 임시회에서 해당 법안이 어떻게 흘러갈지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동훈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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