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판치는 시대 … SNS의 '부화뇌동'
허위사실 유통창구로 전락
SNS 권력, 부패정권과 결탁
혐오·분노 부추겨 혼란 야기
노벨평화상 기자 마리아 레사
기술·정치 '어두운 결합' 고발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마리아 레사 지음, 김영선 옮김
북하우스 펴냄, 1만8500원
"소셜미디어 때문에 민주주의가 50년 후퇴했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모국 필리핀의 부당한 권력에 반기를 들고 지금도 투쟁 중인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의 일성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넘실대던 때가 있었다. 새로운 정보와 소통의 장이 될 것이란 기대. 그것이 얼마나 환상이었는가는 이제 드러나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는 페이스북 같은 SNS가 정치와 결합한 '여론 조작의 장'이 됐다고 비판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해주는 알고리즘 시스템과 폴로어 문화는 확증편향을 증가시켰고, 가짜 뉴스와 허위 사실을 유통하는 창구가 됐다. 그 업계에서는 어떻게 하면 사용자를 더 SNS에 머무르게 할지, 더 중독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지를 고민했을 뿐 유통되는 메시지의 정의는 중요치 않았다. 지난 10여 년간 기록된 SNS의 현주소다.
1980년대 일선 기자로 맹활약했던 레사 역시 SNS의 허상과 정치권력에 의한 여론 조작을 똑똑히 봤다. 열 살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필리핀을 떠났던 그가 모국으로 돌아온 건 1990년대. 미국 TV 뉴스 채널 CNN 기자로 활동하다가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국을 맡게 되면서다. 그는 이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가 민간인 수만 명을 희생시킨 '마약과의 전쟁'이나 '소셜미디어의 무기화' 등을 다룬 심층 보도 기사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2년 디지털 탐사보도 미디어 래플러를 설립해 현재도 최고경영자(CEO)로 있다.
그가 살아 있는 정권을 겨냥한 보도를 내보냈을 때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페이스북과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던 정치 인플루언서들이 그를 저격해 지지자들의 혐오와 분노를 부추겼다. 레사가 설립한 래플러가 외국인 소유라는 가짜 뉴스를 인플루언서가 퍼뜨리고, 이를 두테르테 대통령이 2017년 국정연설에서 거론했다. 래플러는 각종 송사를 겪으며 수익이 반 토막 났고 대통령궁 출입도 금지당했다. 두테르테 정권에서 10여 건의 혐의로 고소를 당해 구형된 누적 형량만 100년. 보도 이후 정치와 SNS 권력 결합의 폐해를 더욱 선명하게 목도한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필리핀에 맞춰져 있던 초점을 우리나라로, 어느 나라로 옮겨도 쉽게 유사한 사례가 떠오르는 걸 보면 레사의 회고는 전 세계에 대한 강력한 경고다. 특히 필리핀은 전 국민의 97%가 페이스북을 이용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인터넷과 SNS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라다.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가 당선된 게 우연한 결과는 아닐 것이라고 레사는 주장한다. 그는 아울러 정치와 기술의 어두운 면에 맞서 싸운 교류와 연대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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