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도 인권의 문제”…방글라데시 활동가의 외침

기민도 2022. 12. 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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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 비판했다가 ‘최대 10년 징역형 위기’
10일 세계인권의 날 앞두고 서면 인터뷰
방글라데시 기후활동가 샤흐네와즈 초우드리(36). 국제 앰네스티 제공

“기후위기와 인권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기후변화로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방글라데시의 기후활동가인 샤흐네와즈 초우드리(36)는 세계 인권의날(10일)을 앞두고 이뤄진 <한겨레>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와 같은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로 인한 인권침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노동조합과 인권 활동가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5월 26일 사이클론으로 마을이 침수되자, 마을에 지어진 석탄발전소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이틀 뒤 ‘디지털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2018년 10월 방글라데시에서 제정된 디지털보안법은 온라인상에서 공동체 화합을 파괴하고 불안을 조성하면, 최고 10년형을 처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그는 2016년 자신이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 바닷가 지역 반쉬칼리 마을에 석탄발전소가 들어서자 이를 반대해왔다. 샤흐네와즈는 “일반적으로 1320㎽(메가와트) 석탄 화력 발전소를 운영하려면 시간당 1056톤의 석탄이 소비되거나 연소된다”며 “석탄발전소는 기후변화의 주범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사이클론과 홍수로 피해가 잦다”고 했다.

샤흐네와즈가 지난해 5월 26일 사이클론으로 마을 전체가 침수되자 올린 페이스북 사진. 국제 엠네스티 제공

그 뒤 지난해 5월26일 사이클론으로 마을 전체가 침수되자 그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속보: 반쉬칼리 사람들은 12명 사망(석탄발전소 건설 반대 및 체불임금 항의하다 경찰에 총격)의 원인이기도 한 환경 파괴적인 석탄발전소가 마을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발전이 아니라) 사람들이 해일에 빠져 죽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불의에 저항해야 합니다.”

샤흐네와즈는 초등학교 2학년 때인 1991년 함께 놀았던 옆집 친구를 비롯해 15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이클론 등 지금까지 10번이 넘는 사이클론과 홍수를 겪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저는 기후변화의 유해함에 반대하는 글을 썼고 기후변화에 항의하고 행동했다”고 밝혔다.

그가 올린 페이스북 글이 퍼졌고, 이틀 후인 지난해 5월28일 그는 디지털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저를 심문해야 한다고 집에서 15㎞ 떨어진 경찰서로 데려갔습니다. 그날 아침 저는 법정으로 끌려갔으나 법정은 닫혀 있었고 곧바로 감옥으로 보내졌습니다. 그리고 80일 동안 비인간적이고 부당하게 수감되었습니다.” 디지털보안법은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받기 전에 혐의가 있는 사람을 체포하고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한다.

샤흐네와즈는 지난해 8월16일 보석으로 감옥에서 풀려났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서 최고 10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 그는 “석탄발전소 쪽의 돈과 영향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의 석방을 위한 캠페인을 계속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앰네스티는 ‘정의에 대가를 물을 순 없다’라는 제목으로 샤흐네와즈를 포함한 8명을 활동가들을 위해 편지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오는 21일에는 온라인을 통해 ‘기후X인권: 샤흐네와즈가 들려주는 방글라데시의 인권’ 행사도 진행한다.

국제 앰네스티가 진행 중인 편지쓰기 캠페인. 국제 앰네스티 누리집 갈무리

그는 지난달 이집트에서 열린 제27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인권 없는 기후정의 없다’라는 구호를 주목받게 만든 이집트 민주화운동가 알라 압둘파타흐(41) 이야기를 꺼냈다. 압둘파타흐는 2011년 이집트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인 ‘아랍의 봄’ 시위를 주도한 핵심 인물로, 2019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고문과 관련한 게시물을 올려 가짜뉴스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고 이집트에서 복역 중이다. 샤흐네와즈는 “그의 석방을 요구하고, 그가 정의를 얻길 바란다”며 “전 세계인권 및 환경 단체와 활동가들은 미래 세대에게 더 행복하고 푸른 세상을 선물하기 위해 더 단합되고 강력한 운동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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