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김앤장과 삼일의 시간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2. 12. 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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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는 징조가 있다. 알아차리는 사람과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뿐. 요즘 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위기 전조는 '돈가뭄'이다. 개인, 자영업자, 기업 가릴 것 없이 돈을 못 구해 안달이다.

돈줄은 마르다 못해 얼어붙었다. 대부업체들은 아예 올겨울 장사를 접고 장기 휴가를 떠났다. 자금 조달은 안되고 담보 가치는 뚝뚝 떨어지는 상황, 망하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이다.

당분간 문을 닫는다던 한 대부업체 대표는 내년 상반기 중에는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내년 하반기가 되면 저가에 쏟아진 경매 매물로 '큰 장'이 설 것이라면서. 대부에서 돈을 구하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이 불법 사채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인터넷 재테크 카페에선 신용카드 한도가 갑자기 줄었다는 고객 불만으로 시끄럽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카드사들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탓이다. 아무리 그래도 월 1400만원이던 카드 한도를 하루아침에 150만원으로 줄이다니, 사실상 경제활동을 하지 말라는 소리 아닌가. 연체를 한 것도 아니고 대출을 더 받은 것도 아닌데, 불시에 한도 삭감 문자를 받은 고객들은 분통이 터진다. 그러나 카드 한도 삭감은 시작일 뿐 앞으로 언제 어디서 현금흐름이 막혀버릴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는 위기의 징조가 어제, 엊그제 연달아 나왔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과 업계 1위 삼일회계법인에서 대규모 위기 전담 TF를 발족했다는 뉴스다. 김앤장 TF 규모는 변호사와 경제전문가를 포함해 100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삼일도 구조조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BTS(비즈니스턴어라운드서비스)센터'를 이달 중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두 곳 모두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가 모인 집단이다. 이들이 대규모 인적자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내년 위기가 그만큼 심각할 것이라는 뜻이다. 불황의 늪이 얼마나 깊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다가올 '김앤장과 삼일의 시간'이 두렵다. 이 시간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2023년은 이래저래, 많은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해가 될 것 같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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