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가 찾아간 청량리역 근처 ‘현대 콜라텍’. 오후 시간부터 손님이 조금씩 들어차고 있었다. 입장료는 3000원. 콜라텍을 찾은 연령대는 6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다. 무도장에 들어서자 빨간, 파랑, 노랑색의 사이키조명이 무대를 비추고 트로트 음악은 귀가 울릴 정도로 크게 틀어져 가슴을 울리고 있었다. 사교댄스와 스포츠 댄스 구역으로 나눠진 무대에는 세미 정장으로 갖춰 입은 노인들이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추고 있었고 거울을 보며 혼자 춤을 연습하는 이들도 있었다.
거울 앞에서 스텝을 밟으며 혼자 춤을 추던 A씨(70대)는 “꼭 파트너를 만나서 춤을 추려고 오는 건 아니야. 혼자서 약간만 흔들어도 그냥 막 흥이나”라고 말했다.
‘콜라텍’ 하면 불건전한 접촉, 불륜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직접 경험한 콜라텍은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격식을 갖춘 춤의 무대이기도 했고, 장·노년층이 건전한 만남을 가지는 사교의 장이기도 했다.
종로에 있는 또다른 성인 콜라텍인 ‘국일관’ 관계자는 “불륜과 같은 문제는 거의 없다”며 “집에 있기만 심심한 노인들이 2000원 내고 여기서 사람도 구경하고 친구도 사귀는 것이다. 일종의 어른들의 네트워크 공간으로 콜라텍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80대 어르신들이 지팡이 짚고 들어왔다가도 음악이 나오면 지팡이를 내팽개치고 꼿꼿해진다”며 “할머님들이 나한테 ‘보건복지부에서 상 줘야한다’고 한다. 이렇게 운동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 덧붙였다.
이미 지역 노인복지센터에는 치매 예방과 근력 키우기 수단으로 사교댄스 커리큘럼이 존재한다. 그리고 콜라텍이 춤을 배운 이들이 본인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무대인 것이다.
춤을 추다 출출해지면 밥을 먹을 수 있는 백반가게와 커피숍도 무도장 안에 마련돼 있어 그야말로 어르신들의 놀이동산이나 다름없다. 춤을 추다 만난 파트너와 마음이 맞으면 식당으로 가서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한다. 이날 오후 4시께 찾은 종로 국일관 식당에는 열 테이블이 넘게 손님들이 차 있었다. 이성이 함께 하기도, 동성끼리 밥을 먹기도 하며 삼삼오오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수원, 인천, 대전에서 서울로 ‘원정 콜라텍’을 오기도 한다. 코로나19 유행때 서울 콜라텍이 열지 않아 무료했다는 B씨(68)는 “지하철을 무상으로 탈 수 있으니까 먼 거리를 오기도 한다”며 “춘천, 온양 온천 같은 곳에서 오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승차인원 통계에 따르면 1~10월 1·3·5호선을 승하차한 승객 중 28%가 우대권을 사용했다. 1~9호선 우대권 비율이 평균 16%인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1·3·5호선은 종로3가역, 제기역, 청량리역 등 고령층이 자주 찾는 장소로 대형 콜라텍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원정 콜라텍’의 존재는 지역 노인들이 마땅히 놀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만 아직 콜라텍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박승희 전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근대화 과정에서 춤추면 바람난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춤도 하나의 놀이다. 이를 제대로 배우고 즐기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관에서는 (춤을) 배우는 차원”이라면서 “그것을 활용하거나 할 수 있는 장이 부족하다”며 노인들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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